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9 | [사람과사람]
참된 의료현실에 앞장선다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 한의사회」전북지부
글/김연희 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0:59:13)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아사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과 사명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되어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이런 일은 매스컴을 통해서 들려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으며 우리의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다.
자신의 삶에 철저히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에 하나로 의료계 종사자를 들 수 있다. 자신뿐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직업의식이 필요한 것이리라.
민족의학이라 자부하며 국민보건에 힘쓰는 한의사들의 삶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동양의 특수한 의술로 인식되어 왔고 민중들의 의학으로 가깝게 느끼면서도 제도화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커 나온 한의학이 대학 내에서 학문으로 자리 잡고 한방 전문병원이 생겨나는 등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이 뿌리내린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다.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마치고 나온 젊은 한의사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젊은 한의사들이 모여 의료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한의사회」전북지부는 한의사의 근엄(?)이전에 젊음으로 민족의학의 건강성을 지켜가는 맥을 느낄 수 있는 단체였다.
90년 2월 결성된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 한의사회](이하 청년한의사회)는 민족의학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뭉쳐져 있다. 회원과의 활발한 유대를 다지면서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 의료의 사회화를 실천해 의료모순을 극복하고 사회 각 부분과 연대, 민주사회 실현에 노력 시대적 요구에 합당한 의사상 구현에 목적을 두고 활동해 오고 있다.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의료 활동과 건강교육 및 상담을 시작으로 한의학의 대중화 및 민중성 등에 대한 교육홍보사업, 반공해 및 반전 반핵운동을 통한 건강권 확보사업, 생활환경, 작업환경에서 비롯된 반건강 요소 및 제도에 대한 한의학적 대처, 보건의료와 관련된 자료수집 및 연구 활동, 사회 민주단체 및 의료단체와의 연대 지원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ꡒ우리나라에서 한방 의료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체제가 역사가 흐른 만큼 비례로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국민건강향상은 한의학이 대중적 발전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확신과 한의학의 존립은 곧 청년한의사회의 존립과도 같다는 신념으로 청년한의사회 전북지부장 안철호씨는 이렇게 말한다.
청년한의사회 존립 근거이기도 하며 한의학이 가장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로 대중화문제를 든다. 대중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시골 중에도 전형적 농촌마을을 선정해 6개월에서 1년 동안을 매주 일요일마다 진료를 나서고 있다. 빈민촌이나 사업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락 마을 단위로 찾아가는 농민의료가 특징인 의료봉사활동은 농민회 소개로 마을을 선정, 20여명의 청년한의사회 회원들이 진료날을 정하고 교대로 진료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매주 봉사활동의 결과물로 평가서를 만들어 지역적인 질병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한의학적 대처방안을 마련, 개선방안을 찾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모든 진료와 약, 침 등을 무료로 진료해주어 그 지역 환자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단지 무료이기 때문이 아니라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그 반응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90년 6월부터 완주군 비봉면 수선리, 정읍군 옹동면을 거쳐 현재는 익산군 왕궁면 나환자들을 매주 찾아가고 있다. 다른 지역의 진료보다 이 지역의 진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자유롭게 도시에 나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편한 몸이 아닐 뿐 아니라 한방진료는 시설자체가 없기 때문에 나환자들의 진료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한다.
매주 나가는 순회진료이외에 여름철이면 사나흘간의 일정으로 90년부터 하계진료도 빠짐없이 나가고 있다. 위도, 김제군 백산면, 고창군 해리면, 지리산 뱀사골(남원군 산내면)등의 마을 주민들을 찾아 간호학과와 함께 의료 진료에 나서는 것이다. 무료진료 활동에 아쉬운 점이 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거의 절대적으로 호응이 높다고 한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국민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면 고쳐져야 할 제도가 너무 많아 아쉽고, 민중의학을 계몽하고 함께 이해시키지 못하고 단지 봉사활동에 그쳐 의료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아쉬움이 더한다고 한다.
청년한의사회는 요즈음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와 보험급여확대를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급여와 본인 부담금 인하, 보건 의료기관에 대한 지급 등이 하향평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관리운영비의 대폭절감은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급여확대를 통해 더욱 큰 개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료에 다가설 수 있는 일로 전 국민의 상부상조 제도, 국민들의 건강권과 보건의료기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나라 보건 의료체계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서울의 범국민연대회의가 주축이 되어 전북지부에서도 홍보활동 등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서명운동, 공개토론회, 성명서 발표, 피켓 홍보활동, 보건의료단체 임원 간담회 등을 통해 의료보험법 실시촉구활동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ꡒ젊은 한의사들의 힘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중의료의 실현이라는 큰 과제를 이루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은 우리 청년한의사들의 몫입니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활동해 대중들에게 가까이 있는 의료인으로서 청년한의사들이 곁에 있을 것입니다ꡓ 안철호 회장의 말에는 힘이 들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 줄 아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쉽지 않은 일을 지치지 않고 해나가고 있는 청년한의사들. ꡐ참된 의료실현ꡑ에 그들의 맥이 힘차게 뛰어 움직이는지 많은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