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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문화저널]
12월의 문화산책
김회경 기자(2003-12-29 18:24:15)
여성 영화아카데미' 진일보한 행보 제4회 전북여성영화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의미, 그리고 그들만의 자아찾기'. 올해로 네 번째 여정에 나선 전북여성영화제가 '여성영화를 지역에서 보여주는' 공간적 의미를 넘어 지역 여성들의 일상과 삶, 의식을 투영하고 여성 영상제작 인력을 확장시켜 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4년의 행보에 진일보한 의미를 남겼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를 슬로건으로 한 제4회 전북여성영화제가 11월 6일~8일까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과 전주 한솔문화공간에서 펼쳐졌다. 전북여성단체협의회(회장 유유순)가 주최한 올해 여성영화제에는 3일간 국내외 여성관련 영화 39편이 상영돼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내외 여성들의 각기 다른 위상과 변화된 의식,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스크린을 통해 풍성하게 담겨졌다. 39편의 영화는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세계여성영화부문을 비롯 한국 영화부분과 다양한 시선-국내외 단편영화부문, 1318 소녀 이야기, 단편경선 공모작, 전북여성영화제 여성영화아카데미 제작지원작 등 모두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됐다. 개막작으로 주인공 한나의 성장기를 통해 사춘기 소녀가 겪는 성 정체성과 정신적 방황 등을 그린 레아폴 감독(캐나다)의 <자유를 향해>가 상영됐으며, 폐막작은 단편영화 경선부문 최우수 작품을 수상한 <정거장>(장미경·우석대 영화학과 4)이 선정됐다. 관객들의 관심이 쏠린 폐막작 <정거장>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유년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겪게 된 자신의 감정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주인공 '경은'을 통해 부모의 파경을 지켜보며 어린 딸이 겪게 되는 심리를 섬세하고 재치 있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영화제의 성과는 일회성 행사로 '소비'하지 않고 꾸준한 상시 프로젝트를 올해 처음 시도함으로써 여성영화인력 양성이나 여성문제를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북여협이 올 여름 '여성영화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여성 영화인력들에게 기술과 제작 지원에 나서 영상을 꿈꾸는 여성인력들에게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었다. 여성영화 아카데미를 통해 제작 지원을 받은 세 편의 작품이 여성영화제의 한 섹션으로 당당히 소개됨으로써 행사의 지향과 의미를 충실히 담아낸 셈이다. 또 올해로 세 번째 치러진 단편영화 경선은 출품작 수가 조금씩 안정된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점(2001년 4편, 2002년 17편, 2003년 14편)이나 작품 수준이 예년에 비해 향상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여성영화제만의 차별화가 뚜렷하지 못했던 한계를 단편 경선과 여성영화아카데미 개최 등으로 조금씩 극복해 가고 있지만, 서울여성영화제의 상영작 수급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주제와 상영작에서 차별화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명구의 춤 버선발 사뿐히 내려앉고, 장삼소매 허공을 가를 때마다 숨죽인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지난 21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고명구의 춤'이 공연됐다. 고명구씨(원광대 사범배 무용교육과 졸)는 첫 개인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 춤(이매방류)· 호남산조· 승무를 선보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살풀이 춤'은 남도 무굿에서 파생된 춤으로 한·흥·멋·태를 고루 갖추고 있어 아름답고, 정중동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춤. 하얀 소복을 입고 펼치는 몸짓에 단아한 멋과 여인네의 정한이 베어있었다. '호남산조'는 자연과 어우러진 인간의 몸짓을 표현한 것으로, 흩어진 가락을 모아서 만든 즉흥 형식의 춤이다. 진양에서 중머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까지 몰아 전이해 가는 선율 속에서 여인네의 여한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고씨의 마지막 독무(獨舞)는 '승무'. 한국 무용의 정수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중요무형문화제 제 27호로 지정된 춤이다. 이날 고씨가 장삼 소매를 놀리어 이루어낸 아름다운 율동미는 엄숙하고 고요한 가운데서도 심오한 내면의 멋과 흥을 뿜어냈다. 이밖에, 김명신씨(원광대 무용과 강사)와 이은아씨(익산시립무용단 훈련장)가 특별 출연하여 '태평무'와 '풍류미인도'를 발표했고, 고씨의 제자들이 '삼고무'를 공연해 흥을 더했다. 원형보존과 함께 세계와 만나는 길을 탐색하자 제3회 국립민속국악원 학술회의 '판소리의 새로운 조망' "판소리를 영어로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판소리는 언어와 음악의 만남이고, 영어의 어순이 주어+동사+목적어인데 반해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주장해온 터였다. 이는 기존 판소리에 대한 필자의 절대 존경심, 급급한 퓨전에 대한 못마땅함, 영어의 독식 등등 때문이었다."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영어 판소리'를 시도해온 박찬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판소리와 세계무대의 다문화적 만남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주제발표로 관심을 모았다. 국립민속국악원이 11월 15일 판소리 인류구존 및 세계무형유산걸작 선정을 축하하는 학술대회를 열고 '판소리의 새로운 조망'을 주제로 판소리의 미래 가능성을 살폈다. 이 자리에는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이 '판소리 연구의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갖고, 성기련 서울대 강사(1930년대 판소리 부흥운동과 음악문화의 지향), 황미연 전북대 강사(전북 판소리계의 판도-국가 및 전북도지정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이규호 중앙대 강사(판소리의 통성발성에 대하여), 박찬웅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판소리와 세계문화의 다문화적 만남) 등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논평은 박연호 서남대 교수와 명현 국립민속국악원 연구사, 김용근 지리산판소리문화연구소장, 김동현 광주교대 교수, 왕기철 국립창극단 단원,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연출, 이윤선 목포대 강사, 서인화 국립민속국악원 연구사 등이 맡았다. 