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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0 | [저널초점]
나누어 먹음으로써 더불어 살아왔다 -전통음식의 문화적 특성-
글/심미경 원광대 교수 식품영양학 (2004-02-03 11:49:42)
한나라의 식생활 문화는 식량 조리가공 식기와 조리기기, 상차림의 구성, 양식 식 습관의 기호, 의례음식의 규범 등을 주요요소로 하여 기후 풍토와 같은 자연환경과 정치 경제 종교와 같은 인문 사회적 요인 등이 융합하여 민족마다 독특하게 형성된다. 따라서 한 민족의 음식문화는 각기 다른 자연환경과 역대의 사회 환경 속에서 오랜 역정을 통해 체험을 거치면서 지혜로 다듬어진 것이므로 타당성과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민족이 아니면 이룩할 수 없는 개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 집단의 소속 인으로 하여금 동질성과 소속감을 갖게 하여 심리적으로 충족감과 안정감을 주고 긴장을 해소하며 정서를 순화할 수 있다. 이같이 식생활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써 그 자체가 생활양식이며 삶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본래는 유목민이었지만 한반도로 남하함에 따라 풍토와 기후에 적응한 식생활을 형성하였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로 지세와 기후가 농경에 적합하여 쌀을 비롯한 다양한 곡물의 산출로 ! 곡물음식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쌀과 보리 등의 밥을 주식으로 하여 죽 국수 만두 수제비 떡 엿술 등 곡물류의 가공 조리 법이 발달하였다. 특히 곡물위주의 민족으로서 잡곡밥이나 떡에 콩 팥 등의 식품배합은 단백질과 비타민 B1 등 영양소의 상호 상승작용의 우수성으로 과학적인 것이다. 우리의 식생활은 주식인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부식으로 같이 먹는 것이 일상적인 식사형태로 주식과 부식이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다. 주식으로는 밥, 죽, 국수, 만두, 떡국, 수제비 등이며 부식은 육류, 어패류, 채소류, 해조류 등을 재료로 하여 국, 찌개, 구이, 전, 조림, 볶음, 편육, 나물, 생채, 찜, 전골, 김치, 포, 장아찌, 선등의 조리 법으로 단 한 가지 식품만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주재료에 부 재료를 다르게 배합하여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즉 주재료가 동물성 식품인 경우에는 부 재료는 식물성 식품으로 하고 식물성 식품이 주재료인 경우에는 동물성 식품을 부 재료로 한다. 이와 같은 식품의 배합과 조리는 영양가도 편중되지 않고 맛도 조화가 이루어진다. 또 음식의 맛을 내는 데는 갖은 양념이라 하여 간장, 설탕, 파, 마늘, 생강,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 후추, 등을 고루 사용함으로써 복잡한 깊은 맛과 담백한 맛 등 다양한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또 생선회는 초고추장 편육에는 새우젓 등 양념과의 상생 상극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활용하였다. 한국인의 기호를 말할 때에는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 쓴맛 등 기본적인 맛 외에 발효의 맛을 보태야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의 발효식품을 개발하였다. 식품의 발효과정은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가장 겸허하게 수용하여 예지롭게 활용한 식 문화의 하나이다. 사철의 기온 변화가 현저하고 그 중 겨울이 기었으므로 엄동에 대비할 채소음식으로서 김치, 장아찌와 같은 매우 과학적인 채소조리법이 발달하였으며 일년 내내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담아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만이 아니고 동시에 조화된 맛을 내는 조미를 겸한 하나의 영양 급원 식품으로 독특한 두장(豆醬)문화를 이루었다. 또한 원시시대부터 주식량이었던 젓갈 등의 발효법도 일찍이 개발하여 지금까지 조미료, 동물성 단백질 급원 식품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우리 음식에는 약식동원(藥食同原)의 기본정신이 깃들 어 있다. 일상의 음식, 죽, 떡, 술, 음청류 등에 꿀, 계피, 잣, 인삼, 대추, 생! 강, 오미자, 당귀 등 자연물 그대로를 식품 또는 약으로 활용하여 평소 때의 건강관리를 병이 나기 전 약보다는 매일 적당한 음식의 섭취로 몸을 보양하고 병을 예방하고자 식이 요법적인 효용성을 생활한 합리적인 식 문화이다. 우리 전통 음식문화의 규범은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을 받아 가부장 권 강화 풍토에서 엄격하였으며 특히 조상에 대한 봉제사와 가족제도에 따른 식생활을 중요시 하였다. 