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0 | [문화칼럼]
민족의 성지 모악산
글/최순식 모악향토문화연구회 회장
(2004-02-03 11:27:37)
모악산은 전주의 주산(主山)이오 우리나라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이며 민족 신앙의 발상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전주 모악 민족의 영산으로 우러러 받들고 찾는다. 모악산은 노령산맥의 주봉으로서 해발 793m의 전주권 유일의 큰 산이오 문유적이 많은 유서 깊은 명산이다. 모악산에는 법상종의 개종조(開宗組)인 진표율사가 개창한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가 천삼백 년의 역사와 함께 고색이 창연한 국보 62호의 미륵 전은 장엄하기만 하다. 백제유민의 저항문화가 이곳에 후백제를 건국하였고 정여립의 대동계에 이어 동학혁명의 진원지 역할을 하였던 금구원평취회(1893.3)가 이곳 모악산 자락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이 금산사 미륵의 화신이라고 하였던 강증산(姜甑山)의 해원상생철학인 민족 신앙이 이곳 모악산 대원사에서 창도도어 오늘의 민족종교를 이끌고 있다. 강증산과 그의 제자와의 문답을 학암(鶴菴) 이중성(李重盛) 편술의 천지개벽경 권지六병오편(p266)을 보면 ꡐ弟子-問 天下之山河大源이 爲流一하면 何山 爲宗平잇가
曰 全州母岳山이 爲天下母山하야 作大宗하노라
弟子-問曰 天下之山이有母山하면 亦有父山平잇가
曰 渟昌 回文山이 爲天下之 父山하나니 代世에 母岳回文이 爲力山之父 母山也니라ꡑ하였고 청음 이상호(李相昊)저작의 대순전경 제3장 136구절(p158)을 보면 ꡐ매양 구릿골 앞 큰 나무 밑에서 소풍하실 새 금산안과 용화동을 가르키며 가라사대 나의 기지라 장차 꽃밭이 될 것이요 이곳에 인성(人城)이 쌓이리라 하시고 또 天量地量人量後 天下之大金山寺라고 말씀하시고 또 萬國計 南朝鮮 淸風明月金山寺 文明開化三千國 頭數建用 九萬理라고 외우시고 또 世界有血北山出를 외우시니라ꡑ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 민족종교의 창교주 강증산의 어록에서 인용한 글이지만 전주모악산은 민족 신앙의 발상지로서 미륵신앙의 성지로서 민족의 영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육관도사 손석우씨의 예언과 북의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인한 파문은 온 국민의 화제와 함께 주시의 대상이 된 산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종교에서는 앞에서도 예시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명산이 아니라 천하의 명산으로 후천개벽의 용화 세계가 전주 모악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종교적인 예언이기는 하지만 애향차원에서 흐뭇한 마음 그지없다.
그렇게 유명한 민족의 영산 전주 모악산이 오늘날 어떠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
최근 필자는 모 방송국 촬영관계로 전주 모악산을 오른 일이 있었다. 전주 구이 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푸른 계곡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산새가 지저귀는 오솔길의 등산로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파헤쳐놓은 ! 공사판 논두렁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줄을 이어 오르는 등산객도 많으려니와 등산로가 너무나도 황폐화되어 앞서가는 발자국 먼지에 얼굴을 못들을 정도로 먼지가 펄펄 날렸다.
휴지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모악산 정사에는 방송국 송신소와 함께 군 통신소가 자리 잡고 철조망이 둘려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어찌 그것뿐인가 건물 뒤편에 돌다가 보니 그곳에서 내다 버린 쓰레기와 오물이 여기 저기 코를 못들을 정도로 버려진 것을 보고 발길을 멈춘 채 얼마동안 쳐다보았다.
언젠가 모악산 금산사 계곡에서 빈 드럼통이 떠내려 오다가 계곡의 바위틈에 끼여 있는 걸을 보고 이것이 어디서 온 것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였던 때가 있었고, 그 이듬해 큰비로 그 드럼통이 금산사 아래 금평 저수지 수면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었는데 모악산 정상 건물 주변에 드럼통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그것이 그것이었구나 하고 그때의 궁금증이 풀리었다.
완주군 구이면 소재지에서 오르는 모악산의 등산길에는 그 입구에서부터 무질서하게 들어선 건물부터가 등산객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래도 모악산을 전주시민뿐만 아? 灸?전북도민의 공원이오 휴식처인 동시에 마음의 고향이다 토요일 일요일? 見?수천 명의 등산객이 줄을 이어 장사진을 이룬다. 해마다 당국에서는 모악산 개발에 얼마의 예산이 책정되었다고 언론매체를 통해 심심찮게 보도가 되는데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도 모악산은 등산객들의 학대와 당국의 무성의로 펄펄 나르는 먼지와 쓰레기와 온갖 오폐수로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수많은 자가용 등산객들이 산 아래에 차를 주차해놓고 살을 빼기 위해 산을 오른다고 한다. 살을 빼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는 등산이 최고라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르내리며 주고받는 이야기다. 온 가족이 어린아이까지 손을 잡고 떨어진 휴지 쪽을 주으며 오순도순 산을 오르는 가족등산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문화인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건강에는 누가 무어라고 해도 등산이 최고라고 하면서 하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인색하고 무관심하다.
필자가 언젠가 경기도 과천에서 며칠을 지낸 일이 있었다. 새벽에 약수터에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갔었다. 신작로에서 약 1.5km는 걸어 올라가는 산길이었다. 팔십 노인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도록 잘 정리된 계단에다 군데군데 휴식처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드디어 약수터에 올라가 보고 깜짝 놀랐다. 약 삼백 여 평 정도 넓은 곳에 나무 사이사이로 보기 좋게 터가 다듬어져 온갖 운동기구가 구비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편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시청에서 만들어 주었겠지 하고 함께 간 분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저기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가판을 보니 ꡐ우리건강을 지켜주는 우리의 약수터 우리의 정성과 성금으로 가꿉시다ꡑ라고 적혀있고 그 밑에 지난달에 성금해주 신 분 명단이 줄줄이 적혀있는데 많게는 기십 만원 적게는 기 천원 합계가 삼백만원이 넘는 것 같았다.
휴일이면 수천 명씩 오르내리는 모악산 등산로에도 모악산의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는 성금함이 등장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