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4.10 | [문화저널]
소복이 쌓인 낙엽, 동굴 속 같은 숲길 지나 만나는 마을 -지리산 반선에서 외운까지-
글/이승일 잔모임ꡑ두류패ꡑ회원 (2004-02-03 11:48:09)
예로부터 ꡐ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ꡑ고 했다. 깊고 다양하며 아름다운 골이 있는 곳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잘 알려진 이름난 골짜기 몇 군데를 소개해 보면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 일컫는 칠선골을 시작으로 한신골, 거림골, 대성골, 세개골, 피아골, 뱀사골 등 그 외에 소개하기에 지면이 걱정 될 만큼 많은 계곡들이 즐비하다. 그 많은 계곡 중 가을철 산행길로 편안하고 여유 있는 반선의 뱀사골을 소개한다. 산행개념은 관리사무소, 뱀사골산장, 화개재, 토끼봉, 연하천, 와운으로 하산하여 다시 반선의 관리사무소에 도착하는 일주코스가 되겠다. 뱀사골이라 부르게 된 유래는 분분한데 옛날 석실(石實:반선에서 약 3km지점 옛 동리)에 ꡐ배암사ꡑ라는 절이 있었는데 ꡐ뱀사ꡑ로 줄여 부르다가 된 이름이란 이야기가 있고, 뱀이 죽은 골짜기 즉 뱀사(死)골이라 부른다는 전설도 있다. 뱀에 얽힌 전설이 있어서인지 뱀탕이나 뱀술을 파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뱀사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종 약초다. 지리산의 약초는 다른 산의 약초보다 훨씬 약효가 있다하여 값도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지리산에서 약초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지리산에서 나는 약초 중에서도 가장 좋은 약초가 뱀사골 주변에서 캔 약초가 제일이라 한다. 그러니까 뱀사골 약초는 약초중의 약초가 되는 셈이다. 실제 내가 아는 약초 중에도 버섯, 오미자, 현지초, 당귀 등이 도처에 있다. 그밖에도 뱀사골은 심원, 달궁과 함께 빨치산의 근거지로 동족끼리 피 흘린 아픈 역사의 장이기도 하다. 반선 주차장에서 매표소와 현대식 상가를 지나면 전적기념관(옛 송림사터)이 세워져 있다. 산행은 전적기념관에서부터 시작된다. 계곡 옆으로 폭 3-4m 콘크리트로 단장된 길이 이어지는데 왼쪽으로 계곡변 소로(小路)를 택하면 옛 등산로이다. 계곡 건너에 제2야영장이 보이고 또 잘 닦여진 오솔길이 보인다. 그 길이 와운에서 나오는 길인데 이번 산행의 끝 부분이 되어 결국 출발지점으로 하산하는 일주코스가 되겠다. 이 두 갈래 길은 석실(石實)부근에서 만나게 된다. 감나무가 10여그루있는 야영장이 있고 화장실, 간이매점도 있다. 석실에서 조금 오르면 용이! 머리를 흔들고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는 요룡대(搖龍臺)가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전설의 그 정취를 상상할 수 없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일명 ꡐ와운마을 진입로 확장 공사ꡑ로 아름다운 계곡과 산모퉁이가 심하게 훼손되어 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환경단체, 산악연맹, 몇몇 일간지 그리고 지리산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길은 뚫리고 말았고 그 길 위로 잔인하게 오르락거리는 차량들을 보면 고개가 흔들린다. 요룡대가 아니라 요두대(搖頭臺)가 되고 말았다. 서둘러 그것을 뒤로하고 반야교를 건너 길을 재촉하면 탁룡소가 나온다. 긴 암반위로 폭포를 이루며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이며, 가을 단풍사이로 보이는 맑은 물은 가을계곡의 정취와 느낌을 한껏 더한다. 이어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살다 죽은 곳 ꡐ뱀소ꡑ 암벽이 병풍을 두른 듯한 ꡐ병풍소ꡑ등 아름다운 소(沼)가 이어진다. 아치형 교각 명선교와 옥류교를 거쳐 정진(精進)스님이 산신제를 올리던 제승대를 지나 뱀사골 상류지점에 다다른다. 작은 지류가 합수되고 경사도 약간 거칠어지면 뱀사골산장이 가까워! 졌다는 특징이다. 어떤 지도를 보면 ꡐ막차ꡑ라고 표기되어있다. 옛 도벌꾼들이 도벌한 나무 운반을 위하여 여기까지 찻길을 냈는데 ꡐ마지막 찻길ꡑ의 준말 같다. 뱀사골 주변의 반야봉, 명선봉쪽에 어지럽게 희미하게 난 길들은 도벌꾼들이 만들 도벌길이었다 한다. 여기서 한다름 오르면 넓은 숲 속의 평지에 ꡐ뱀사골산장ꡑ이 나온다. 여름철은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와 주변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가을철에 이 코스로 늦은 오후 산행할 경우 1박 장소로 적당한 위치다. 산장에서 200m오르면 화개재(1260m)가 확트인다. 지리산 본 능선에서 가장 낮은 능선이다. 그래서 지리산 북쪽의 석실, 반선, 와운, 달궁사람들의 산나물, 약초 등의 곡물, 하동포구의 해물 등이 이곳에서 물물교환 하는 장터자리이기도 하여 화개터라 부르기도 했다 한다. 그런데 이곳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은 ꡐ뱀사골정상ꡑ이라 표시되어있다. 계곡의 정상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ꡐ화개재ꡑ라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표기했는가 싶은데, 본래 이름은 ꡐ화개재ꡑ이다. 화개재에 올라 오른쪽은 삼도봉, 노고단 방향 산행로이고 왼쪽은 천왕봉 방향의 종주 코스로 우리 산행로와 같다. 주능선의 토끼봉(1572m), 총각샘,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산장에 약 2시간 정도면 도착된다. 여기 연하천에서 와운까지는 등산객이 별로 찾지 않는 호젓한 산행길이다. 연하천산장에서 물을 약간 준비하고 산장 뒤편으로 돌아가면 등산로가 보인다. 산장 관리인들은 이길을 아끼기 위해 길을 감추어 놓은 게다. 그러기에 산행로가 깨끗하고 잘 보존되어 있다. 우리도 물론 더욱 아끼는 마음으로 산행해야 할 일이다. 이 길의 특징은 계속되는 흙길 위에 낙엽이 부식되어 발의 촉감이 그만이다. 때가 늦가을이다면 더욱 좋은 등산로가 된다. 1시간 정도 산행하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잠시 휴식을 추한 후 다시 40분 정도 산행하면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낙엽에 파묻힐 정도 멋진 산행이 이루어진다. 동굴 속 같은 숲길을 지나면 와운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에 도착하면 찹찹한 느낌이 온다. 상업형 기형신도시(?)가 조성되어 있으며 뱀사골 석실의 요룡댄가 요두댄가에서부터 뚫려온 찻길이 마을 깊숙이 휘젓고 있어 옛길의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 그 흉측한 큰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다행히 오른쪽으로 옛길이 보인다. 예전엔 그 길을 따라 가다가 큰 정자나무 밑 잔디에 앉아 그날 산행을 정리하며 담배 한대를 즐겼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 지리산 훼손만이 덩그러니 머리에 남는다. 산행 그 자체도 훼손의 시작인데 어쩌면 말하라 자격도 없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ꡒ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보호한다. 자연은 보존의 대상이다.ꡓ 처음 출발했던 뱀사골 관리사무소 옆까지 오솔길은 지금도 다정다감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