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문화저널]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
문화저널(2004-01-28 11:20:16)
<마당 학술세미나>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
-편집자주-
판소리 현주소와 미래 가늠할 이정표 남겼다
판소리가 세계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지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전국은 들뜬 기대로 술렁였다. 판소리가 인류문화의 위대한 족적을 증언하는 중요한 문화 자산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본 고장, 전북의 자긍심도 한층 높아졌고, 판소리 관련 연구와 보존작업, 현대적 감각과의 결합 등에도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안겨줬다.
사단법인 '마당'(이사장 정웅기)이 발빠르게 기획한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 학술 세미나는 기대와 설레임을 잠시 가라앉히고 판소리계의 현주소와 미래의 전략을 냉정하고 진지하게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 적잖은 성과와 의미를 남겼다.
12월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학술세미나는 오전 10부터 오후 5시까지 국내 내로라하는 판소리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 판소리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고찰로 눈길을 끌었다.
정병헌 숙명여대 교수의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유영대(고려대)·김기형(고려대)교수가 제1주제 발표에 나서 각각 '판소리 자원현황 및 보존방안' '판소리 교육현황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풍부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김진영 판소리학회장과 최혜진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김석대 금오공대 교수가 제1주제 약정토론에 참가했다.
제2주제 발표는 나문성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형보존사업팀장과 김대행 서울대 교수가 나서 각각 '판소리와 문화콘텐츠'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방안'을 놓고 판소리를 소재로 한 산업화와 대중화 방안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주제 약정토론은 최동현 군산대 교수와 류수열 전주대 교수, 김병기 전북대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유장영(제1주제,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씨와 정회천(제2주제, 국립창극단장)씨가 맡았으며, 종합토론은 전북대 이종민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이날 학술세미나는 판소리의 양대 과제라 할 '원형 보존'과 '문화산업 전략'에 대한 균형 있는 주제 선정 감각이 돋보였으며, 참석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구체적인 현실 대안 제시가 쏟아져 나와 판소리계의 과제를 점검해 나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판소리의 문화산업 콘텐츠로서의 가능성과 전망'을 주제로 한 '국악중심' 대표 엄덕영씨의 사례발표는 판소리와 국악을 문화산업 콘텐츠로 연결하는데 다양한 발상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안겨줬다. 또 전북도 황춘웅 문화산업과장이 예기치 않게 즉석 토론자로 참석, 판소리 문화산업화 전략에 대한 전북도의 의지와 계획들을 발표하면서 세미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판소리에 관한 충실한 보고서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진 이날 학술세미나 내용을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준비한 문서를 발췌해 소개하고, 1·2주제 논의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정리-편집부
제1주제 / 판소리의 원형보존
(각 페러그래프 인물 사진 첨가)
▶판소리 세계무형문화유산 선정의 의미와 과제
판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조발제 정병헌 숙명여대 교수
유네스코가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무형 유산 걸작을 선정하는 목적은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가치 있고 독창적인 무형 유산을 확인, 보호, 증진하도록 고무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이미 인류 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선례를 따라 이루어졌다.
이제 우리의 무형 문화재인 판소리가 종묘제례악에 이어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됨으로써, 세계는 이 판소리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공동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세계의 지원이라는 혜택과 함께 세계의 주시를 받으며 약속한 일을 추진해야 하는 책임도 떠맡게 되었다. 그 신청서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 여부는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모임은 선정의 기쁨을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각오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무형문화유산은 변화와 적응이라는 구전 예술의 특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원형의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우리의 무형문화재제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통의 계승과 함께 새로운 전통의 창조를 도모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어떻게 판소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창조적 변화를 꾀할 것인가 하는 점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판소리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자못 눈물겨운 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려웠던 시절을 참 용하게도 지내오면서 결코 판소리의 끈을 놓지 않고 현재에 이르게 한 수많은 연창자가 있었다. 또 넉넉지 못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보존의 근간이 되는 무형문화재를 지정하여 공개 발표회를 지원하는 등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기도 하였다. 또 각종 법령을 개정하여 그 전승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였다. 이것이 현재의 판소리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노력은 마땅히 치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판소리를 완성된 과거의 것으로 보는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판소리를 전승력을 상실한 과거의 예술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판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청서에서 제시한 실천 계획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천 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함'에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는 어떠한 형태로도 변형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문화재는 본래의 자리와 공간에 있어야 하고 문화재는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며 문화재는 주변 자연환경, 역사문화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문화재 보존·관리의 기본원칙으로 삼음에 있다. 