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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지금 산이 힘들다'
(2014-02-14 17:07:15)

 

‘지금 산이 힘들다’
이정현_전북환경운동연합정책기획국장


많은 시민들이 근처 산을 찾는다. 살림살이의 고단함을 잠시 뒤로한 주부에서, 노년의 무료함을 달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인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한 중년의 아저씨, 숲을 놀이터 삼은 꼬마들까지 그래서 도심의 산들은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북적댄다.  기린봉, 건지산, 황방산, 완산칠봉, 화산공원, 학산 그리고 모악산까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자그마하고 예쁜 숲이 지천인 전주의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다.

몸과 마음의 평안을 주는 산, 자연의 오묘함과 생명의 기운을 느끼기엔 우리의 마음이 너무 바쁘다. 그래서 산에서 느끼고 배워가야 할 것들은 놓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만연된 경쟁 심리와 빠른 속도가 산에서마저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정상을 고집하는 산행문화에 정상 길목 등산로는 심하게 훼손되었고 대부분의 정상은 예외 없이 대머리거나 시민의 휴식처를 이유로 보기 싫은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 좀더 편하고, 빨리 오르기 위해 지름길이나 샛길을 내는 경우가 많아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도로가 생태적으로 고립된 섬을 만든다면 샛길은 아예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만든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귀여운 다람쥐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도시의 소란스러움을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어도 휴대용 라디오의 음악소리에 묻혀버린다. 야생동물이 없는 산은 숲의 신비로움이나 즐거움이 없는 산이다.
불필요한 등산로, 즉 샛길의 심각성은 그대로 방치하였을 때, 계속 확대, 증가한다는 것에 있다.

거미줄 샛길은 흙의 표토 층도 유실되고 많은 사람들이 밟으면서 다져져 흙으로서 제 구실을 못한다. 게다가 장마철이면 자연스레 물길이 되어 마치 골짜기처럼 파헤쳐지며 암반이 드러난 경우가 많다. 한두 사람의 편의를 위해 다니던 길이 계속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넓어지고 침식되어 깊어지는 것이다. 또한 없던 길도 새로 만들어져 거미줄 샛길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위태롭게 서 있는 나무들이 그 심각성을 조용히 웅변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도심의 숲은 거미줄 샛길 외에도 불법 경작지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야간 조명이나 잘못된 등산로 정비로 인한 구조물, 서양등골나물이나 미국자리공과 같은 외래종의 번식 등 도심 숲 생태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위협은 도심 숲을 공익적 가치를 사유하려는 끊임없는 개발 움직임이다. 덕진공원 옆 건지산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재판이 진행 중이고 35사단 부지 내 숲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고 중인동 모악산 자락은 실버타운을 빙자한 아파트 건설로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미 서부신시가지, 법원 뒤 하가지구 택지 개발로 인해 도시의 생태축이 무너져 가고 있다.

백만 그루든, 삼백만 그루든 새로 나무를 심어 녹지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주변의 녹지들을 보존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등산로를 조사하여 불필요한 등산로는 주변 생태와 비슷한 나무를 심어 숲이 회복될 수 있게끔 과감하게 폐쇄해야한다. 등산로 자연휴식년제가 국립공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야산도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존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산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이는 일은 멀리 설악산과 지리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습지를 보전하고 나무를 심고 주위와 어울리게 등산로를 정비해 숲의 건강함과 생태적 다양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등산 습관을 고쳐보자. 천천히 산에 오르며 숲의 냄새도 맡아보고, 낮은 자세로 작게 핀 들꽃도 보고, 나무껍질과 이끼도 만져보면서 게으른 산행을 해보자. 나 혼자만의 호젓함을 위해 지름길로 가지말자, 휴대용 라디오 틀거나 큰 소리로 떠들지 말자. 짝짓기 하는 새들이 싫어한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는 제발 들어가지 마라, 계속 들어가면 흉물스런 철제 구조물이 만들어지거나 아예 훼손된다. 조금만 불편하자, 지금 산이 힘들다.


도심 숲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실

건지산은 황방산 ~ 가련산 ~ 소양천 생태축의 중심에 있으며, 생태네트워크 상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오송제 북쪽 오송지구 택지개발과 송천동 35사단 이전 후  대규모 아파트 택지 개발 과정에서 시가화 기반시설에 대한 개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 곳의 보  존은 생태축 보존과 전주시 열섬현상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또한 습지(오송제)와 숲이 어우러져 다른 지역에 비해 생물종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특히 피톤치드를 발산해 삼림욕 효과가 좋은 화백나무 숲이나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오리나무 군락, 그리고 산림청의 ‘희귀 및 멸종 위기식물’인 낙지다리군락 등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숲 해설 교육이나 자연체험 행사를 진행하는데 최적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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