또한 의례를 매우 중히 여기어 출산, 백일, 돌, 생일, 혼례, 회갑, 상례, 제례 등 통과의례의 의식에서는 항상 정성스런 마음가짐으로 정해진 의례음식을 준비하여 의례의 의미를 상징하였다. 예를 들면 어린이의 생일 음식인 백설기는 생명의 신성함과 신에 대한 경외의 의미이며 붉은 수수, 팥, 경단은 액을 면하려는 뜻이고 오색의 송편은 오행과 오덕을 원하는 것이다. 혼례 음식인 봉치떡은 부부화합, 초례상이나 폐백의 밤 대추는 자손번창을 의미하고 폐백례는 시댁으로의 합체의례이며, 혼례 회갑연등의 큰상은 축하와 경사의 뜻을 화려하게 상징한 차림이다. 제사의 음복은 산사람과 신의 합체의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상징이 대가족이나 농촌마을의 소속을 공고하게 하였으며 음식의 상호적 기능을 십분 활용한 생활철학의 일면이었다. 또 설날 정월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등 명절과 절기에 따라 계절적이고 지역적인 식품을 이용하여 떡 등을 절식으로 한 명절음식과 시식의 풍습으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조상의 얼을 되새기고 숭상하며 나의 존재와 근원을 알고 나의 후손과 그 뿌리를 연결 지어 동질성과 소속감을 새롭게 하여 보본반시(報本反始)의 정신과 공동체의식을 고취시켰다. 의례음식, 명절음식, 시식 등의 특별음식은 복을 나눈다는 반복(頒福)의 의미로 넉넉히 마련하여 궁중에서 양반에게는 봉송으로, 양반에게서 서민에게는 꾸러미로 이웃과 친척에게는 반기살이로 꼭 나누어 먹음으로써 더불어 살아왔다. 상차림의 구성은 차리는 상의 주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반상, 면상, 죽상, 주안상 등이 있고 상차림의 목적에 따라서는 돌상, 초례상, 교자상, 큰상, 제례상 등이 있으며 특히 반상은 상대에 따라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지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이라 하였다. 일상 밥을 주식으로 하는 반상차림은 가부장권 대가족 중심의 가정에서 어른을 중심으로 모두 독상으로 발달하였다. 상차림의 원리는 음양오행을 바탕 한 것으로 음식은 주식과 부식이 상대적이면서도 대응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분리할 수 없는 구성체로 신분이나 빈부에 따라 그 규모에 차이가 있었으나 영양상 균형 있고 맛의 조화를 위해 식품재료와 조리 법을 감안하여 국과 김치를 제외한 반찬 수에 따라 3첩, 5첩.7첩. 9첩, 12첩 반상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이루었으며 젯상에는 어동육서, 홍동백서 등의 진설법으로 음양의 조화를 생각하였으며 오행으로 보완하였다. 음식의 고명도 다섯 가지 색으로 녹색(파, 미나리초대, 호박나물, 은행) 적색(실고추, 붉은 고추) 황색(노른자 지단) 흰색(흰자지단, 참깨, 밤, 잣) 검은색(석이, 표고, 흑임자, 김)등이다. 또 음식은 처음부터 전부 차려서 나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평면 전개형으로 식사하기 편하도록 국물 있는 음식, 따뜻한 음식, 맛있는 음식은 오른쪽 가까운 위치에 놓으며 음식의 분량은 그릇 중심이었다. 이러한 평면 전개형 상차림은 서양이나 중국음식처럼 순서에 따라 음식이 나오는 시간 전개형보다 이것저것 함께 먹을 수 있으니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에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하겠다. 또 그릇 중심의 음식은 자기중심의 이기심을 억제하여 항상 나보다는 먼저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 을 사랑하는 인류애로 너와 나를 함께 생각하는 ꡒ우리ꡓ라는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예절교육이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졌다. 『규합총서』에서 ꡒ대부 음식 먹을 때 다섯 가지를 보라ꡓ에서 첫 번째로 ꡒ이 음식이 갈고 심고 거두고 찧고 까불고 지진 후에 공이 많이 든 것이다… 한 사람이 먹는 것이 열 사람이 애쓴 것이다… 송우암 선생의 『계서녀』에는 ꡒ내짐에 오는 손님은… 음! 식 잘하여 대접하고 실과나 술이나 있는 데로 대접하되 손님이 잘 먹지 못하여도 박대요… 노소는 분간하여 대접하려니와 귀천과 빈부는 부디 분별 하지 말라ꡓ고 손님 접대하는 도리를 수록하였다. 이 같은 마음가짐이 음식에 대한 기본태도 이고 기본철학 이었다. 끝으로 우리 모두는 반만년의 오랜 역경 속에서 우리의 풍토와 체질에 맞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창조한 전통음식문화를 재인식하고 우리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올바른 식사예절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정체성과 순리성을 현대의 생활 정신 속에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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