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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 | [문화가 정보]
판소리의 비상을 꿈꾸며...
최정학(2004-01-28 10:31:39)
판소리의 비상을 꿈꾸며... 대한민국 판소리 큰잔치 “아이구 추워라. 그나저나 참말로 굿들 좋아하요. 이 추운 날씨에 소리 듣는다고 여기 앉아들 있는거 봉께” 조통달 명창의 구수한 입담에 관객석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초겨울 찬바람이 매섭던 지난 7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대한민국 판소리 큰잔치’가 열렸다. 이 행사는 판소리의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 선정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도내의 여러 국악단과 내노라하는 명창들이 대거 출연해 신명나는 잔치를 벌였다. 전라북도가 주관하고,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모두 3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기념식과 축하공연이 열린 1부에서는 도립국악원 창극단과 전주시립국악단, 어린이 소리꾼 유태평양군이 화려한 무대를 꾸민데 이어, 임돈희 동국대교수?최동현 군산대교수?윤석길 유네스코 한국본부 전북지부장이 판소리의 유네스코 무형유산걸작 선정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제 1부 행사가 끝나고, 전통혼례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제 2부 ‘판소리 큰잔치’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조소녀?오정숙?조통달?홍정택?최승희 명창 등 판소리 도지정무형문화재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준보유자들이 총 출연해 소리꾼 특유의 걸쭉한 입담과 열창으로 무대를 달궜다. 이 무대에서 누구보다 즐거워한 사람들은 귀 명창들. 우리지역의 내노라하는 명창들이 한 자리에서 소리를 하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객석 옆, 술과 떡으로 푸짐한 잔치 상에 둘러 모여, 평소 듣기 힘든 명창들의 소리에 추임새를 넣는 호사(?)를 맘껏 누렸다. 어두워지면서 더욱 쌀쌀해진 날씨 탓에 경업당으로 자리를 옮겨 치른 3부 행사는 창작판소리 사습대회 수상자들과 어린이 소리꾼들이 출연해 꾸미는 즉흥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가 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 판소리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말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뜻도 된다” 명창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를 하는 행사장의 한 편에 서있던 곽병찬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의 말이다. 곽 관장은 이어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양식을 개발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사설을 번역하는 등 세계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교육’, 여러 교육적 장치들을 통해 청소년 시기부터 국악을 접하고 친근감을 갖도록 해야만 국악의 참 맛을 알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곽 관장은 “전라북도가 판소리의 본고장으로서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악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치해, 미래의 명창들을 키워내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진택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도 전라북도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도 무형문화재를 국가 지정의 무형문화재보다 더 융숭하게(?) 대접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 고장에서 판소리를 해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서울로 떠났던 명창들이 다시 돌아 올 것이고, 그들에 의해 우리고장 판소리의 교육기반과 전승기반이 갖춰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대하게 치러진 이날 행사에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일반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의 영향도 컸겠지만, 판소리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선정을 축하해 벌이는 잔치가 도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썰렁하게 치러진 점은 행사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완근씨(62. 전주 덕진구)씨는 “날씨도 추운데 소리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해주어 매우 감명 깊었다. 그동안 TV를 통해서만 보다가 직접 공연장에 와보니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이런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번 행사가 일반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판소리의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문화유산 걸작 선정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대한민국 판소리’ 외에, 9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더늠의 멋’,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국악콘서트’, 19일과 20일 이틀 간 남원국립민속국악원에서 ‘『소리』세계를 가다’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성대하게 열렸다. 17일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사단법인 마당과 전주KBS가 공동 주관한 ‘판소리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학술세미나가 열려, 판소리의 보존과 발전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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