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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8 | [사람과사람]
글을 통해 세상을 그린다 「전주 어린이 글쓰기 연구 모임」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0:28:17)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란 말이 간간히 들려오더니 빠른 속도로 글쓰기 운동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대학입시제도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글쓰기에 관한 인식 또한 급속히 달라져 가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가르치는 대로만 공부하는 아이'가 아닌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 나선 전주 어린이글쓰기연구회 교사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진 까닭도 여기에 있다. 91년 10월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전주어린이글쓰기연구회」는 전주를 중심으로 글쓰기에 대한 공감대를 조용히 넓혀 오고 있는 단체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글쓰기가 과외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백일장선 수양성'이라도 하는듯한 잘못된 글쓰기 교육이 적잖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활동 폭을 넓혀가는 「전주 어린이 글쓰기 연구 모임(이하 약칭 전어글연, 전주시 중앙동 1가 11-3, 전화 86-6811)」은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익혀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대화하며 생각을 넓히고 가능성을 이끌어 주어 공동체를 통하여 이웃과 사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참인간 형성, 개인과 사회의 알맹이를 잡아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가치관을 정립시키며, 문화유산의 올바른 전수를 위하여 좋은 책을 골라 읽고 한국인의 역사를 아는 이 땅의 주인이 되게 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 「전어글연」의 근본 목표이다. “「전어글연」에서 실시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책읽기, 글쓰기, 토론과정 등을 통해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아가게 하고 사람과 환경을 사랑하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꾸려져 있다.”고 말하는 황숙회장은 활기에 차있다. 80여개팀 총4백 50여명의 어린이들이 「전어글연」의 식구들이다. 지도교사는 11명으로 전주시 아파트가 많이 밀집해 있는 효자동, 우아동, 송천동, 삼천동, 인후동 등의 아이들을 찾아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고 있다. 팀을 짜서 학부모들이 요청을 해오거나 글쓰기 지도를 교사가 팀을 만드는 경우 등 여러 방법으로 구성되는 팀은 「전어글연」의 회의 속에서 지도 팀을 적절히 배분하거나 조정해 교사가 지도에 나서고 있다. 방문지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지도교사들의 발걸음은 바쁠 수밖에 없다. 보통 초등학교 규모로 학생들에 대한 글쓰기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개인적인 지도를 나가지만 「전어글연」속에서 교육 지도안에 대한 고민 연구, 각자의 사례발표, 수업평가 등 더 나은 지도교사로서의 면모를 위해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1주일에 한번씩 이러한 일을 논의하는 회의시간을 가지며 소식지 발행, 초청강연회, 어린이 환경학교, 어린이날 잔치 한마당, 전주 문화 유적지 탐방 등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글쓰기뿐 아니라 더욱 깊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글쓰기는 학교에서의 국어나 영어 수학과목과는 틀립니다. 글쓰기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유분방함 속에 자유로움이 배어 있는 순수한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장애가 될 때 글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어린이들의 세계를 중시하는 「전어글연」의 중요한 역할은 글쓰기에 대해 막연해 하고 자신 없어 하는 그 벽을 깨뜨리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이것은「전어글연」을 통해 확연히 보여지는 효과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전어글연」지도 교사들은 스스럼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며 책 보는 시간이 늘어가는 아이들의 글속에서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를 알 수 있으며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아이들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글쓰기 지도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매일 쓰는 일기부터 정성껏 지도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전어글연」의 교사들은 매우 바쁘다. 자신이 맡은 팀의 글쓰기 지도 준비에서부터 정기적으로 어린이 글모음과 어린이 신문을 어린이가 주체로 만들도록 하며, 매주 열리는 회의 준비, 월례회의를 통해 주제발표, 주제토론, 동화읽기, 어린이 시 읽기 등을 실시 해오고 있으며 「전어글연」소식지 『신나는 어린이 글쓰기』발행, 교사 연수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지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글 종류별, 학년별 지도안 연구와 어린이 글 합평, 우리 지방을 바로 알기 위한 교사 자체학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외부와의 연대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매년 참교육 학부모회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날 잔치 한마당에 「어린이글」전시 등 어린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장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전어글연」의 올해 눈에 띄는 굵직한 행사는 적지 않다. 그 중에 하나 우리고장문화유적지 탐방을 어린이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기전, 오목대, 향교, 풍남문 등에서 실시했다. 전주에 살면서도 잘 알지 못한 전주의 유적지나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학부모를 위한 「어린이 글쓰기 교육,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초청강연회를 가졌다. 글쓰기 교육의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초청강연의 형식으로 모색하고 제시하는 시간으로 지역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들의 글쓰기 교육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자리였다. 얼마 전에는 부모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 안내방송을 했다. 한 달 동안 생활문에서부터 감상문, 기행문, 가족신문만들기 등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안내를 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글합평으로 생활문, 시, 설명문, 주장하는 글, 감상문, 일기글, 신문 만들기, 견학기록문 등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글쓰기 지도 진행방법을 예문중심으로 지도할 계획이다. 좋은 동화 선정 후 함께 비평 나누기를 준비하고 있다. 책과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어린이 도서 목록, 책 고르는 법, 책읽기 지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계획이다. 주제토론으로 시사적인 문제, 성교육 학습과 비디오, 어린이들이 볼만한 비디오 또는 비디오 활용문제 등 어린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글쓰기가 양적으로 폭발적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읽기, 견학, 독후감등 마무리까지 어른들이 솔선수범하여야 하고 어른들과 같이 하는 모습에서 아이들도 빨리 변화될 수 있습니다. 영상매체는 생각하는 것을 줄이는 지양해야 될 매체이므로 어른들이 함께 주의하며 신경을 써주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고 한다.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에 글을 통해 세상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의 단순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생각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전어글연」이 바라는 세상이다. 모든 어린이들이 시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전어글연」의 활동이 지치지 않고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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