판소리 연구의 성과와 전망을 사설과 발림, 음악성, 조(調), 발성 등으로 나누어 살핀 이보형 회장은 "그동안 판소리 명창들의 판소리 발성에 대한 논의가 없지 않았지만, 발성론은 흔히 단전에 힘을 주어야 한다든가 비성(鼻聲)을 쓰지 말라든가 하는 전통적인 용어로 말해왔다"면서 "더러 이런 전통적인 영어로 판소리 발성을 규명한 논문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형이상학적인 이론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명창들의 발성 용어와 그 발성법을 현대 의학적 매커니즘을 동원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북 판소리계의 판도'를 발표한 황미연씨는 "1990년 당시 전북은 정정렬제와 김연수제가 주로 전승되었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동편, 서편, 동초제 등 다양한 소리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판소리 경연대회 및 판소리교육과 활동기관 역시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돼 전북이 우리문화의 정수인 판소리 전승의 중요한 창고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판소리를 통한 다채로운 연구와 접근방식이 망라된 가운데,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걸작 선정으로 '판소리 세계화'가 새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박찬웅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의 발표가 특히 의미심장했다. 박 교수는 "필자의 검소한 실험들, 즉 영어자막과 영어해설판소리, 영어판소리, 영어창극은 판소리가 원형문화재 보존상대로만이 아닌 현대공연예술의식과 다문화적 만남에 깊이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세계무대의 동반자로서 나누는 기쁨과 함께 서구 중심, 서구 지향적, 지정학적 불균형에 '이국적 他'의 시선에 맞서 개척의 노고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내일의 후학들이 다문화적 교통에 구조적 손색이나 손해가 없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이 준비한 이번 학술회의는 판소리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접근을 시도한 각별한 자리였지만, 소리꾼이나 연구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해 썰렁한 객석은 행사의 의미마저 반감시키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003 '우수문화예술회관' 선정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2003년도 전국문화기반시설 평가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중소도시부분 장려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예술기관 운영의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민간위탁기관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민간의 자율성과 운영의 자율성 확보·중장기 발전 계획 마련 시행, 경영환경개선의 가시적 성과·전체예산 대비 60%의 사업비 확보, 운영의 활성화가 수상 사유로 꼽혔다. 이번 우수기관 선정에 따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003년 11월 25-26일 강원도 춘천에서 개최되는 전국 문화시설기반 책임자대회에서 모범운영 사례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인권 대표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문화선진국처럼 민간전문가에 의해 운영되는 최초의 규모 있는 시설인 만큼 그에 걸맞게 최고의 문화예술회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전북도민과 우리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 화산업 가능성 충분, 안정적 예산 확보는 과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평가토론회 디자인 서예전과 서예술의 실용화전은 산업화와 연계성 개발 면에서 좋은 시도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획전이 다소 많았다고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개별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이 좋겠다". 토론에 나선 하우봉교수의 평가다. 지난 11월 12일 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 중회의실에서는 2003 세계서예비엔날레 평가 토론회(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주최, 사단법인 마당 주관)가 있었다. 이날 평가 토론회에는 김병기교수를 비롯한 임명진(전북대 국문학과)·조수현(원광대 서예과) 교수·문화평론가 문윤걸씨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토론은 하우봉(전북대 인문학부)·조민환(춘천교대) 교수와 전라일보 이상덕 문화부장이 참여했다. 이날 평가토론회의 가장 큰 화두는 '서예의 생활 속으로'. 올해의 주제였던 '생활 속으로'가 행사 속에 제대로 반영되었는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서예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안까지 많은 고민들이 논의됐다. 김병기 교수는 "미감의 서양화로 인해 현재 한국인이 서예를 비롯한 전통문화를 감상 할 수 있는 심미안을 잃어버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서예의 수준은 높이고, 서예가는 겸손한 태도로 대중의 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하면서도, 현재 한국서예에 만연하고 있는 '부박한 유행'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명진 교수는 서예의 소통 기능 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예의 본래 기능이 소통 기능인만큼, 그 기본을 되찾음으로써 결국 '서예의 생활 속으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조민환 교수는 "오늘날 이미 붓이나 한자를 통한 의사 소통이 거의 사라진 만큼, 서예를 문화산업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의 서예는 당연히 실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실용성은 당연히 문화산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밖에, 조수현 교수와 이상덕 부장은 예산 확보와 조직의 정비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주문했고, 문윤걸씨는 "소리축제와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고, 김제 지평선축제 같은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축제와도 긴밀히 협조하여, 하나의 '관광 코스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서예를 '생활 속으로'와 연관하여 말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서예의 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평가 토론회는 비록 각 행사간에 유기적인 연관성이 결여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생활 속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동경의 대상인 예술이자, 따라서 '생활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는 서예. 이를 실현하는 일은 앞으로 서예비엔날레가 꾸준히 풀어가야 할 궁극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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