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문화저널]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 방안
판소리, 삶의 방식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김대행 서울대 교수(2004-01-28 11:19:19)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 방안
판소리, 삶의 방식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발제 김대행 서울대 교수
대중화는 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기에 문화적 동질성이 바탕이 된다. 같은 문화를 소유한 사회에서 판소리가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판소리를 공유하고 판소리에 동화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연스럽게 판소리가 생활화해야 하고, 판소리를 문화적 정체성으로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사정이 다르다. 세계인들에게 판소리는 이색적인 예술이므로 이질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이 지닌 문화와의 차별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동화가 아닌 이화를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판소리가 지닌 독자성을 더욱 강조하고,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그 본질이 된다.
대중이나 세계는 주는 것을 받아먹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예술의 진흥을 생각할 때 흔히 놓치거나 잘못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공급만 풍성해지면 소비는 이루어지리라는 착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수용자의 능동적 참여가 없는 문화의 공급은 무의미하다. 제아무리 공을 들여 판소리를 공연한다고 해도 수용자가 호응하지 않으면 그것은 하나마나가 된다. 관객이 들지 않아서 흥행에 실패하는 많은 경우가 보여주듯이 판소리도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세를 갖추게 하는 것이 성공의 길이 된다.
그러기에 판소리라는 문화유산을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는 데 앞서 이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수용자는 자기가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또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라야 비로소 호응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그 판소리에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가 된다.
그러한 방안을 판소리문화의 진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판소리의 어느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 기반이 되는 판소리가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지적 세련보다는 넓은 의미인 삶의 방식으로 쓴 것이다. 미적 우아함이나 숭고함 등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삶의 방식으로 생활 속에 녹아들게 한다는 것이다.
판소리의 문화적 진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창작 판소리의 활발한 창작이 먼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판소리에 흥미를 가지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도 사설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내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다. 또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음악적 발성도 관심을 갖는 데 장애가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창작 판소리를 널리 창작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그 묘미를 즐기면서 판소리에 참여하게 되고, 이것이 판소리 생활화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기반을 확충한다는 것은 연행자와 수용자를 중심으로 한 인력을 충분하게 양성하자는 것이다. 판소리는 연행자와 수용자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만큼 이 과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행자의 양성은 여러 경로로 지금껏 이루어져 왔고 점차 확대 일로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판소리문화의 확산이 이루어질 때 훌륭한 연행자도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행자 양성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전문적인 연행자의 양성과 아울러 비전문적이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양성하여 다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판소리는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용자의 양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수용자의 양성은 교육 기회의 확대를 요구한다.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수준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목적은 상당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어린이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수준에 따른 번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판소리의 기반을 세계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는 사설의 번역사업을 보다 더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를 위해서는 시설과 연행의 두 측면을 생각할 수 있겠다. 판소리 연행의 옛날 모습을 생각하면 굳이 시설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듯도 싶다. 그래서 외국에 소개할 때에도 되도록 옛날의 연행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그것을 상시화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규모는 꼭 클 필요가 없고 판소리에 어울리는 정도면 족할 것이다. 다만 이것이 전국화할 필요는 있다. 판소리를 접할 기회조차 없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화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므로 이 부분은 특별한 배려로 기획되어야 할 부분이다.
연행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은 판소리의 연행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이자는 방안이다. 이는 연행의 형식을 다변화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극장에서의 연창이나 방송에 출연해서 소리하는 방식으로 점차 고정되어 가는 연행의 형식을 거리로 야외로 넓히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시설과 행사를 마련하는 것으로 어느 만큼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세계화에는 또 다른 고려가 필요할는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외국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는 한국학 진흥에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외국의 많은 대학에 한국학과가 있고, 또 거기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들도 상당하다.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도 한국어를 학습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이런 곳을 거점화하여 지금까지 우리가 구상해 본 여러 측면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을 찾아가 한국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말 판소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장차의 세계화에 기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을 위해서는 국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일찍이 판소리학회가 이런 일을 구상하고 시도해 보았지만 이런 형태의 행사를 위해서 지원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한 형편이었다. 세계화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약정토론
판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정병헌 숙명여대 교수
세계 무형유산의 정식 명칭은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으로, 인간의 창조적 재능의 걸작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문화사회의 전통에 근거한 구전 및 무형의 유산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에는 언어, 문학, 음악, 춤, 놀이, 신화, 의식, 습관, 공예, 건축, 기타 예술 형태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활 속에서 구전된다는 속성 때문에 여러 가지 표현 형태가 서로 결합하여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소리가 이 정의에 가장 합당한 까닭이 이에 있다.
