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매체엿보기]
본연의 임무 상실한 흥미위주 선정보도
김수현(2004-01-28 11:00:46)
<매체 엿보기>
본연의 임무 상실한 흥미위주 선정보도
글 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
지난 12월 4일, 중학생 소년이 어머니의 시신을 6개월간 집에 둔 채 생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사건은 소외된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큰 충격이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은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이끌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매우 선정적이며, 흥미위주로 보도했다. 또한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왜곡보도를 해 담임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언론의 선정성과 흥미위주의 보도 태도는 먼저 기사의 헤드라인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어머니 시신과 6개월 동거>라는 식의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대한매일 12월 6일 <中3, 숨진 어머니와 6개월간 `충격동거'/ 학교도 이웃도 버린 母子>, 한국일보 12월 6일 <"엄마를 떠나 보낼순 없었어요"/中3 아들, 엄마시신과 6개월간 동거>, 국민일보 12월 8일 <‘시신동거’ 중학생 돕기 온정>라는 등의 헤드라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부분의 신문에서 쓰여졌다. 심지어 12월 9일자 동아일보 <? ?첵탄린?중학생’성금 밀물… 학교-지역 후원회 추진>에서는‘시신보관’이라는 매우 선정적인 단어를 쓰는데 서슴치 않았다. 이는 자칫 시민들이 송군을 매우 엽기적인 인물로 초점을 맞추고, 이 사건을 흥미위주의 사건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언론은 담임교사에 대한 왜곡과 신중치 못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담임교사에 대해 “송군이 지난 5월 말쯤 어머니 병간호를 한다며 조퇴한 뒤 6개월이 지나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4일 송군의 집을 방문했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동안 담임교사가 송군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이 없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된 일부 네티즌들은 담임교사에게 교사의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12월 6일자 경향신문에서는 <中3 아들 어머니시신과 동거 6개월>라는 기사에서 “송군은 5월28일 “어머니 병이 악화돼 간호해야 한다”며 조퇴하고 6월 9일부터는 아예 결석했으나 학교에선 고교 입학원서를 써야 하는 11월까지 송군을 찾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왜곡보도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처럼 언론의 왜곡보도는 6개월간 담임교사가 송군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여지고 있어 한 개인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언론은 이 사건을 통해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임무를 망각한 채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접근 태도를 보였으며, 왜곡 보도로 개인의 인권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언론은 송군이 어머니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회적 문제점에 주목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나 행정 당국의 빈곤층에 대한 관심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시민들에게 계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도록 여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