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1 | [사람과사람]
농민과 소비자가 힘합친 공동체 운동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 전북협의회
글/김연희 문화저널기자
(2004-02-03 12:06:32)
ꡐ우리밀 살리기 운동은 죽어가는 우리 땅과 자연과 농업, 농촌 그리고 소중한 밥상을 살리는 생명운동입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힘을 합쳐 보람과 이익을 나누는 공동체운동입니다. 주름살 깊은 농촌, 지을 거리가 없어 비어 있는 들녘을 황금물결로 채워내는 고향 살리기 운동입니다. 오염된 공기를 맑게 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어내는 환경보전운동입니다. 우리밥상을 우리 것으로 차리는 민족자주생활운동입니다ꡑ
ꡐ우리밀ꡑ이란 말이 귀에 익숙하게 들려온 것은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밀로 만든 음식이 전량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지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ꡐ우리밀ꡑ이란 단어는 생소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먹고 있는 밀의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과 제2의 대체 작물로서 밀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펼쳐진 우리밀 살리기 운동은 이즈음에는 단순히 밀을 살리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생명운동」으로 확대되어 종교계, 주부, 학생 등 각계의 노력과 관심으로 우리밀을 다시 식탁에 올려놓고 있다.
ꡒ밀 1인당 소비량이 평균 31/4kg으로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의 소비량! 은 계속 증가하고 잇는데 우리나라에서 밀의 자급도는 0.2%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체 농사의 1%도 안 되는 현실과 밀농사의 중요성을 농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소비자들에게는 우리밀 먹기 운동을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ꡓ 정기환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전북협의회(공동의장 김치덕, 권희복, 김종원)총무의 말이다.
우리밀은 분식장려운동을 추진한 80년대 초 수입밀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져 84년대 초 수입밀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져 84년 수매를 중단한 이후 정부에서는 전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민간인들이 나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관련하고 우리농촌에서 밀의 중요성을 알려가며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89년도부터 시작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은 92년도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를 사단법인단체로 등록하고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국민운동으로 확대되었다. 91년 10월 익산, 부안, 정읍, 임실 등지의 1만 2천평에 우리밀 파종을 시작한 이후 92년 10월 20만평에 파종됐으며, 93년 60만평(회원3천5백여 명) 올해는 1백만 평을 넘어섰다. 이 같은 재배면적의 급증세로 도내의 우리밀 재배면적비중은 전국 20%에 달하지만 회원가입현황은 4천여 명(전국의 2-3%)에 머무르고 있다. 전북협의회는 93년도 9월에 창립대회를 가지면서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순창, 군산, 옥구, 고창지부를 두고 있으며 군단위 면단위 등 20여 군데 조직되어 있는 생산자 위원회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산자위원회는 밀 생산의 가장 바탕이 되는 조직으로 장사꾼에 의한 가격결정이 아니라 직접 밀을 생산하고 있는 생산자들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고 가격변동을 억제하기 위한 가격예시제실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자들의 자신감 회복과 재배면적이 확대되었고 철저한 계약재배 방식을 채택, 종자공급과 재배교육, 수매안 대출하통보 등 우리밀 생산의 전 과정에서 생산자위원회는 활동하고 있다.
우리밀협의회의 회원은 생산자회원과 소비자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전국 우리밀 회원은 11만 명에 달한다. 전북지역은 4천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데 회원확보는 우리밀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입신청서와 가족 수에 맞춰 출자금을 내면된다. 생산자회원은 밀을 생산 해 우리밀 협의회의 수매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밀에 관한 각종 정보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소비자 회원은 회원으로 가입한 후에는 우리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권을 교부 받는다. 전체 수매량과 전체 구좌 수에 따라 한 구좌 당 우리밀을 구입할 수 있는 양도 조절된다. 우리밀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밀밭 밞기, 잔치마당 ,가족나들이, 강습회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윤발생시 출자구좌수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ꡒ현재는 식량자급율을 높이기 위한 건강한 먹거리이며 애국심에 호소하여 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의 가격을 낮추고 왜 우리밀을 먹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ꡓ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우리밀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정기환 총무의 말이다.
밀농사는 경루농사로 씨뿌리고 풀매주고, 수매하는 3일 농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노동력에 비해 밀 수확의 수익은 나은 편이지만 소비의 구조가 나약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몰라서 가입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왜 우리밀을 살려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인식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한다.
UR협상이후에는 정부가 직접 보상이나 직접 수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확실해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더욱 뚜렷해진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 전북협의회는 따로이 독립된 활동을 하지만 사무실이 독립되어 있지는 않다. 카톨릭농민회 사무실 한켠에서 6명이 본부에서 내려오는 보조비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회원 가입 안내 전화 한 통화 한 통화를 받는 모습은 활기에 차 있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대중화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제2차 가공제품 생산과 유통의 문제를 과제로 안고 있다. 우리밀 살리기 본부의 공신력과 기반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밀은 보리, 벼 등과 달리 수매나! 판매망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판매망은 전주, 이리 등 10개소밖에 밀 가공식품은 다른 제품 판매 가게의 한구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판매망 구축, 가공생산에서 생산자 조직화 및 창고건립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농산물유통센터와 우리밀 보관창고를 완주군 상관면 신리에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유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달 초 전주전동성당에 상설매장을 개설한 것을 비롯, 전주 중화산동에도 직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한 가공식품 품목의 다각화 등 가공생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대적인 생산체계를 서두르고 있다. 밀의 생산 판매 가공저장까지의 과정을 직접 농민들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우리밀 공장을 95년도에 정읍에 세울 계획이다. 이 공장은 전남ㄴ, 충남, 경남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 세워지는 가공판매공장이다. 또한 우리밀을 대중적으로 많이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밀 가공제품을 재료로 하는 음식점도 개설된다. 순창에 문을 여는「밀수레」식당은 그 지역 농민들과 연대해서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음식점이다.
UR 타결 등으로 위기에 처함 우리 농업 및 농촌이 희생되기 위해서는 농민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생활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우리밀과 우리농산물살리기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 560-6 카톨릭센타내 전화: 0652-231-6387, 85-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