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문화저널]
12월의 문화산책
최정학 기자(2003-12-29 18:19:26)
문학·출판
지나온 흔적을 묶다
김은실 수필집 『나는 꿈꾼다』
김은실이 그동안의 글들을 묶어 수필집『나는 꿈꾼다』를 펴냈다. 김은실은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수필가. 1974년 전국 교원 수기 모집에서 1등 수상, 81년 전주시 풍남제 주부 백일장대회 '산문부' 장원으로 실력을 인정받다가, 89년 '한국 시' 수필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며 98년에는 '전북수필문학상'을, 올해에는 '여류문학상'을 수상하여 그녀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그녀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소박한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의 예찬. 교육자적인 책임과 인성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때문에, 김남곤(시인·전북예총회장)씨는 그녀를 "가시밭 같은 메마른 땅 위에 작지만 아주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 노력하고 있는 희망의 소유자"라며, "그 일이 뼈를 깎는 참혹한 아픔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통 끝에 움트는 희망의 극치를 버리지 않는 사람" 이라고 평가한다.
『나는 꿈꾼다』는 이런 작가가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묶은 것이다.
'온갖 아름다운 것들. 눈을 들어 보라, 지천에 깔려있는 슬프도록 여린 아름다운 것들을'(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깊은 산 속 계곡물로 씻은 듯한 맑은 어휘들은 사악한 세상에 띄우는 그리운 연서 같다. '행복'에서도 저자는 향료가 '반 병이나 남았다'와 '반 병 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두 생각의 차이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 극명하게 보여주며, 삶에 대한 감사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그녀는 "살아 온 흔적, 하나하나가 다시 살아 움직일 때마다 기쁨보단 슬픔과 회환이 더 많았음을 고백"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녀가 말하는 것은 희망이다.
만추의 텃받에서 거둔 알곡들
장화자 시집 『존재의 텃밭』
『만남을 위한 서곡』·『돌 섶에서 들리는 소리』·『또 하나의 기폭을 달며』에 이은 장화자(경기도 개성출생·군산여고 졸)씨의 4번째 시집 『존재의 텃밭』이 발간되었다.
'모든 것은 / 소리 없이 가고 오는 것 / 침묵 속에서 / 번득이는 섬광 한 줄기 / 꼭 움켜쥐고 / 푸르디푸른 언어 위에 / 기둥하나 세워 놓는다 / 시방.'(존재의 텃밭).
그는 소리 없이 가버리는 감정의 편린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시를 쓴다고 하지만, 결국 그가 남기는 것은 외롭고 쓸쓸한 삶, 그 자체이다.
'이젠 / 너의 모습을 / 보여 주어야 되지 않겠니 / 언제나 안으로 안으로만 돌던 / 너의 무딘 사랑과 / 새하얀 웃음 뒤로 보이는 / 싸늘한 너의 고뇌. / 무한을 유한으로 끊으며 / 가까스로 만들지만 / 늘 마지막엔 / 눈부신 빛으로 사라지는 / 변신의 마술사 / 일생을 다해도 / 겉으로만 더듬다 끝나는 / 환상의 무지개.'(삶의 실체)
그는 활자가 되어 선보이기까지 언제나 망설임과 부끄러움이 따르지만 용기와 억지를 부려본다며, "희노애락의 감정을 반복하고 깊이 생각하면서 다시금 언어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다짐한다.
기독교 정신의 신앙적 체험 고백
김명옥 수필집『입술만 그리는 女子』
김명옥이 첫 수필집 『입술만 그리는 여자』(신아출판사)를 펴냈다.
김명옥은 수필가이자, 그 이전에 남달리 믿음이 돈독한 기독교인. 지난 20여 년 동안 독실한 신앙생활과 청소년 상담을 통해 그들이 쉽게 버리고 포기한 희망과 미래를 붙잡는 일을 해왔다. 『입술만 그리는 여자』는 이러한 그의 이력과 맥이 닿아있다. 그동안의 독실한 신앙생활과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전화를 하면서 수확한 열매들인 것이다.
그 또 다른 미덕은 쉽고 편안하다는 점이다. 이기반(시인·전 전주대 교수)씨는 "그의 수필은 우리 일상생활 주변의 이야기거나, 자신의 가정을 배경으로 한 대중적인 범사이기 때문에 공감의 진폭이 넓고 친근감이 도탑다"고 평가한다.
