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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 | [문화현장]
내 손안에 문화나침반
(2014-02-14 16:56:41)

내 손안에 문화나침반
이경진 | 전주권 문화정보 114 기획팀장

<전주권 문화정보114>(이하 문화정보114)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어오면 단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난감할 때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워낙 문화정보114의 설치목적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사업이 <지역문화서비스센터>라는 이름으로 문화관광부 시범사업으로 결정되고 실행되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업목적을 중심으로 문화정보114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먼저 2006년 4월 문화관광부 장관 결재 자료 중 ‘지역문화통합서비스 시범사업 실시계획보고’를 보면 사업목적을 ‘행정구역 중심으로 설계된 주민 문화향유서비스 체계를 생활권 중심으로 각종 문화시설 간 횡적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문화 콘텐츠·여가 정보 등을 집적화하여 통합 문화서비스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대효과를 ‘개별적 지역문화향유 시스템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지역주민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시설 간 문화제휴를 통해 중복투자 및 중복지원을 해소, 시설별·기관별 연계프로그램 구성을 통한 지역문화예술 향유프로그램 체계화’로 잡고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전주시만 해도 70여개의 문화시설기관에서 다종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산을 지원하는 주체가 다르고 담당하는 부서가 다름에 따라, 이러한 문화정보가 서로 소통되지 못해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게 주요 목적인 것이다.

또한 2006년 9월에 제출된 <전주권 문화서비스센터 설립추진 TFT>의 보고서에 의하면, 문화정보114 사업이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주민생활 양극화해소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문화분야에서 추진하는 지자체·권역별 지역협력체제 시범사업’이고, 2006년 7월 1일부터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주민생활통합서비스 전달체계 개편’과 연계되어 있는 사업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관공서의 서비스체계 개편과정, 즉 행정체계개편과 맞물려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문화관광부에서 따로 시범사업 형태로 실시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조직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경직성으로 인해 수용자 중심의 창조적인 행정개편을 하기에는 탄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은 건, 부처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뿐더러 단순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개혁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관협치(民官協治)’, 즉 ‘문화가버넌스(Cultural Governance)’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창조적인 민간 문화인력(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기관, 단체 관계자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력)이 중심이 되어 관공서의 지원과 협조 아래, 자발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업무협약과 제휴를 통해 중복지원과 중복투자를 해소하고 문화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지속적인 문화프로그램과 경영에 대한 컨설팅 기능이다. 이것은 문화정보114(지역문화서비스센터)가 일정한 연구개발 능력을 지녀야 함을 의미한다. 문화재단처럼 문화예술정책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문화시설기관과 문화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로 한정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또한 지역문화 시설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필수적이다. 문화에 대한 주민생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기관의 전문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서 본 문화정보114의 주요 목적은 첫째, ‘생활권 중심으로 문화통합서비스 체계’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 ‘문화프로그램의 개발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시설인력의 전문성을 높여 문화생활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주요 기능은 첫째,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에게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여 주민들이 손쉽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 시설과 단체 간 소통의 장을 만들어 문화와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자발적인 제휴를 통해 중복투자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꼭 필요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이 많다. 무엇보다도 첫째, 문화관광부에서 초기 설치비만 지원할 뿐 이후 사업비 및 운영비 일체를 지자체에 넘기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부담이 커서 목적을 담아낼 수 있는 충분한 사업비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이 사업의 핵심은 민관협치를 통해서 문화시설 인력간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점인데 일체의 운영비를 대는 지자체에서 관주도로 진행한다고 해도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두 문제점은 사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일정한 기간 동안 사업비를 정부에서 부담하고 사업비나 운영비의 일부를 광역자치단체에서 분담할 수 있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문제이다. 마침 전라북도에서 ‘국립전주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미술관 협력망,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한 문예회관 협력망, 전주시립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 협력망 등 문화시설 종류별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어차피 우리 센터에서 해야 될 사업이므로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먼저 협력하여 중복투자를 피하고 사업비를 마련한다면 문화제휴협약의 모범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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