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문화저널]
12월의 문화산책 (인터브)
최정학 기자(2003-12-29 18:44:47)
Interview | 대통령상 받은 홍석렬씨
제 23회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 장원을 차지해 대통령을 상을 받은 홍석렬(52. 전주시 전동). 그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보통 고수들이 소리꾼에서 출발해 고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젊은 시절 전자오르겐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1991년 도립국악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고수의 길로 들어섰다.
"소리꾼과 눈에 보이지 않는 교감이 오갈 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낀다." 홍석렬씨가 취미 삼아 시작한 고수의 길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이유이다.
홍씨는 이번 대회에서 김세미 명창의 흥부가와 수궁가에 장단을 맞췄다. "소리꾼의 소리가 좋아 비교적 수월하게 장단을 이어냈다"면서 "흥부가의 세마치 장단이 가장 어려웠다"라는 말도 덧붙인다.
홍씨는 이번 대회를 위해 매일 2,3시간씩 꾸준히 연습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명창들을 찾아다니며 장단을 맞춰왔던, 자타가 공인하는 노력파이자 실력파.
창극 '협률사'에서 한성준역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세계소리축제 명창명가에서는 홍정택, 김일구 등 내노라하는 명창들의 무대에서 북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은 전국고수대회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수상했던 경력이 있다.
고수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각 서편제 동편제 등 각 유파를 모두 공부해 소리판의 흥과 애환을 내 북가락 속에 제대로 녹이고 싶다" 홍석렬씨가 밝히는 포부이다.
홍씨는 현재 고수 활동 외에도 봉사예술단 '짱' 회원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Interview | '아애'의 김정철 대표
"첫 해외공연이지만, 전혀 해외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포근하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조총련계 재일 동포인 김정철은 북한 사투리가 섞인, 유창한 한국어로 첫 방문의 소감을 말했다. 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한옥마을'과 전주의 음식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한옥 집들과 정성어린 음식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전주 사람들의 인심에 대해서도 칭찬이 대단했다. 친절하고 정이 많아 금방 사귀게 된 친구들도 많단다.
"지금 재일동포의 삶은 어렵다. TV를 통해서도 봤겠지만, '저고리 사건' 같은 것으로 인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매우 불안해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넋을 일깨워주고 싶어 '아애'를 만들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민족교육을 한다는 것도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 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이며, 결국 통일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통일을 이뤘을 때 민족적 역량이 커지고, 또 이로 인해 재일 동포들의 삶도 나아 질 수 있을 거란 얘기다.
"비록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이곳에 와서 조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재일 동포라는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줘야 할 때이다.
nterview | 기획·연출 맡은 지기학씨
"창극이 생겨 난지 이제 겨우 10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정형화된 스타일을 갖고 있는 판소리와는 달리, '전통'이라는 굴레에 가둬놓고 변화 없는 반복만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극에 대한 젊은 국악인의 생각은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100년 전 소리꾼들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창극이라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장르적 실험을 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소리꾼들도 넓은 포용력과 실험정신을 갖고 창극을 바라봐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창극의 모델은 아직도 발전하고있고, 개발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얘기다.
"판소리는 그 자체가 연극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적벽가 불지르는 대목에서는 아무런 무대장치나 소품 없이, 소리꾼의 창(唱)과 부채하나만으로 몇 천 척의 배가 불타고 백만 대군이 몰살당하는 스펙터클을 표현하지 않는가. 때문에 일부러 극적 무대장치나 소품을 사용하기보다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창극을 만들고자 했다."
지씨는 창극의 본질은 판소리이고, 앞으로 창극의 중심은 판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음과 기호에 의존하는 의사소통의 언어적 특성보다 판소리의 발성적, 음성적 특성을 살려서, 굳이 우리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도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창극을 만들고 싶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창(唱)을 통해 감정의 선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창극을 만들고 싶다는 그. 젊은 국악인이 가는 길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