현직 경찰관의 진솔한 '세상 읽기’
이상우 수필집『자동차 시대에서 휴대폰 시대까지』
이상우씨가 수필집 『자동차 시대에서 휴대폰 시대까지』를 펴냈다. 전북지방 경찰청 정보통신 담당관이기도 한 그는, 월간 '문예사조'에서 수필로 등단, 현재 한국 기독교 문인협회 전북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이번 수필집 『자동차 시대에서 휴대폰 시대까지』는 바쁜 경찰 업무 중 틈틈이 써온 것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현장감각이 돋보인다.
그에게 글을 쓰는 작업이란 바로 '흔적'을 남기는 것. 그는 "어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들이 흔적으로 남아 지울 수 없다면, 내일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집필의 이유를 설명한다.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에서는 가정에 대한, 2장에서는 고향에 대한, 3장에서는 사회생활에 대한, 4장에서는 정신생활에 대한, 마지막 5장에서는 자연을 중심으로 한 사고의 흔적들을 모아놓았다.
제 14집 『전주문학』
사단법인 한국미래문학연구원에서 『전주문학』 제 14집을 발간했다.
무엇보다 우리지역 시인들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뜻깊다. 특집으로 마련한 '이 고장의 시인을 찾아서'가 그것.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교수가 '이병훈론'과 '이기반론'을, 문학평론가 최명희씨가 '윤리주의자의 엄숙한 시쓰기 - 윤이현의 동시론'을 통해 이들의 시 세계를 재조명했다.
한국미래문학연구원이 주최한 제 2회 '전주문학상'에는 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30여 년을 동시 창작에 매달려 온 윤이현(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씨가 대상을 차지했으며, 신인상은 2002년〈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한 전북남원출생 최정아씨가 '그런 관계' 외 두 편의 시로 선정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해외동포 문학상'에는 노희주(샌프란시스코 문학인협회 이사)씨가 그간의 모국어와 나라사랑을 인정받아 수상하였다.
제 3회 혼불문학상 박현선씨 수상
우리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故 최명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혼불문학상(운영위원장 두재균)이 3회 째를 맡았다. 올해의 수상작은 박현선(문학박사, 숭실대 시간 강사)의 '최명희 소설연구'. 『혼불』뿐만 아니라, 단편소설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연구의 시발점이 될만한 논문이었다는 점·최명희의 단편소설이 지니는 특유의 서술방식, 특히 시점과 구성상의 특성을 규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의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 『혼불』이 지닌 서술방식의 다양성, 이종 텍스트들의 삽입을 통한 상호텍스트성, 우리말의 전통을 현재화환 문체, 등장인물들의 특성 등을 다면적으로 살핌으로써, 이에 내제되어 있는 작가의 세계관 및 작가의식을 아울러 구명하고 있다는 점이 수상의 이유로 꼽혔다.
수상자인 박현선은 "크지도 않으면서 꽉 차지 못한 제 속을 빼곡하게 채우기 위해 일어서야 겠다. 작지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그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위한 노력을 이제 다시 시작해야겠다"라는 말로 수상의 기쁨과 다짐을 대신했다.
혼불문학상은 최명희 선생의 삶과 소설 『혼불』의 문학세계를 탐구해, 그것의 가치를 국내 학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문학연구 활성화를 위해 혼불기념사업회에서 마련한 상. 심사는 최근 3년 이내에 발표된 연구 논문 및 발간물을 대상으로 하며, 역대 수상작으로는 장일구(평론가, 광주여대 문학예술연구소 전임연구원)의 '혼불읽기 문학읽기', 이덕화(평택대 교수)의 '최명희의 문학읽기'가 있다.
전 시
정진흔 개인전
(10월 27일~11월 5일 전주얼화랑)
장수에서 사과농장을 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정진흔씨가 전시를 보여줬다. 10월 27일부터 11월 5일 까지 전주 얼화랑에서 가진 이 전시는 사람냄새 많이 나는 작품들로 전시장 가득 메워졌다. 중앙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장수로 내려와 사과농사와 함께 하며 그 주변인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아무렇게나 생긴 나무 틀에 간단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우리내 할머니요, 손주였다. 작은 틀로 된 판에 제각각 자신의 삶을 그려내는 소재들은 넓은 벽면 작은 것들이 모여 커다른 삶을 그려내고 있다. 또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작은 모형들도 나뭇결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크게 어색하지 않다. 그냥 어린시절 가볍게 만들어 준 인형처럼 그저 친근하기만 하다. 자연에 묻혀 살면서 자연을 벗삼아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그의 작품은 결코 예술성이 떨어지지 않는, 마음을 담은 작품들이었다.
