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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 | [형성은박사의 공간이야기]
살아있는 도시공간 만들기
(2014-02-14 16:36:23)

현대도시는 경제성장과 생활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생활은 보다 풍요로워 졌지만, 인구집중에 의한 주택지의 협소화와 밀집화, 생활환경시설의 부족과 환경문제, 교통량의 증대로 생활의 질이 저하되는 모순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현재의 도시계획 제도가 일방적인 접근방식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지는 모든 사람의 물건’이라는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의 표현처럼 도시의 경관은 모든 사람의 소유물이며 공유공간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름다운 도시, 매력적인 도시의 평가는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 판단에 따라 그 대답은 무수히 많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정답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시경관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떠한 방법으로 평가해야 하는가로 질문을 살짝 돌린다면, 조금은 쉽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집합체들이다. 대체로 건물의 무리를 이루는 집합체를 지역이라 하며 이러한 건물의 집합체는 모두 밀착되어 있지 않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틈새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공간은 도로와 가로, 광장 등 도시생활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윤활유 역할과 도시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도시의 이미지로서 도시경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도시의 이미지에 있어서 가로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공간의 구조와 분위기를 측정하고 해석하기 위하여 도시 가로구조의 평가방법인 가로폭(Distance)과 건물높이(Height) 그리고 둘러싸인감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가로폭(Distance)은 도시의 가로공간에 있어서 건물과 건물사이의 길이를 의미하고, 건물높이(Height)는 가로공간의 건물 상하의 높이로 여기에서는 가로폭(D)과 건물높이(H) 또는 D/H로 표현한다. 둘러싸인감이란 가로폭(D)과 건물높이(H)의 물리적 요소에 의해 공간에 있어서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개방감과 폐쇄감 등 공간의 분위기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도시공간의 구조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Camillo Sitte의 저서 ‘광장의 조형’은 당시 도시공간의 측정방법으로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것은 중세시대의 경험에 근거한 정설로 광장이나 가로의 공간 측정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는 ‘도시는 종합적인 예술작품이며 예술적 원리에 근거해 계획하는 것’ 이라고 설명하였고 유럽의 많은 도시의 광장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원리를 조사하여 당시의 기술과 실용적인 도시계획의 수법으로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가로폭(D)과 건물높이(H)로 도시공간을 평가하는 그의 이론은 중세시대, 바로크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시대별 이상적 도시공간
이탈리아 도시들은 성벽에 둘러싸여 도시공간의 스페이스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로가 좁은 D/H=0.5정도를 이상적인 공간으로 규정하였다.  
르네상스시대의 도시들은 가로가 비교적 넓어 레오라르드다빈치는 가로폭(D)과 건물높이(H)가 같은 D/H=1을 이상적인 도시구조로 생각하였다.
바로크시대는 도시가 부유해지기 시작하면서 골목들이 많아지고, 거리가 번화해지면서 가로와 건물들의 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중세시대와 반대로 가로폭(D)이 건물높이(H)의 2배인 D/H=2를 이상적인 구조로 규정하였다.
이와 같이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건물의 높이와 도로, 또는 광장의 폭과의 관계가 시대의 특성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적용방식 또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D/H의 관계는 중세시대 도시의 구조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으로써 사용되었으나 1800년대 산업혁명과 더불어 철도와 도로의 발전은 도시구조를 미학적인 측면보다 산업발전 측면에서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D/H의 공간해석방법은 퇴색하게 되었다.
1884년 독일의 ‘Maertens’는 시각적으로 건물의 외부와 인상의 변화에 대해 과거의 D/H이론을 시선으로부터 바라보는 각도인 앙각(仰角)에 의해 설명한 ‘둘러싸인감의 법칙’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은  D/H=1의 45˚를 대상 전체는 보이지 않지만 세부적으로 감상되는 각도, D/H=2의 27˚를 전체를 바라보는 위치, D/H=3의 18˚를 건축물이 회화적인 인상으로 보이는 위치라고 정의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미국의 도시계획가 ‘Cavin Lynch’와 ‘Blumenfeld’에 의해 휴먼스케일이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였으며, 1966년에는 ‘Spreiregen’가 기존의 견해를 정리하여 둘러싸인감을 정의하기 시작하였다.

도시공간의 인지
한국과 일본의 도시공간을 예로 들어, 한국은 서울 중심가의 대표적인 거리인 명동과 청계천 주변 그리고 항구도시인 부산의 중심가를 살펴보고, 일본은 도쿄의 대표적인 긴자거리와 요코하마의 원정통행, 중화가 그리고 전자상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가로폭(D)/ 건물높이(H)의 비율과 둘러싸인감으로 좀더 살펴보자.  
