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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 | [ 마당수요포럼]
2. "풍남제는 명절이다"
(2014-02-14 18:01:44)

“풍남제는 명절이다”


정리_최정학기자


이종진 전북대 강사- 지금까지 풍남제에 대해 여러 가지 담론들이 있어왔고, 한편에서는 ‘놓지도 못하고 들지도 못한다’는 표현까지 나왔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풍남제전위원회에서도 나왔고, 전주시 뿐만 아니라 풍남제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오셨다. 오늘 포럼에서는 먼저 풍남제 성격에 대해 말해보아야겠다. 그 다음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분명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풍남제의 외적인 환경과 내적 환경을 점검해보고, 이에 따라서 변화의 방향을 짚어봐야겠다.

세 번째는 풍남제를 놓고 형성되고 있는 다양한 이해집단들에서 제기되는 담론들을 짚어봐야겠다. 풍남제의 변화에 따른 담론들과 입장들을 들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라고하면 풍남제라고 말한다.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대한민국에서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풍남제를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먼저, 풍남제의 성격이라고 하면, 하나로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안상철 풍남제전위원회 사무국장- 그동안 풍남제 연구위원으로 활동한지 10년이 됐고, 지난 5회 동안은 총감독으로 일했었다. 공적인 견해와 사적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포럼의 발제를 의뢰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확정된 바도 없고, 공적인 견해와 사적인 견해 사이의 애매모호한 지점에 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고사를 했었다.

먼저 사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개인적으로 느끼는 풍남제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개념이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가고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가고 가족들 간의 화합을 다진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나 명분이 없더라도, 풍남제라고 하면 마치 명절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혈연적인 축제가 아닌가 한다. 때문에 많은 돈을 들이면서 가족과 친척들의 선물을 사고 그 교통난을 이겨내며 고향에 찾아가고, 힘들게 제수를 마련해서 제사상을 올리는 것이 경제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부분을 떠나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처럼, 풍남제 또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이해타산을 떠나서 자연스럽게 존속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이 의견이다.

김영배 천년전주사랑 이사장(이하 김영배)- 금방 안상철 총감독이 풍남제와 명절을 빗대어서 얘기하신 것이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전주시민에게 풍남제는, 평상시에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구경거리들을 볼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 만나고 하는 자리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처럼 익숙해졌던 전주시민들의 잔치가 풍남제가 아닌가 한다. 단순한 축제의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말이다.

정성엽 전주한옥마을예술공동체 단장(이하 정성엽)- 2005년에 풍남제 컨설팅을 할 때 여러 가지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여기서 나왔던 얘기들 중 하나가 단오축제로 가야하고, 주민화합형 축제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불과 2년도 채 안된 얘기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는 용도폐기 되어버렸다. 이것이 문제다. 풍남제의 방향이나 정체성의 문제를 떠나서, 1년간 지속된 논의가 하루아침에 폐기되어 버린 것이다.
  
이종진- 2005년도에 함께 컨설팅을 했었다. 당시 전북대학교 전라문화연구소에서 했던 것이다. 용역보고서도 아니고 풍남제의 방향에 대한 결론도 아니었다. 대학이 주관이 되어서 ‘풍남제에 대해 논의 해봐라’해서 했던 것이다. 풍남제에 대한 논의의 한 과정이었고, 이 과정들을 열거해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당시에 풍남제를 주민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가자고 했던 것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은 분명하다.

지역의 세시풍속 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어른들이 얘기하는 것이, ‘4월 초파일에 뭐하십니까’하고 물어보면 절에 가고 남원 춘향제 간다는 것이었고, ‘그럼 5월 단오에는 뭐합니까’ 하고 물어보면 전주 풍남제 보러 간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풍남제는 하나의 명절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풍남제를 ‘축제’라고 얘기하면서, 축제를 산업적 측면으로 보기도 하고, 관광적 측면으로 보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외적으로 많은 주문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풍남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정성엽- 축제를 바라보는 제 입장은 명확하다. 축제는 그 지역이 가지는 내적 역량을 분출하는 계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풍남제가 바로 전주의 내적역량을 보여주는 행사다. 인위적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든 것, 즉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축제는 한없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풍남제는 다르다. 어느 정도의 예산만 지원해주면, 내적역량으로 충분히 굴러간다. 뿐만 아니라, 풍남제 자체가 전주 문화의 내적역량을 키우는데 커다란 일조를 했다.