젊은시각, 그 이후
서신갤러리가 해마다 기획하는 '젊은 시각'전이 5년동안 치뤄오면서 배출한 작가가 13명에 이르러 진단하고 정리하고자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서신갤러리의 기획자로 일하면서 현재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시기획자로 일하는 유대수씨가 기획하여 만들어졌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젊은 시각전을 통해 자신의 작업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도 되었고, 한 단계 성숙하게 하는 기회도 되었다. 그런 작가들이 짧게는 올해, 길게는 5년 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발전되고 변화된 작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신갤러리 기획전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진단하고 정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애매한 부분도 있지만 처음 젊은 시각전을 기획한 기획자가 중간 마무리를 하는 것에는 조금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단지 기획자의 일하는 장소가 바뀌어져 주최도 바뀌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북의 젊은 작가들의 흐름을 파악하고 짚어가고자 하는 의도에는 관심이 가는 전시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 전시에도 그 동안 참여했던 작가가 모두 모이지 못하고 여러 사정으로 10명만 함께 하고 있다는 것과 지금은 거의 작업을 하지 않으면서 이번 전시를 위해 갑작스레 만들어낸 작품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도 앞선다. 젊은 세대들은 과연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젊은 작가들의 앞날에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서신갤러리는 앞으로도 젊은 시각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고, 지금 보다 더 많은 작가를 육성하겠지만 숫자만 풍성한 전시가 아니라 속이 알찬 작가들이 배출되는 전시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제9회 그림마을 정기전
그림마을 회원들의 소박한 전시가 전북예술회관에서 10월 31일부터 일주일간 열렸다. 회원들은 올해로 아홉 번 째를 가지면서 꾸준하게 작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윤철규, 강현화 두 강사의 지도아래 12명의 회원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전시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고자 한다.
모든 회원들이 평면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각각의 작업 성격은 재료나 소재에 관계없이 솔직하고 진지하게 만들어갔다. 노련한 테크닉 보다는 손냄새 풀풀나는 그런 작업들이 조심스레 나들이한 전시였다.
전북 민미협 회원들의 여섯 번째 가을 기획전이 11월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펼쳐졌다. 민족미술인 협회 미학적 관점에서의 현대미술이 주는 객관적 양식의 표현과 관객과의 소통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미술의 실천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작품내용은 현재 우리들에게 이슈화되고 있는 부안 방폐장 건립문제라든지 아프가니스탄 전쟁, 자살이 만연한 사회문제 등 현실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강현화, 서용인, 송만규, 지용출 등 9명이 참여하여 다양한 기법으로 여러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된 현대 개념에 맞추어진 민중미술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전시였다.
국훈호 개인전
돌이 가지는 매력에 심취한 조각가 국훈호씨의 첫 번째 개인전이 전북예술회관에서 14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전시한 작품들은 돌이 가지는 거칠고 차가운 이미지보다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작가만의 감성이 나타난다. 내용적으로는 시대적인 국제정세를 감지하고 작품의 표현 안에 인간성의 파괴와 전쟁의 참혹함을 주제로 삼고 있다. 작품안에서 보여지는 고리형태나, 총알, 대못에 당겨지는 천의 느낌, 또는 바람에 날리다 기둥에 걸친 듯 한 천의 표현 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전시된 작품들 중에 눈에 유독 띄는 것은 찌그러져 가는 캔의 모습을 4단계로 표현한 것이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캔 문화를 사회 환경적인 요소로서 해석하여 간단한 듯 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았다.
차종순 '한지와의 만남 전'
서양화가가 한지를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예원대학교 교수인 차종순씨가 한지와의 만남전을 전주 역사박물관에서 11월 8일 부터 21일까지 가졌다. 서양화가로서 캔버스에 아크릴을 사용하여 휴지기 연작 시리즈를 보여주었던 작가는 전통에 대한 재해석으로 한지를 선택하여 오브제 강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품에는 한지를 기본으로 청, 적, 황, 백, 흑색 등 원색들을 강하게 결합하여 현대미술의 추상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표현기법에도 꼴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한지를 겹겹이 덧붙이고 그 위에 한지를 새끼줄처럼 꼬아 층층이 붙여 문자인 한자와 색상을 첨가함으로써 현대적 조형언어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장르가 바뀐 이번 전시는 차종순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든 전시이기도 하다.
