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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1 | [문화저널]
90년대 대중문화의 이해
글/문윤걸 우석대 강사 (2004-02-03 14:14:16)
1. 벌써 90년대의 중반에 들어섰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국내외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여건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경향들의 속출로 변화의 시대에 놓여 있는 듯하다. 이글에서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변화모습들 중 대중문화와 관련해 살펴보려 한다. 물론 하나의 사회적 현상은 그 자체만으로는 분명한 실체를 알기 어렵다. 예컨대 대중가요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들과의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사회현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다른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상호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실의 변화과정을 먼저 알아보아야 함이 마땅하나 지면의 한계로 인해 생략한다. 2. 90년대 대중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이른바 신세대의 등장이다. 그동안 신세대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여전히 신세대의 실체를 명확히 정리하기란 어렵다. 다만 신세대는 그 정체가 매우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포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소비양식을 통하여 욕구의 해방과 자유를 만끽한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대답은 불행하게도 아니다이다. 그들이 소비를 통하여 느끼는 해방과 자유는 실재하는 정서가 아닌 단지 기호화된 문화상품일 뿐이므로 그들은 절대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자본은 신세대가 하나의 상품을 구입하여 그들의 욕구를 다 채우기도 전에 또 다른 신상품을 등장시켜 새로운 자유로 유혹한다. 결국 신세대는 대중문화의 주역이긴 하지만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강요된 주역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문화가 가지고 있는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과 특히 올림픽을 치르면서 우리 사회에서 소비는 급격히 증가 하였고 소비문화라고 하는 새로운 행위양식이 나타났다. 소비는 이제 더 이상 경제적 합리성에 의한 필수품 구매행위가 아닌 허위의식에 가득 찬 욕구와 욕망의 달성을 위한 인간행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소비행위에 대한 태도변화와 이를 부추기는 기업윤리의 타락은 거침없는 외래문화 수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래문화는 국제화, 세계화라는 담론과 함께 민족문화의 담을 허물어뜨리며 우리의 안방에 성큼성큼 들어서고 있다. 대중문화의 다국적화가 진행된 것이다. 최소한 대중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의 경계는 무너졌다. 이제 세계 곳곳의 10대들은 똑같은 패션을 하고 똑 같은 대중스타를 흠모한다. 3. 90년대 대중문화에서는 과거와 구별되는 많은 특징들이 관찰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현실과 픽션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모방과 모사가 대중문화의 핵심적 특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기술의 보편화는 가상적 현실을 실제적 현실로 둔갑시키고 있다. 허구의 공간을 실제 하는 공간처럼 제공하면서 대중을 현실의 삶에 이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영상문화의 확산을 들 수 있겠다. 영상문화의 등장은 이야기구조를 해체하여 줄거리 중심에서 볼거리 중심의 문화로 바꾸어 놓고 있다. 만화 같은 드라마나 영화의 확산은 바로 이에 기인한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끊임없는 가상적 이미지들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중음악은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 되었다. 이제 대중가수의 첫 번째 덕목은 목소리가 아닌 외모이며 노래보다는 독특한 의상과 몸짓이 훨씬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셋째로 문화상품의 수명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 예컨대 문화산업가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경제양식의 변화에 발맞추어 그만그만한 가수들을 대거 양산함으로써 소비자인 대중가요 수용자 층이 한 노래를 채 익히기도 전에 새로운 가수와 노래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치 신제품 때문에 수명이 다하지도 않은 가전제품이 폐기처분되듯 &#43088;반짝 스타&#43089;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들은 히트곡을 내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이것이 대중문화를 선정적이고 퇴폐적이며 유치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은 대중에게 더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 더 현란한 춤, 더 기이한 패션, 심지어는 외국 가수와 똑 같은 외모로 탈바꿈하고 등장한다. 넷째로 문화산업가들의 우상만들기를 들 수 있다. 과거의 스타가 자생적으로 등장했다면 90년대의 우상은 미리 짜여진 치밀한 각본에 의해 이미 우상이 다 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나타난다. 90년대의 스타인 김건모는 스스로 TV프로그램에서 고백한 바대로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관리에 의해서 스타로 만들어졌다. 또 최근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차인표의 경우 MBC방송국의 우상만들기는 참으로 눈물겹기까지 하다. 드라마를 통해 모든 등장인물들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기 위한 소도구의 역할을 해주며 심지어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차인표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하여 그의 사생활과 벗은 몸을 선정적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유는 단 한가지다. 한사람의 스타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록그룹은 년간 수입이. 6000억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스타가 갖는 부가가치는 문화산업가들에게 큰 매력이 아닐 수 없으며, 그들에게는 이윤이 발생하는 한 다른 것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결국 우리 주머니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항문화의 상실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문화, 특히 대학문화가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문화나 반문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70년대에는 포크문화와 탈춤으로, 80년대에는 운동가요와 민중문화, 풍물과 같은 전통문화 보급운동으로…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문화는 기성문화와의 차별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저항문화로서의 기능보다는 오히려 상업문화의 첨병으로 기여하고 있다. 4. 이러한 현상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요인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자본에 의해 부추겨지는 소비문화의 확산이 대중의 의식과 행동방식을 규정하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이제 대중들은 소비하는 행위를 자기표현의 한 방식으로서 남에게 보여지기를 원한다. 자신의 소비행위는 물론 소비자 자신도 상품이나 서비스와 함께 하나의 전시물이 되는 밝은 인테리어를 선호하면서 축제적 소비나 극장식 소비를 즐기고 있다.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서 매일매일의 삶은 곧 축제에 다름 아니다.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는 일종의 축제문화적 성격-일상적 삶의 축제화-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문화는 전혀 근거 없는 허위적 삶이며 단순한 상징이며 상상적인 기호에 불과한 것으로 인간의 정신적 삶과 물질적 삶 모두에 그 어떤 혜택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생산과 소비의 풍요로움 달성이 거꾸로 우리의 삶을 왜곡시키고 인간의 문화적 삶을 파탄시키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사회 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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