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8 | [문화시평]
농민들의 목메인 함성을 들었다
「흐르는 물, 서는 땅, 피는 꽃」展
김선태/미술평론가
(2004-02-03 10:24:04)
조선 마기 봉건체제의 수탈과 외세의 침략에 맞서 일어난 동학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고 되새기는 미술전이 동학혁명의 진원지인 이 지역에서 열러 보는 이들의 가슴에 새로운 역사 인식의 디딤돌이 되었다.
허효범, 전양기, 남민혁, 박상배 등이 「흐르는 물, 서는 땅, 피는 꽃」이라는 주제로 지난 7월1일부터 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그간 타 지역에서 작가들을 선정해 기획한 전시와는 다르게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작품을 일구어 내고 있는 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치루어 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양화, 한국화, 테라코타, 입체작업으로 이루어진 전시에서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100년 전의 시대상황과 주역에서부터 역사적 사건에 대한 깊이 있는 회고나 UR정국 속에서 날로 피폐해 가는 농촌 현실을 보는 농민의 깊은 시름 저린 가슴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신선하고 발랄한 재구성으로도 나타나며, 100년 전의 농민과 오늘의 농민을 대비하고 연계하여 그 정신을 이어받아 깨어가는 정신으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현재사이에 무엇이 그르고 무엇이 정당한가를 되새겨 볼 때, 미술인들이 해야 할 일 등 각자의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전시 오픈때 참여 작가 개개인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작품제작과정과 내용을 관객 앞에서 설명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여 그간 획일화 되고 구태의연한 전시방법에서 탈피한 점은 앞으로 작가들이 취해야할 태도로써 인식되기도 했다.
오브제를 통한 입체작업으로 일관해 온 박상배의 작품은 때로는 신선하고 발랄한 재구성을 통해 100년 전의 역사의 주체와 오늘의 민중을 대비하고 연계하여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깨어가는 정신으로 잘 표현되어져 있다.
허효범의 작품은 역사를 묵묵히 안고 있는 땅속의 뿌리를 통해 선열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백 년 전 농민군의 함성이 우리의 의지를 일깨워 주고 있으며 그들의 지향은 우리가 가는 길에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의식을 푸른 새싹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화의 전양기는 민화와 채색화의 기법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부단히 시도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소외된 계층의 목메인 함성을 들을 수도 있었다. 그가 양식상 전통 민화 등의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조형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전통적 양식의 활용이 얼마큼 성공적인가 하는 것은 각 작가의 조형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현대의 송형성에 접목시켜 전통의 재해석이란 측면에서 볼 때 미술사적으로 대단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남민혁의 테라코다는 살아감에 대한 고집스런 숨결이 느껴지는 작업이며, 흙이라는 소재로 구현한 현재의 농민의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각에서 인물의 골격은 서양인의 모습을 담고 있으나 남민혁의 작품은 조선 토종의 서툰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조각계는 기성작가들의 안일한 작업방식 내지는 전통조각 양식의 발전적 계승에 대한 회피와 방기가 만들어낸 공백이 너무 크다고 볼 때, 한국적 조각 민족적 조각의 맥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이를 염두해 보면, 그의 작업은 전통가마를 재현하여 전통적 기법계승에 몰두하고 있으며, 흙으로 일구어낸 농민의 표정은 100년 전의 동학농민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시대는 다르지만 항시 소외계층으로써 자리 잡은 농민의 모습에서 현 정부의 무책임한 농정을 질책하고 있는 목메인 함성을 들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