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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 | [특집]
민간위탁 기대치, 계산기가 다르다
김회경(2004-01-28 10:47:41)
<특집> 한옥마을 민간위탁시설 민간위탁 기대치, 계산기가 다르다 우진문화재단 '중도 하차'에서 본 한옥마을 글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 전통문화센터의 수탁을 맡아온 우진문화재단이 중도에서 수탁 포기를 선언하면서 한옥마을 문화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타 문화시설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옥마을 문화시설 원년 수탁 멤버로 같은 길을 걸어온 우진문화재단이 '중도 하차'를 결행하기까지 어떤 고심을 거쳤을지 '동지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공예품전시관이나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술박물관 역시 전통문화센터 못지 않게 전주시와의 관계에서 꼬인 실타래가 만만치 않게 매복된 상태다. 문화저널이 이번 기획을 위해 전주시 이금환 문화경제국장과 수탁단체, 운영 실무자를 상대로 서면질의를 보낸 바 있지만, 수탁단체와 운영 실무자들이 "언론 노출이 상처만 되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당초 기획에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수탁단체나 운영 실무자 모두 감정적 상처와 피해의식이 깊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수탁단체와 운영 실무자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전주시와 감정적 골이 깊어진데다, 민간위탁 기대효과나 경영 방침 등 중요 대목에서 좀처럼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오해와 갈등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불만은 부족한 예산으로 파생되는 운영상의 고충이다. 이로 인해 민간위탁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동엽 한옥생활체험관·전통술박물관 대표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다보니 수익사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리라고 민간 운영자를 뽑아놓고서 운영 수지를 맞추는 데 있어서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수지타산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사업 내용과 기획에 어떻게 장기적 마인드를 갖고 그 뜻을 펼쳐볼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탁 계약기간이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1년 예산 역시 분기별로 나누어 지원되고 있다는 점도 실무 운영자가 자기 철학과 마인드를 갖고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게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3년치 예산을 한꺼번에 주는 것도 아니고, 1년치 예산마저 분기별로 집행되고 있으니 장기계획이나 청사진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한 상태다"며 "수탁단체의 노하우와 경영 능력을 보장해준다고 하면서 마치 시 예산만 따먹는 집단으로 치부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예산에 대한 불만을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늘어가는 민간위탁 시설을 관리하고 예산을 집행하기엔 전주시가 확보한 예산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의 참여가 바로 이 같은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결국 민간위탁 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기대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명백해지는 부분. 전주시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전문 인력에게 경영을 맡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고, 민간 운영자들은 현재의 예산만으로는 장기적 지원과 인내가 필요한 공익성이 당장 눈앞의 과제인 수익성에 치여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나 전주시의회, 지역 여론이 경영자들에게 수익이나 관광 측면의 성과만을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민간 운영자들이 마음껏 철학과 계획을 펼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담당공무원의 순환보직제 역시 운영자들의 에너지를 뺏고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고 꼬집고 있다. 백옥선 공예품전시관 관장은 "한옥마을 민간위탁 시설이 들어서고 그동안 담당 문화계에서 두 명의 계장이 있었고, 담당공무원도 4명이나 교체됐다. 우리는 전주시 한 군데의 지시를 받으면 되는 것인데, 바뀐 공무원의 지시와 업무 스타일에 맞추다보니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다. 기획일 보다는 총무나 회계 양식만 보고 있는 건 결국 인력 낭비일 수밖에 없다"고 비틀었다. 전통문화센터 운영 관계자도 "공무원 사이에 인수인계가 정확하지 못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결국은 운영 실무자들만 피곤하고 골탕 먹는 기분이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전주시도 할 말이 없지 않다. 문화예술인들이 전주시에 적대감이나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만 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전주시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려는 적극성이 아쉽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입장. 조희숙 전주시 문화계장은 "시에서 당초의 계획이나 마스터플랜을 정확히 세우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시에 대한 기대치를 문화계 한 곳에서 다 채울 수는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시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전주시에만 이 난맥상을 풀라고 요구하면 참 난감하다. 문화예술인들이 같이 연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전주시에도 같은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문화예술인 내부에서 일관된 주장과 지지를 얻고 전주시와 시의회를 만난다면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고, 달라지게 할 수 있다"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성을 가져주길 주문했다. 민-관의 파트너십이 관에 대한 의존이나 요구만으로 형성될 수 없다는 입장. 전주시와 수탁단체 사이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최대의 난맥상이다. 여기에 '정공법'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흘러가는 소문이나 이른바 '카더라 통신'으로 상호 오해만 쌓아가는 무책임한 의사소통구조 역시 타협과 합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시설 운영 책임자들은 회계처리방식과 사무 보고서 문서작성 양식, 수탁단체 대표의 판공비나 각 시설 직원들의 일관된 후생·복리 기준의 마련 등에 관한 일관성 있는 매뉴얼의 정립이 전주시와 운영자 사이의 마찰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주시는 시설 운영에 있어 문화예술인들이 의회와 시민, 여론의 지지를 얻는 보편타당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주문을, 민간 운영자들은 전주시의 탄탄하고 일관된 의지와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보호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민간위탁방식과 한옥마을 문화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의 형성과 실질적이고 정교한 매뉴얼의 정립, 그리고 상호 신뢰의 회복이 뒤엉킨 갈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운영방안을 찾아가는 열쇠라는 점을 곱씹어야 할 시점이다. / 김회경 기자 <시설운영자에게 듣는다>-박스 "내부 직원 이탈, 외부 압력이 컸다" 한옥생활체험관·술박물관 이동엽 대표 한옥생활체험관과 술박물관은 최근 내부 직원들이 대거 고체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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