최근에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들을 만나보니까. 공무원들이 입장에서는 돈을 얼마만큼 들이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성과가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대비 효과만 나면 5억이 아니라 500억도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과연 풍남제가 들어간 예산만큼의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종진- 그렇다면, 지금도 풍남제가 전주의 내적 역량을 담고 있는가라는 것을 짚어봐야겠다.

김영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차체마다 축제가 넘쳐나고 여기에 돈도 많이 들어간다. 축제가 하나의 지자체를 홍보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전주국제영화제는 기획축제다. 외부에 알리고 파급효과를 노리고 하는 축제다. 하지만, 풍남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축제다. 전주국제영화제 같은 축제와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그냥 즐기면 된다. 그러다가 외부에 알려지고 산업적 효과를 발생시키면 좋은 것이다.

이종진- 사람마나 축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이벤트로 보고, 어떤 사람은 문화예술행사로 생각한다. 종이축제와 풍남제는 분명 다른데, 똑같은 관점으로 봤을 때 문제가 생긴다.

풍남제에서는 우리들끼리 재밌으면 됐고, 우리들끼리 흥겨우면 되었지, 외부인이 얼마나 오는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었다. 이때의 기억이 명절과 같은 풍남제의 기억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면서, 풍남제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종민 전북대 교수(이하 이종민)- 오늘 이런 논의의 주제는 전주시가 풍남제에 대해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타당한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여기서 짚어봐야 하는 것은 전주시가 왜 이런 변화를 꾀했을까 얘기해보는 것이고, 그 다음이 이런 변화가 과연 바람직하고 타당한 것인가를 말해보는 것 같다.

풍남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워낙 많은 얘기들이 있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풍남제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지금 축제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축제는 어떤 목표를 두고 기획된 것이다. 이런 축제는 분명한 목적성과 지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역사성이 있고 자연발생적인 축제는 명절과 같은 것이다.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돈 걱정하지 않고 그냥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획된 축제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자연발생적인 축제 또한 기획축제와 같은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 같다. 굉장히 정교한 평가 지표가 필요한 것인데, 이런 지표도 세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단지 관광객이 몇 명 왔느냐 등 간단한 방법으로 평가하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키워간 축제를 단순히 경제적 지표만 갖고 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풍남제의 본질과 관계없는 잣대로 풍남제를 재단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의 중요한 계기가 된 것 중 하나가, 작년 재작년 했던 김장 축제가 성과를 내면서 안되는 건 좀 밀쳐두고 잘되는 것을 밀어주자는 측면이었던 것 같다. 또 하나 민선 4기가 시작되면서, 민간주도로 가는 것에 대한 불신,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이라던가 등의 불신 때문에 예산집행의 상당부분을 전주시가 직접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직접 집행은 아니더라도 관리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같다. 그동안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다보니 사실 예산이 인권비로 전용되는 등 조금 불투명하게 사용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민선 4기가 이런 것을 없애기 위해 민간부분에 보조되는 예산들을 대폭 수정하고 관리통제하려는 차원에서 풍남제에 대한 변화도 시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변화의 방향이 바람직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전주는 사실 그동안 굉장히 많은 비판들을 받아왔다. 기획력이 부족하고 변화가 느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전주는 계산이 느리고 자기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자생력을 키워왔다. 어떤 특별한 기획을 통해 자라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굉장히 잡다하다. 이것은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굉장히 답답한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굉장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기존의 역사성과 전통을 갖고 있는 것들은 그 나름으로의 타당한 논리와 명분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능하면 보존하려고 하고 유지시키려고 한다. 인위적인 기획이 들어가면 가능한 한 배제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재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정도의 변화를 하려고 한다면 충분한 논리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변화를 하기에는 그 명분이 약하다. 물론 시대는 어떤 창의적인 부분을 요구하는데, 지금까지 풍남제가 이부분에 있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명분도 약하다. 지금은 어떻게 기획력을 키울까를 고민해야지 판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풍남제전위는 법인이다. 물론 전주시에서 예산을 받더라도 전주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서는 안된다. 혁신적인 안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제전위가 시민들의 의견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서 기획안을 만들고 예산안을 내야한다. 시에서는 그 기획안을 토대로 예산을 깎던가 하는 방법을 써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축제의 방향 자체를 전주시에서 기획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전주시의 문화관련 공무원들은 바뀐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전주시의 문화현안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풍남제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를 관이 주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부천의 판타스틱 영화제도 민간주도로 하다가 관에서 개입을 하자마자 망해버렸다. 섣불리 관이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제전위가 시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이해가 안된다. 시에서 이렇게 변화를 주도한다면 뭔가 분명한 의견 표현이 나와야 한다. 시가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지금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앞으로 아주 좋지 못한 선례가 될 것이다. 풍남제전위원회에서조차 이렇게 무력하다면, 앞으로 대부분의 문화단체들의 상황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5월 단오제때 하는 행사를 전주예총에서 한다고 한다면, 같은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단히 금도를 넘어서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가을 풍남제는 이름만 풍남제가 붙지 사실 김장축제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제전위에서 이때쯤 되면 벌써 올해 축제 기획안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것은 제전위에도 아주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김승민 마당 기획실장(이하 김승민)-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지금까지 공론화 한번 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한 과정을 문화예술인들이나 시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공론화를 하고 중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풍남제의 변화에 대해 공감했지만, 지금 상황은 며느리가 음식을 잘 못 한다고해서 명절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분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정성엽- 풍남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말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서 저는 ‘풍남제 제자리 찾기’라고 말을 바꾸고 싶다. 자꾸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겨난 것 같다.