유네스코가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무형 유산 걸작을 선정하는 목적은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가치 있고 독창적인 무형 유산을 확인, 보호, 증진하도록 고무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이미 인류 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선례를 따라 이루어졌다.
이제 우리의 무형 문화재인 판소리가 종묘제례악에 이어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됨으로써, 세계는 이 판소리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공동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세계의 지원이라는 혜택과 함께 세계의 주시를 받으며 약속한 일을 추진해야 하는 책임도 떠맡게 되었다. 그 신청서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 여부는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모임은 선정의 기쁨을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각오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무형문화유산은 변화와 적응이라는 구전 예술의 특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원형의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우리의 무형문화재제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통의 계승과 함께 새로운 전통의 창조를 도모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어떻게 판소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창조적 변화를 꾀할 것인가 하는 점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판소리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자못 눈물겨운 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려웠던 시절을 참 용하게도 지내오면서 결코 판소리의 끈을 놓지 않고 현재에 이르게 한 수많은 연창자가 있었다. 또 넉넉지 못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보존의 근간이 되는 무형문화재를 지정하여 공개 발표회를 지원하는 등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기도 하였다. 또 각종 법령을 개정하여 그 전승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였다. 이것이 현재의 판소리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노력은 마땅히 치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판소리를 완성된 과거의 것으로 보는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판소리를 전승력을 상실한 과거의 예술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판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청서에서 제시한 실천 계획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천 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함'에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는 어떠한 형태로도 변형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문화재는 본래의 자리와 공간에 있어야 하고 문화재는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며 문화재는 주변 자연환경, 역사문화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문화재 보존·관리의 기본원칙으로 삼음에 있다. 그 결과 정책 목표는 ① 원형 보존을 통한 문화정체성 확립, ② 개발과 보존의 조화, ③ 문화재 향유권 신장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것은 판소리를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인식하였을 때, 판소리는 박물관의 유품처럼 관광이나 연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이 '사람에 의하여 행해지는 것이고 또 살아있는 전통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의 무형문화재의 개념과는 배치되고 있다. 따라서 끊임없는 적응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호흡함으로써 창조하는 판소리와 전통적 모습의 판소리가 같이 존재하는 모습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사라져 가는 문화를 포함하여 모든 존재란 생명을 지니고 있다. 댐도 생명을 지는 것이어서 수몰되어 사라진다고 생각하여 마구잡이로 학생들의 발굴 시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후일 물이 마르면 그곳은 다시 새로운 땅으로 우리 앞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판소리도 생명력을 지닌다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다. 문제는 불사조처럼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킬 때 영원한 생명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소중한 자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일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적 인식을 가진 인물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학교의 설립이야말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욕을 얻어들을 만한 것이지만, 우리 전체 인구나 대학 인구에 비례해 볼 때 수많은 연극학도가 양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만으로도 모자라 러시아로 뉴욕으로 줄을 지어 배우러 떠나는 행렬과 만난다. 앞으로의 영상 시대에 이 인구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그 인구들은 티브이나 대학로의 각종 극장에서 활발하게 미래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연마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면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 인원이 필요해서 그렇게 인원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원을 양성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중문화는 그런 방식으로 휩쓸려 가는 것이다. 그런 인원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익숙해진 인원이 양성된다면, 우리의 대중문화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것이다.
판소리의 활성화는 결국 판소리 공연자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연구자는 다만 이를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대학에서도 대학의 발달을 교수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 것이어서 행정 교수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과 같이, 국악 관련 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계화의 비전을 지니고 있는 전문가가 나왔을 때, 판소리 또는 국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가 생존 능력을 갖추고,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공통적으로 주장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의 문제였다. 그러한 제도의 알파요 오메가는 누차 주장되어 온 창극학교의 설립이라고 할 수 있다.