서희화 개인전
전북의 젊은 작가 서희화씨가 10월 31일부터 11월 20일 까지 서울 송은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 희비가 교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 ‘욕망-장생(長生)’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진 서희화의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궁금증이다. 욕망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서 표출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그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게 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작가는 반어법적인 어법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장생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버려진 폐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수없이 많은 온갖 PET병과 플라스틱 폐자재는 그런 작가의 욕망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폐품들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민화로 탄생된다. 장생을 나타내는 민화속의 주인공-학, 거북, 사슴, 소나무, 구름, 돌-은 입체가 되어 전시장 가득 설치되어 있다. 마치 십장생도 안에 들어와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표현에 있어 유머러스하기도 한 그의 작품은 그냥 흘려 지나치기에는 관람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산들산들 전
제 2회 ‘산들산들’전이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11월 19일 부터 22일까지 열렸다. 이 전시는 전북대학교와 울산대학교의 교류전으로 주로 교류전들이 교수나 동문들의 전시로 일관되는데 반해 ‘산들산들’전은 재학중인 3, 4학년 학생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전시다. 영호남 교류라는 큰 타이틀과 함께 예비작가들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지역적인 비교와 개인적인 평가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서 서로에게 유익함을 주는 자리이다. 좋은 취지하에 열려진 이 전시는 작가육성 토대에 질 좋은 양분을 불어넣는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매년마다 전주와 울산을 교대로 전시할 계획이어서 지속적인 관심이 가는 전시이다.
제9회 청년작가 위상전
전라북도 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청년작가 위상전’의 아홉 번째 전시가 전북예술회관에서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젊은 신인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전시는 작업에 열정을 가진 각 부문별 젊은 작가들을 추천받아 한자리에서 전시함과 동시에 상금제도를 두어 내년도에 개인전을 가진다. 올해는 순수회회와 공예, 서예 등 24명의 젊은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 중 2명을 선정하여 상금을 수여하고 내년에는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수상은 한국화에 문경순과 서양화의 김중수가 받게 되었다.
해마다 치뤄지는 이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은 서로 견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청년작가 위상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지는 자리였다. 앞으로 전북미술을 이끌어 갈 작가들의 자리여서 그만큼 힘과 의욕이 엿보였다.
6인전
여섯명의 작가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여진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각기 다른 자리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만들었다. 11월 21일부터 27일 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한국화, 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이다. 딱히 이들이 어떤 테두리를 가지고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생활속의 습관처럼 늘 부딪치고 엮이면서 함께 작업의 공간안에 있다는 것 뿐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세련된 거대함 보다 작고 소탈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털털하게 막걸리 한잔 걸치고 아무데나 걸터 앉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저마다 자기 작업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모습을 김수귀, 조헌, 전양기, 문지웅, 김준호, 백승관이 참여하여 그려내고 있다.
의식의 새물결 정기전
전북 한국화에 새 물결을 일으켜 부흥시키고자 만들어진 '의식의 새물결‘ 정기회원전이 11월 21일 부터 27일 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고형숙, 임대준, 윤호, 송상선, 황혜정 등 9명의 젊은 작가가 의식의 새 물결이라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 그룹은 젊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자리로 일정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후배 작가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회원도 달라지고 참여되는 그림의 성격이 작가에 따라 달리지는 모양을 만들어 냈다.
김우철 개인전
우리 주변의 따뜻한 풍경을 그려낸 김우철씨가 그의 작업 열정이나 연륜과 다르게 첫 번째 개인전을 조심스레 열었다. 11월 21일부터 27일 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보여준 그의 작품은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동안 전북예총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작업은 해왔지만 작가로서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이번이 처음이라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그의 작업 여정은 그렇게 조용히 길게 마련되었다.
