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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0 | [사람과사람]
우리고장 이야기가 곧 역사가 된다 순창문학회
장교철 순창문학회회원 순창고 교사 (2004-02-03 11:38:40)
그래도 한때는 인구 10만이 넘었던 순창이 지금은 인구 4만도 되지 않는 쇠락한 고장임을 밑바탕으로 깔고 보자면 사실상 문화를 생각한다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다 순창은 지형적으로 다른 인접 군이나 인근 대도시와 가깝다보니 군 자체 군민의식 결집력도 분산되어 있는 편이다. 한때 어느 면은 정읍시로 편입을 요구하기도 해 술렁거리기도 했고 대부분이 고장 사람들의 생활권은 광주에 줄을 대고 있는 형편이기에 기층에 잠재되어 있는 순창의 건강한 삶을 일궈가고 순창 문화를 선도한다는 것이 어떤 고장이나 도시보다 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ꡐ순창문학회ꡑ는 순창에서 순창 문화를 창조해 내며 향토 문화에 나름대로 힘을 보여주고 있는 조직적인 단체임을 자부하며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소위 문화라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더 큰 문화에 빠져 이곳에 머물러 있기가 어렵게 되다보니 이곳에 남아있는 몇몇 사람들이라도 향토문화의 조그마한 힘이나마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아 지난 92년 8월에 첫발기 모임을 갖고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 회는 출발부터 기본적인 자질이나 원대한 문화 구상은 차지하고 단순히 먹고 사는 일과 함께 문학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면 족했다. 현 미선광 회장(전 행정직 공무원)을 필두로 6명이 모여 창립식을 갖고 아주 조촐하게 모임을 꾸렸다. 지금은 아름아름 소식으로 접해서 참여한 회원이 20여명이나 되지만 문학의 질이나 깊이를 가늠한다면 초보적인 소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다. 그래서 회원들은 나름대로 꾸준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고 매년 여러 가지 행사를 함께 하며 문학에 대한 열의를 가꿔왔다. 그 중요한 일차적인 작업으로서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잡아가기로 했다. 각자의 작품을 모임 때 발표하여 회원간의 강평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의 시 방향과 작업의 의미를 터득하는 자리로 굳혀가고 있는데 2년이라는 일천한 역사와 함께 아무래도 연령층이 높다보니 작업의 진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동안 회원들의 작품을 서로 대하면서 나타난 문제점 중의 가장 큰 요인은 아직도 많은 회원들이 문학에 대한 인식의 허구성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삶과 유리되고 무관한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자신의 생활을 표현하는 작업부터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결코 문학을 생활의 여기(餘技)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한 부분을 흔적으로 남기며 조그마한 소도시의 문화에 조금이나마 윤택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견의 일치부터 출발했다. 20명의 회원들이 연령분포를 보면 40대 초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일을 추진하는 힘의 필요성을 갖고 있지만 살아가는 양태가 각양각색이다 보니 의식의 합일점을 찾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자기 농토를 버리고 30리밖의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농투사니를 비롯하여 관공서의 책임자, 군의원, 농민회 회원, 공무원, 교회 장로 등 참여하는 층이 다양하다보니 회원들이 창작해낸 작품들의 이야기가 다른 회원들에게 또 다른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영양소가 되고 있다. 살아가는 사소한 이야기로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읍내 바닥에 떠도는 소문으로 들뜨기도 하면서 그런 내용들을 같이 엮어가기도 하는데, 작품과 함께 회원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는 다른 회원들에게 여러 가지 작품 소재거리로 제공되고 있어 만남이 늘 싱싱하기만 하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고장의 이야기가 곧 한 역사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한 차원 더 높여 우리가 살고 있는 순창의 문화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며 아직 손닿지 않는 우리 고장의 문학을 어떻게 엮어 낼 것인가를 고민하며 가시적인 일부터 같이 하기로 했다. 먼저 내년 봄에는 우리 고장의 문학적 사실(史實)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가령 ꡐ설씨 부인ꡑ 의 ꡐ권선 문첩ꡑ의 작품성을 고찰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윤정모의 ꡐ들ꡑ의 소재가 되었던 곳과 인물들을 만나는 일 등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는 년차적인 사업으로 순창 출신 작가의 기념비나 생가를 단장하여 이 고장 후배 문학인들에게 산 현장을 보여 줄 예정이다. 이런 작업을 해! 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으로써 우선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맨 먼저 ꡐ문학기행ꡑ을 실시했다. 회원 대부분이 순창에서만 생활 근거지로 삼고 살아왔기 때문에 책으로만 공부하고 선험적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부분들을 직접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공부로써는 상당한 효과를 주고 있다. 일년에는 두 차례씩 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군산 옥구 익산 지역을 기행하면서 채만식 문학비와 가람 선생 시비 등을 살펴봤으며 나주 영암 강진 해남지역에서는 영랑 생가와 이동주 시비 등을, 그리고 광주 담양일대에서는 조선 시대의 정자를 둘러보고 한 고장의 문학적 인물을 어떻게 기리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올 가을엔 남원 구례 하동 일대를 기행하면서 순창을 휘감고 돌아가 는 섬진강 주변의 애환과 ꡐ토지ꡑ의 문학적 산실도 더듬어 볼 예정으로 있다. 대부분 날짜를 1박2일 일정으로 잡고 밤에는 기행 지역 작가와 함께 하는 시간까지 마련하면서 문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일년에 두 차례씩 출향문인을 초청하여 특강도 마련하여 회원들 간의 정서적 교류와 함께 우의도 돈독히 하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철에는 자체 수련회를 통해서 문학회 사업과 회지 발간 등을 계획하고 반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리산, 추원산, 동락산 등에서 실시한 바 있는데, 작년 7월에 회원들의 첫 작품집 순창문학ꡑ이 선보였으며 올 7월엔 3백 쪽 분량이 넘는 ꡐ순창문학ꡑ 동인지 창간호를 발간하여 문학회로서의 성과물은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창간호에는 순창출신 출향 문인들의 작품을 특집으로 꾸며 순창문학의 교감을 같이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엔 문학회 사무실도 마련하여, 앞으로 더욱 활발한 모임이 이뤄져 순창 문학진작에 기대를 하고 있다. 10월엔 현회원들이 70년대 초 읍내 다방에서 가졌던 시화전을 다시 계획하고 있다. 문예지에 정식 등단한 회원은 겨우 5명, 올해도 신형우회원이 ꡐ소년문학ꡑ6월호에 동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 선대규 회원이 계간 ꡐ문예 연구ꡑ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있었다. 2년 후에 완공 예정인 군민회관이 들어서면 사무실 한 칸을 얻어야 하는 긴장 때문에 우선 올해 한국 문인협회 순창지부 결성문제가 회원들의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여타 문학 단체와 꾸려 가는 방법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ꡐ순창문학회ꡑ가 나름대로 순창에서 순창 문화의 큰 힘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구성원과 실무진들이 이 고장에서 중추적인 생활과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순창 문학회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지속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인접 문화와의 관계가 소원하고 선진 문학 단체나 작가들과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회원들의 문학에 대한 자아 열정이나 정진이 더 많이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ꡐ순창문학회ꡑ가 문학 활동을 통해서 이뤄내야 하는 중대한 일 중의 하나는 올바른 순창 문화의 길잡이가 되어 척박해져 가나 농촌 문화를 바로 세우는 일과 이 고장 사람들의 고향 의식에 대한 정체성을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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