이종진- 오늘 발제의 내용은 이미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것이다. 아직 발표를 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래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2000년도 풍남제를 단오에서 5월 초로 바꿨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풍남제의 변화방향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왔던 것 같다. 축제에 있어 날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제자가 방금 ‘풍남제의 제자리 찾기’라고 말하자고 했다. 이에 대한 방안을 말해보자.

조진영 전주전통문화센터 문화사업팀 팀장- 서울시민에서 전주시민이 된지 3년 됐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왜 하필 풍남제인지 묻고 싶다. 전주에 많은 축제가 있는데, 왜 하필 풍남제 인지 모르겠다. 음식축제를 하고 싶은데 풍남제가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한브랜드를 주장하면서 한지축제를 건드리기는 어렵겠고, 영상의 시대에 영화제를 건드리기도 어렵겠고,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주장하면서 전주대사습놀이를 손대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말 많은 풍남제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50년이 된 축제가 지금에 와서 정체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스운 일이다. 지금까지 변화 없이 나이만 먹지 않았나 생각한다. 과연 프로그램 내에 정말 전주에서 풍남제가 치러져야만 하는 것들을 채운다고 한다면, 정체성의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5억으로 음식축제를 당장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소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주만의 음식축제를 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기획이 필요하다. 지금 상태대로 한다면, 결국 풍남제도 죽이고 음식축제도 죽이는 일이다.

치밀하게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예산 5억에 맞춰 음식축제를 급조한다면, 둘 다 죽이는 것이다. 음식축제를 하고 싶다면, 올해부터 검토와 기획을 시작해서 최소 2년 후쯤에 시작해야 한다. 풍남제는 풍남제 따로 논의를 하고, 음식축제는 또 따로 논의를 진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엽- 이번에 글을 쓰면서 논의의 초점을 어떻게 맞춰야 할 것인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와 논의들을 끌어내고 함께 얘기해보는데 발제문의 초점을 맞췄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시에서 예산을 댄다는 것, 그래서 시가 주도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예산적인 측면에서 자생력을 갖고 기획력을 갖는 것이다. 풍남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풍남제전위원회의 동력뿐만 아니라, 전주전체의 내적동력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종민- 예산부분 관련해서는, 전주시가 마련한 것이 아니고, 결국 전주시민들의 돈이다. 그리고 현재 문화에 들어가는 예산은 복지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자생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생력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당연스럽게 문화복지차원에서 들어가는 예산으로 생각해야 한다. 전주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관련 예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다른 예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류관현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 문화가 사는 나라가 번영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과연 문화가 있는가 묻고 싶다. 단순하게 전주하면 맛의 고장이라고 한다. 이것을 풍남제 속에 녹여 넣겠다고 시작한 것 같은데, 지금은 아예 풍남제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는 꼴이다.

지금 두 시간 가까이 포럼을 진행하면서 풍남제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 50년 역사의 풍남제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하지만, 풍남제라고 하는 이름이 브랜드화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축제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들끓고 해야 하는데, 풍남제는 우리지역 사람들만이 아는 것 같다. 풍남제의 정신과 역사, 전통은 남겨놓되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자고 전주시에 건의하기도 했었다.