캔버스에 오일로 솔직하게 담아 낸 풍경들은 첫 번째 개인전이 보여주는 미숙함이나 서투름이 아니라 작업 연륜에 맞게 탄탄한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거칠고 굵은 터치로, 때로는 섬세하게 가는 손놀림으로 사물이 가지는 물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북화단 구상작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김우철씨는 길었던 작업 여정에 일단락 매듭을 지으면서 작가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자리였다.
한춘희 개인전
갤러리 관장과 작가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관장의 위치에서 작가로 변신한 얼화랑의 한춘희 관장이 개인전을 열었다. 장소는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얼화랑으로 이미 일본에서 전시를 마치고 돌아와 11월 7일부터 22일 까지 가졌다. 한관장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수 없이 많은 작가와 작품을 대하며 나름대로 작업에 대한 시각을 넓혀오면서 틈틈이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관장으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작가로서는 아직 초보적이어서 조심스럽게 발표를 하게 되었다. 노련한 테크닉이나 숙련된 붓 터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물을 진솔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작품에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오히려 기성작가들보다 진지한 작품을 보여준다. 잔잔하게 표현된 정물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주변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화분이나 화병에 꽂아진 꽃들이다. 너무 솔직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기초가 튼튼한 건축물처럼 단단하게 표현되었다. 처음 한관장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전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과 관계를 맺으면서 익숙하게 생활 전반이 작품들과 연결되었다. 또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기에도 좋은 일이었다.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면 아무래도 갤러리의 입장과 작가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관장이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로서 위치를 잡고 있다면 그 만큼 작가들의 작업세계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 전시는 작가와의 부드러운 유대관계와 본인의 작업열정을 해소는 일석이조의 전시가 아닐 수 없다.
공 연
현대무용단 '사포' 정기공연
실험성 있는 무대로 주목을 받아온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신용숙)가 제18회 정기공연을 가졌다.
11월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올려진 이번 공연은 무용의 사회참여와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 등을 시도하며 무용의 대중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포'만의 독특한 색채를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
시조를 춤으로 풀어낸 '가시리잇고'(안무 이흥민)와 로댕의 연인이자 천재 조각가로 알려진 까미유 끌로델의 일생을 춤으로 형상화한 '아름다운 영혼 까미유 끌로델'(안무 정세라), 인터넷을 통해 만남과 소통, 사랑을 추구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랑법을 몸짓에 담은 '인터넷 사랑'(안무 송현주), 우리 국악기와 서양의 멜로디를 접목시켜 인간의 본질을 탐색한 '흔들리는 섬'(안무 신용숙) 등 다양한 주제와 색깔을 담은 실험성 짙은 작품들이 배치됐다.
특히 '가시리잇고'는 님을 향한 정한의 정서를 살려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구조를 갖추면서 무용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흔들리는 섬'에서는 춤 위에 대금과 생황, 피리, 법금의 국악기와 서양의 멜로디를 덧입힘으로써 독특한 색깔의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보라 귀국 독주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보라씨의 귀국 독주회가 10월 3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올려졌다.
전주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뉴욕 음대에 입학, 그곳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 7월에 귀국한 그가 음악적 성숙을 거친 유학 기간 3년 동안의 결실을 풀어놓는 자리.
이날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안 조곡', 베토벤 소나타 7번, '스트라빈스키' '브람스' 등 다채롭고 풍성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철학적인 깊이를 담은 '브람스'곡과 연주자의 내적인 에너지를 요구하는 베토벤의 강렬한 음악을 두루 아우르면서 보다 넓고 깊어진 그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며, 설레이는 '귀국 신고식'을 마쳤다.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전정희씨와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로, 따뜻하고 편안한 연주회를 선보일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 김씨는 지역 현악연주단체인 글로리아 스트링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리 보는 명무전 시리즈 7
11월 27일 전북예술회관에서 미리 보는 명무전 시리즈가 열렸다. 명무전 시리즈는 한국적인 것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무용가들이그들의 끼를 맘껏 발산하는 자리.
이번 공연에서는 전주시립국악단 단원 안정희씨의 ‘입춤’을 시작으로 도립국악원 단원 이현주씨의 ‘에덴의 정원’, 도립국악원 무용단장 문정근씨의 ‘살풀이 춤, 원광대 강사 김명신씨의 ‘호남교방무’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우리춤 어머니 무용단’이 특별 출연하여 우리나라 전통무용의 기본 춤인 ‘여인의 멋’을 공연, 전통춤의 멋과 흥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