그 결과 정책 목표는 ① 원형 보존을 통한 문화정체성 확립, ② 개발과 보존의 조화, ③ 문화재 향유권 신장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것은 판소리를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인식하였을 때, 판소리는 박물관의 유품처럼 관광이나 연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이 '사람에 의하여 행해지는 것이고 또 살아있는 전통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의 무형문화재의 개념과는 배치되고 있다. 따라서 끊임없는 적응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호흡함으로써 창조하는 판소리와 전통적 모습의 판소리가 같이 존재하는 모습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판소리의 활성화는 결국 판소리 공연자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연구자는 다만 이를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대학에서도 대학의 발달을 교수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 것이어서 행정 교수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과 같이, 국악 관련 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계화의 비전을 지니고 있는 전문가가 나왔을 때, 판소리 또는 국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가 생존 능력을 갖추고,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공통적으로 주장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의 문제였다. 그러한 제도의 알파요 오메가는 누차 주장되어 온 창극학교의 설립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 자원현황 및 보존방안
무형문화재 제도 점검해야 한다
발제 유영대 고려대 교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판소리는 새롭게 조명되고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나라 안팎에서 판소리 명창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졌고, 최고의 관록과 기량을 자랑하는 내노라하는 명창들이 완창무대를 가졌다. 95세의 정광수 명창이 <적벽가>로 무대에 섰고, 80객인 한승호 명창도 무대에 올랐다. 성우향 박송희 오정숙 명창 같은 분들도 완창무대로 노익장을 과시하였다. 안숙선 송순섭 조통달 김일구 김영자 등 중견 명창들은 국내뿐 아니라 파리, 뉴욕, 그리고 에딘버러까지 판소리판을 벌여 판소리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어놓았다. 그리고 판소리가 '세계가 길이 보존해야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그것을 잘 보존하고 제대로 전승시켜야할 즐거운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판소리는 현재 크게 국가나 지방문화재의 보호를 받는 유파와, 그 보호에서 소외된 채 존재하는 두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문화재관리국에서는 판소리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하고, 보유자를 지정하면서 전승활동비를 지원하면서 보호하였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는 어떠한 형태로도 변형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문화재는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판소리의 유파별 원형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무형문화재 제도는 그나마 고사상황에 빠졌던 판소리를 보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 정책에 의하여 보존된 판소리 보유자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판소리 : 국가지정문화재 보유자 7명, 보유자 후보 5명, 전수교육조교 6, 지방문화재 보유자 19명
고법 : 국가지정문화재 보유자 2명, 전수교육조교 4명, 지방문화재 5명
가야금병창 : 국가지정문화재 보유자 3명, 전수교육조교 1명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유자였다가 작고한 정권진 박봉술 박녹주 박초월 김여란 김소희 한농선 정광수 박동진 명창과 김명환 김동준 명고까지 합쳐도 판소리 관련보유자는 판소리 인구에 비하여 소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의 고사 직전의 판소리를 그나마 보호하여 자원화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무형문화재 제도에 기인하는 바 크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체로 유파의 지정과, 조교의 승계, 조교의 숫자, 이수증 교부의 문제, 지원금 등 다양한 부문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이제 판소리가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제도에서 판소리 부문은 배제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정하게 정당한 평가와 공평한 운용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몇 부문으로 나누어 보존방안을 새로 점검해보는 것이 이 시점에서 긴요하다고 생각된다.
판소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판소리는 주로 유파별로 지정되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그런데 보유자가 작고한 후, 아직 해당 유파 조교(후보자)가 보유자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이의 보완이 시급하다. 현재 전승이 가장 확실한 유파로는 '보성소리'와 '동초제'라 할 수 있으며, 오늘날 판소리 전승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박봉술제' '김소희제'나 '정정렬제', '유성준제', '박동진제' 등으로 전승유파를 확대하여 나머지 빈 간극을 채우면 좀 더 풍성한 유파의 복원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를 위하여 전승현황과 보유자의 제자양성 실태, 보유자·전수교육조교의 원형보존 실태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 전승의 지원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고착화되고 하나의 권위가 되자, 판소리를 배우고자 하는 지망자들이 지정된 이쪽으로만 모여들어 편중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기량은 탁월하지만 이 유파나 전승의 가닥에서 소외된 명창들은 배려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 제도의 그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활약중인 판소리 명창들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새롭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는 이제 일정하게 자생적 기반은 구축된 것으로 보고, 기준을 엄격히 하되 자격을 갖춘 이들은 보유자 혹은 후보로 추가로 지정하여,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명창을 찾아내고 그들의 계통을 제대로 가닥 잡아줄 필요가 있다.
판소리가 가진 가능성은 요새 젊은이들의 취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근래 들어 대학에서 정규교육과정으로 판소리를 배운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30분 내외의 창작판소리를 지어 부르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연에 참여하는 젊은 청중들도 판소리를 낯설지 않게 생각하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물론 새로 창작된 판소리들이 젊은 취향과 일정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기왕의 명창들이 창작판소리를 배워 부르는 기회로까지 확대되었으면 한다. 창작판소리의 제도화라 할 수 있다.
판소리 자료의 조사와 보관 정리 및 쳬계적 DB를 구축해야 하겠다. 판소리 명창들의 면담조사, 학습과정에 대한 면밀한 추정, 일대기 구성 등 다양한 자료의 정리가 가능하고 필요하다.