원형의 보존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류수열 전주대 교수
이미 유네스코에 의해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되었으니, 판소리의 세계화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판소리의 원형이 지닌 예술적 수준에 대한 승인이므로, 오히려 판소리의 대중화 및 세계화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문화 유산인 한은 일단 그 원형의 보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반면, 대중화와 세계화는 변형과 가공 등 재창조의 과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문화산업 콘텐츠화라는 화두는 양자에 모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소리를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만드는 일과 판소리의 대중화·세계화는 여러 가지 관계로 설정할 수 있겠지만, 토론자로서는 전략과 목적의 관계로 설정하고자 한다. 즉 판소리를 대중화·세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만든다는 의미로 본다는 뜻이다. 또한 판소리를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만드는 일은 판소리의 상품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것이 상품화인 한은, 부가가치의 창출을 의식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판소리를 수준 높은 예술로만 바라보고 그 원형의 보존에 집착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되면 판소리는 결국 박제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판소리가 우리 대중 문화의 원류에 해당하며, 생성기 혹은 전성기의 우리 삶을 담아낸 문화의 하나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판소리가 예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그 세계적 秀越性을 인정받았다면, 교육의 장을 통해 전수되고 전파될 우월한 자격을 얻은 셈이므로, 이런 조건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초·중등의 음악교육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국악교육이 제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 중심에 판소리가 서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문학교육(국어교육)에서도 판소리 문학의 우월한 위치를 주장하고 그 교육적 가능성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공교육에서뿐만 아니라, 비제도적인 사교육(?)을 통해서 판소리가 전수되고 전파된다면, 명창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애호가 혹은 귀 명창을 길러냄으로써 판소리 문화의 확장을 위한 토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존이 확실하면, 산업은 절로 흥한다
김병기 전북대 교수
근대화 이후 특히 광복이후, 우리의 전통 문화가 급속하게 붕괴하게 된 가장 큰 원인 두 가지는 한글전용의 어문 정책으로 인한 한자 교육 방기와 무분별한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국민 미감의 서구화라고 할 수 있는데 판소리도 바로 이러한 원인으로 인하여 우리의 생활로부터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문화의 원형을 보존하고 그 원형에 대한 국민의 애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원형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야하고 서구화된 국민의 미감을 우리의 문화를 선호할 수 있도록 바꾸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판소리의 우수한 음악성과 극적인 효과와 관객과의 긴밀한 호응도 등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수한 것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들도 많이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판소리에 대한 인식은 우리 스스로도 그렇고 외국인들도 '재미있는 음악이자 연극'은 될지언정 '고급스런 음악'은 아니다는 데에 머물러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판소리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판소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릇 모든 전통문화가 다 그러하듯이 현대적 '變用'은 전통문화를 발전으로 이끄는 길이지만 현대화라는 이름아래 시도되는 '變質'은 전통문화를 망치는 길이다. 따라서, 판소리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변질은 철저히 배격하고 변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에서 아이디어들이 모아져야 한다.
판소리 문화의 보존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면 판소리 문화 산업은 저절로 흥하게 된다. 반면에 산업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연구의 열매가 익기 전에 수확을 거두려고 하면 문화도 죽고 산업도 망하게 된다. 콘텐츠를 살리면 문화도 살고 산업도 사는데 콘텐츠를 살리는 길은 원형에 대한 철저한 보존과 연구밖에 없다는 점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금이야말로 판소리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고 원형을 전수 받는 후계자를 적극적으로 양성해야할 때이다.
▶제2주제 쟁점은 무엇인가
소리 관련 아카이브 구축, 가능성 있다
문화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문화 산업화' 전략이 각 도시의 생존전략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판소리 역시 문화산업화의 중요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제2주제는 최근 들어 '신생 과제'로 안겨진 판소리 문화산업화전략을 추진하는 데 다양한 발상의 전환과 효율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 기회. 성급한 문화산업화가 문화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정병헌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보존과 창조를 대립항으로 보기보다는 보완의 관계로 발전시켜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산업화전략은 민간의 전문성과 노하우, 그리고 관의 적극적 마케팅 능력 등 유기적 협조와 호흡이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여서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 방안 마련이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거론됐다.
약정토론자로 참석한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자치단체 내부에 판소리 관련 기관이나 계, 과가 절실한 시점이다"며 "중앙(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관계자나 전라북도 문화산업과 관계자가 이 자리에 나와 있으니 이에 대한 정책과 구상을 듣고 싶다"고 즉흥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
이에 대해 나문성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 원형보존팀장은 "진흥원의 2004년 사업은 7개 과제가 지정돼 있고 70억이 투자될 전망이다. 판소리가 그 중 하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자들과 지역에서 판소리가 산업적으로 의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설득한다면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3월 공모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자유공모를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예기치 않게 토론에 참석한 황춘웅 전북도 문화산업과장은 "판소리 담당과나 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는데, 행정 단위 기구는 한 가지 특화 분야의 기구를 두기 어렵다. 그러나 기왕의 과나 계가 조인만 잘 한다면 우려할 만한 것들은 해소될 것이다"고 말하고, "판소리 영상자료 보관이나 재가공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은 귀중한 제안이다. 보존 전승 기반 구축을 위한 자료관 설립을 문화재청과 협의중에 있다. 영상자료원 분원 전주로 유치 등의 계획이 성사되면, 소리 관련 아카이브 구축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