포럼에 오기 전 풍남제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풍남제가 뭡니까’ 하고 물어봤더니,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단오지’ 라고 했다. 이것이면 정답이 다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제전위원회 자체의 기획력이 안된다면, 외부인을 데리고 오자. 우리 전주의 것이니까 우리의 힘으로만 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한계를 갖고 있다면 외부에서 인력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영배- 아까 말씀해주셨는데, 풍남제하면 단오라고 했는데, 맞다. 풍남제하면 단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풍남제를 가을로 옮겨 버리면,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새로운 자치단체가 들어와 정책방향이 결정되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문화예술인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영영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이 시점에서 문화예술단체가 학계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끼리라도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서 중지를 모아야 한다.

김승민- 처음에 이 주제를 선정하고 안상철 감독님과 접촉했을 때, 시기적으로 참 민감하고 제전위나 시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제전위가 풍남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면 오히려 지금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전위의 입장을 정리해서 중지를 모와 시와 협상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종민- 적어도 올해는 예전의 형태로 유지해서 가고, 적어도 1년 정도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방향을 잡아가야지, 지금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럽다. 역사를 세우기는 어렵지만, 지우기는 쉽다. 50년 역사의 전통을 가진 풍남제를 이렇게 하루아침에 변화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정대성 전주시청 문화관광과 문화행사 담당- 여러분들의 의견 잘 들었다. 들어보니까 왜곡된 부분도 있고, 상당히 비관적인 부분도 많이 나왔다. 지난해 축제들이 끝나고 8월까지 평가를 끝낸 후에, 9월 달에 시민들의 의견도 듣고 했다. 하루아침에 변화를 한 것이 아니다.
풍남제가 50년 역사를 가진 우리지역의 중요한 축제인 것은 맞다.

김제의 지평선 축제나 함평의 나비축제 같은 경우 역사가 길진 않지만, 내외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전국적으로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풍남제는 50년이 됐지만, 그 변화를 못 느끼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풍남제를 단오와 함께 하고,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올해 계획을 나누어서 짜게 됐다.

축제는 전통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전통을 버린다는 것이 아니고, 전통을 보존하면서 우리지역의 강력한 브랜드를 함께 접목시켜서 해보겠다는 것이다.

안상철- 여러 가지 말씀은 잘 들었다. 제가 2001년도에 처음 풍남제를 감독하면서 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는 것은 그 전까지 풍남제가 시의 예산을 받아서 사무국장이 일반 업체에 하청을 주는 식으로 치르던 것을, 2001년도에 처음으로 기획연출단을 만들어서 기획하고 행사 연출까지 하면서 풍남제를 치러왔다는 것이다.

해마다 평가회를 치르다보면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어떤 해에는 난장을 하자고해서 행사수입만 5,6억이었던 해도 있다. 이때는 행사 규모가 11억까지 늘어나기도 했었다. 지금이라도 난장을 하면, 전주시의 예산 없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장을 하면서 회의를 많이 느껴 폐지하고, 전주시의 예산 중심으로 풍남제를 끌어왔다.

지금까지 풍남제에 대해 너무 많은 요구조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난장도 해봤고, 전주의 역사나 전통문화를 컨셉으로도 해봤었다. 풍남제를 사랑하기 때문에 의견들을 내놨을 테지만, 그 의견들이 결집되지는 못했었다. 의견 수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었다. 시 입장에서 보기에 문화계에서 많은 지적들을 하면서도 결집하지는 못하다보니까,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제전위의 능력부족도 큰 원인이다.
아까 제전위에서 왜 말이 없느냐고 했는데, 지금 제전위도 조직을 재구성하고 있는 과도기다.
사실, 한지 축제와 대사습놀이가 풍남제에서 나왔다. 그래서 풍남제의 정체성을 말하려고 하면, 조금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음식에 대한 고민도 구체화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많은 고민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는 풍남제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의 생각이다.

이종진- 풍남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받아오고, 논의도 되어왔다. 발제자의 짧은 마무리 듣겠다.

정성엽- 오늘 발제를 하면서 딱 한 가지 생각만 했다. 2000년 풍남제가 단오를 버리고 날짜를 옮겼을 때, 내가 뭘 했는가를 생각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00년도에 풍남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단초가 된 날짜를 이동할 때, 동의를 하신분도 있고 반대하신 분도 있겠지만,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풍남제는 분명히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주시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공론화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인들도 이런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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