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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 | [문화시평]
감미롭고도 아름다운 음 빛깔이 돋보였다
김삼곤/서해대 겸임교수, 홀리크로스 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작곡가로 활발한 창작활(2004-01-28 10:38:24)
감미롭고도 아름다운 음 빛깔이 돋보였다 제7회 전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글 김삼곤 작곡가·서해대학 겸임교수 지난 2003년 12월 7일(일요일)밤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있었던 전주남성합창단의 제7회 정기연주회는 멋진 음악회였다. 청년에서부터 초로의 신사에 이르는 55명의 단원들이 엮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은 남성합창만이 갖고 있는 찬란함 그 자체였다. 합창은 단원들을 구성요소로 볼 때 혼성합창, 여성합창, 남성합창으로 이루어지는데 여러 요인으로 볼 때 남성합창단은 그 개체수도 적고 또한 레파토리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합창단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내 소리 없이 사라지곤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합창단을 운영하기에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합창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적 요소와 재정적 여건 등의 안정화가 필수요인인데 남성합창단의 경우 합창단을 구성할 인적요소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지는 물론, 창단 그 자체가 너무도 어렵다. 이처럼 태동하기조차 어려운 남성합창단을 1996년에 창단하여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며 7년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제 전주남성합창단은 척박한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린 전북의 대표 합창단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이르도록 헌신한 박상만 지휘자와 임원 그리고 단원 여러분의 노고와 열정에 음악인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합창은 화합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주남성합창단은 좋은 화합의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하겠다. 먼저 연령대별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합창단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젊고 힘찬 소리와 여유롭고 부드러운 소리가 합쳐졌을 때 더 좋은 하모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단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단원상호간에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이라는 점에서 강점으로 보인다. 여기에 외국유학을 마친 성악도들까지 적절하게 안배되어 있어 참으로 이상적인 단원구성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이날 공연은 남성합창단이 연주하는 각기 다른 성격의 레파토리로 짜여진 3개의 무대와 남성합창단원인 Bass Bariton 김석원과 CBS소년소녀합창단의 특별출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남성합창단이 선보인 레파토리는 러시아 민요와 크리스마스 캐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유명 Opera 합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미 레파토리의 선정에서부터 관객의 호감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음에도 각 섹션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연출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자연스러운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레파토리의 선정이나 음악회 연출적 차원에서 남성합창단이 이번 음악회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관객들을 자상하게 배려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먼저 전북지역의 음악회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러시아 민요를 야심차게 준비한 합창단과 지휘자의 용기있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러시아어가 단원들에게 생소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러시아어 발음이 국적불명의 언어로 전달된 점은 이 합창단이 2004년 러시아공연을 준비한다고 하니 숙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또 파격적인(?) 겨울 코트와 빵모자 등을 입고 선보인 크리스마스 캐롤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었으나 바로 앞선 무대에서 CBS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른 곡들이 전부 크리스마스캐롤이었기에 아이템의 중복으로 정성스레 준비한 음악적 효과가 다소 반감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 아울러 캐롤이 전체적으로 달콤하게만 느껴졌는데 남성만이 갖고 있는 파워 넘치는 찬란한 음 빛깔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캐롤이 달콤하게만 전달된 것은 남성합창편성이 아닌 혼성합창 편성의 악보를 연주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도 이제 철저히 준비해 전주남성합창단만이 갖고있는 찬란한 음 빛깔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유명 Opera합창은 도전적인 무대였으며 비로소 남성합창단의 찬란하고 우렁찬 하모니를 느끼게 한 무대였다. 조그마한 주저함이나 어색함도 없이 55명의 남성들이 뿜어내는 소리는 커다란 모악당을 압도했으며 청중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좋은 음악회란 무엇일까? 그것이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행복해지는 음악회라고 한다면 이날의 음악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전주남성합창단은 매우 감미로운 사운드에서 폭발력있는 다이나믹한 사운드까지 모든 사운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합창단으로 성장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 어떻게 해야 관객이 즐거울 수 있는 가에 대한 기획과 연출 역량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역에서 한 합창단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오늘의 성과는 곧 내일의 과제가 되는 법. 전주남성합창단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통해서 이미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합창단의 하나로 자리매김 했기에 이 합창단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을 단원 여러분들이 주의깊게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통해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최선의 경지란 없는 법. 이제 전주남성합창단은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된다. 아마추어 동호인으로서의 모임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전문적인 합창단으로서의 성장에 욕심을 가져볼 것인가 이 두 갈래 길에서 단원들의 선택이 남아있다. 나는 지금까지 전주남성합창단을 지켜보면서 이 합창단의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있기에 이 합창단이 보다 높은 지향점을 갖기를 바란다. 그래서 몇마디 도움말을 드릴까 한다. 먼저 전주남성합창단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매우 높아졌다. 이는 단원들을 더욱 명예롭게 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책임감을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시길 바란다. 그래서 단원들이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말고 더 높은 목표를 열망해 보시길 권한다. 음악적으로는 이제 전주남성합창단만의 음악에도 관심을 갖길 권한다. 전주남성합창단의 음 빛깔에 맞는 좋은 곡, 새로운 곡들을 많이 발굴하시고 아울러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적인 곡들도 좋지만 보다 전문적인 합창음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그래서 1년에 한번 또는 한 섹션 정도는 음악적 성과를 확인해보는 그런 연주회나 프로그램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2004년 전주남성합창단이 러시아 공연을 준비중이라니 첫 해외 공연에서 대 성공을 거두시길 바라며 전주남성합창단에게 크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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