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시]
손금
이대흠/196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4년(2004-01-28 11:31:00)
<시>
손금
안간힘으로 어머니를 쥐었다 논 흔적이다
생일을 맞을 때마다 손금을 본다 놋그릇 냄새가 난다 가뭄 든 저수지 바닥 같다
어머니의 손이 유독 갈라졌던 때가 있었다 검은 금이 가고 더 많은 상처가 생겼다 잔금이 많아졌다 모를 찔 때였다
밤 새워 아버지의 옷을 다렸던 어머니는 보리쌀 삶아두고 무논에 갔다 고추 잎 무쳐 아침을 차렸다 무릎박자를 맞추며 아버지는 사장으로 가고 젖먹이 동생 업고 어머니는 밭 매러 갔다
벼랑에서 떨어지다가 나뭇가지를 움켜쥔다면 이런 자국이 생길 것이다
이대흠/196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4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제암산을 본다'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상처가 나를 살린다』『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등이 있으며 현대시 동인상과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리장탓컴 (www.rijang.com) 편집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