판소리 공연을 후원할 수 있는 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공연의 기회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중이 좋은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게 한다. 판소리의 청중 교육은 체계적인 교육과 좋은 공연의 감상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순식간에 수준있는 감상자가 되기 어려우며, 이른 바 '귀명창'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소중한 과제이다. 이 같은 기회는 물론 일정한 기금을 필요로 하는 바, 기업에서 특히 협조해야할 부분이다. 판소리의 세계화, 국제교류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이 같은 기관 단체들의 책무는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훌륭한 명창을 길러내고, 후원하고, 그들의 소리에 갈채를 보내는 일, 그래서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세계문화유산이 된 판소리가 우리에게 되돌아와 '살아있는 판소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판소리 교육현황과 발전방안
체계적인 판소리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발제 김기형 고려대 교수
오늘날 판소리 교육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1) 학교에서의 판소리 교육, (2) 개인 교습 (3) 국악관련 기관 주도의 판소리 강습교육이 그것이다.
학교에서의 판소리 교육은 크게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중등과정에서의 판소리 교육은 판소리의 미래를 담당할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판소리 향유층의 저변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하부 토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4개의 중학교와 14개의 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바, 여기서 배출되는 학생은 미래의 전문소리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2000년부터 문화관광부 지원사업으로 운용되고 있는 '국악강사 풀제'는 판소리를 포함한 국악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나아가 국악인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는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악강사 파견분야는 사물놀이, 민요, 가야금병창, 가야금, 판소리, 대금(단소), 전통무용(춤) 등으로,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린다면 판소리를 포함한 국악의 보급, 전승,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에서의 판소리 교육은 커리큘럼을 구비한 제도교육으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판소리 전승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악관련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은 모두 19개교이다. 여기서는 이 가운데 한국종합예술학교와 전남대를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 대학에 있어서의 판소리 교육의 실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한국종합예술학교와 전남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판소리 교육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다. 그런 점에서 두 학교에서 운용되고 있는 판소리 교육 커리큘럼은 대학에서의 판소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는 "창조적 전업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한 실기 및 프로덕션 능력을 배양하는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예술생산 능력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교과과정이 학생들의 전공생산능력의 향상을 위해 편성되어 있으며, 주입식 강의는 가능한 지양하고 1대1레슨, 그룹별토론, 전공별워크샵, 공동제작, 현장실습 등 실기·프로덕션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판소리 교육을 전담하는 전임교수는 없는 실정이다.
전남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판소리 전임교수를 충원하여 본격적인 판소리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였다. 현재 전남대 국악과에 재학하고 있는 판소리 전공자는 46명이고 가야금 병창 전공자는 9명으로,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전남대 국악과 판소리 관련 커리큘럼의 특징으로, 창작판소리 학습 시간이 있다는 점, 실기 교육과 더불어 이론 학습을 한다는 점, 소리 학습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제적인 연기지도까지 학습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학교 교육 이외에 판소리 교육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 교습'에 의한 판소리 전수이다. 현재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국악교습소는 약 500여 곳에 이르며, 판소리 전수소(연구소)라는 이름을 지닌 교습소는 약 100여개에 이른다. 판소리는 짧은 시일 안에 습득될 수 있는 갈래가 아니다. 상당한 공력을 들여서야 겨우 소리꾼의 반열에 올라 설 수 있다. 판소리의 이러한 속성에 비추어 볼 때 학교 교육에서의 판소리 교육은 아무래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판소리의 실질적인 전수는 개인교습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제 관계를 절대시하는 풍조가 약화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법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교습을 통해 맺어진 사제관계는 스승이나 제자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판소리에 대한 채보가 가능하고 유의미한 작업인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구전심수라는 수공업적인 방법에 의한 교육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판소리 교육방식이라 생각한다. 녹음기를 속칭 '녹선생'이라 칭하는데, '녹선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개성이 강한 소리제가 나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산공부'가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잡은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과 같은 속도의 시대에 모든 것을 접어두고 상당 기간(예컨대 10년 기한으로)소리에만 전념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산공부'는 이러한 시대적 조건에서 나온 것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집중적으로 소리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학습법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이나 각 지역에 있는 국악관련 기관이 주도하는 판소리 강습도 유력한 판소리 교육의 한 방식이다. 특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소리 교육은 판소리 향유층의 저변을 넓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판소리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몇 가지 떠오르는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대학에서의 판소리 교육은 일종의 '배우수업'이라 할 수 있다. 졸업 후의 진로를 고려할 때, 현실에서 실용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창극 배우만 길러서는 판소리의 미래가 밝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소리광대가 배출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왜 판소리를 하는지', '판소리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실기만이 능사가 아니라 소리꾼의 의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판소리 창작·작창 능력을 키우는 것도 매우 긴요한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소리 창작에 관한 커리큘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대학에 판소리학과가 설치될 수 있다면 판소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 클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현재 국악과에 판소리 전임교수를 충원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판소리의 향유 기반이 확충되어야 판소리가 발전한다. 무엇보다도 초중등학교 음악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악관련기관이나 개인교습소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인 대상의 강습도 판소리의 대중화·보편화에 기여하는 바 크므로, 적극적인 홍보와 활동을 통해 일반인 강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