한국의 대표적인 상가 밀집지인 명동은 금융 중심지이며 첨단유행 거리로 서울의 중심거리이다.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 먹거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명동은 가로폭(D)이 13.6m이며 가로구조는 보도가 좌우 5.1m이며, 가로폭(D)과 건물높이(H)는 D/H=0.70(45˚이상)으로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둘러싸인감이 높은 번화한 거리이다. 부산광역시는 한국 최대의 항구도시로 한국전쟁 이후 대표적인 무역항구로 발전하였으며 이 지역은 수산시장과 상업시설 등 한국 제2도시로서 중앙동 주변은 가로폭(D)이 13.5m이고 가로폭(D)과 건물높이(H)는 D/H=1.03(45˚이상)으로 전체적으로 둘러싸인감이 높은 편이다.
청계천 상류의 시작점인 청계광장과 모전교 주변은 복계공사 전부터 상업시설과 오피스텔이 밀집된 지역으로 가로폭(D)이 49m이고 시청과 광장이 위치하여 전체를 한 공간으로 식별하는 것이 어려운 지역이다. 이곳은 고층건물과 중앙부의 하천이 공간을 분할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 속의 번화함과 광장의 개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가로폭(D)과 건물높이(H)의 비율이 D/H=0.76로 둘러싸인감이 높다. 청계천의 중류인 세운상가 주변은 소규모 전자상가들의 밀집지역으로 도로폭(D)이 47.9m, 건물높이(H)가 3-4층의 낮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양쪽의 도로와 보도가 분리되어 있어 둘러싸인감은 낮은 편이다. 청계천의 하류 지역은 주택 밀집지역으로 도로와 하천폭의 합이 70m정도로 넓어 전체를 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어려워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로수를 심는 방법보다 꽃과 화단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둘러싸인감을 높일 수 있다.
일본의 긴자는 번화가로 명품의 점포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으며 외부는 화려한 거리이다. 가로폭(D)은 27.3m로 반대쪽의 보도를 걷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렵고 가로구조는 보도가 좌우로 6.5m이며 가로폭(D)과 건물높이(H)는 D/H=1(45˚)로 전체적으로 둘러싸인감이 높다. 요코하마의 중화가는 중화요리점이 거리 안쪽 5m전후로 늘어서 있고, 거리는 D/H=0.5정도로 수치가 1보다 낮아 둘러싸인감을 강하게 느끼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또한 요코하마의 아케이드거리는 공원과 국도336호선의 연결부로 안에 약140개의 선술집과 다양한 상품을 파는 상점이 위치하고 있으며 가로폭(D)과 건물높이(H)는D/H=0.5(45˚이상)로 둘러싸인감이 높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는 가로폭(D)은 32m로 긴자거리보다 넓어 가로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서 인식하기 어렵고 이곳 보도에 설치된 펜스는 공간분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보도의 돌출 깃발이 보행자의 시선을 분할시켜 보도 안쪽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에서 본 한국과 일본의 가로폭(D)은 30m전후로 대부분 D/H=0.7∼1.0의 공간과 건물의 높이가 일률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두 국가의 도로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경우 국가 기반산업이 자동차 중심의 교통구조로 되어 있어 2차선과 6차선의 경우가 많고, 일본의 경우는 자동차와 전철 중심의 교통구조로 보통 4차선 도로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공간에 있어서 가로공간을 계획, 개발하는 방법은 가로폭(D)이 16m 이하 일 때는 보도폭을 넓혀 이동에 있어 복잡한 거리의 쾌적성을 높여야 되고, 가로폭(D)이 30m 이상으로 가로폭(D)이 넓어 D/H=1을 형성 할 수 없을 때에는 공간 분할 방법으로서 가로수를 심어 둘러싸인감을 높이는 방법이 공간의 포근함과 안심감을 느끼게 한다. 넓은 도로의 중앙 분리대 설치에 있어서는 운전자에게 반대 차선을 의식하지 않고 주행하는 공간으로, 보행자에게는 넓은 공간의 공허한 인상이 아닌 적절한 크기의 쾌적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가로폭(D)과 건물높이(H)의 비율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것이 쾌적성과 안전성 그리고 번화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도시공간의 해석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가로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현대에 있어서 도시의 가로공간이란 보행과 이동 그리고 단순한 주거활동의 공간이 아닌 인간의 쾌적성과 안전성 그리고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공간을 기본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도시구조는 다르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과 계획에 있어서 인간을 최우선으로 배려한 미래 지향적이고 살아있는 도시경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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