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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문화칼럼]
조직과 의사결정구조가 문제다
김회경 기자(2003-12-29 17:54:10)
'전주세계소리축제 재신임을 묻는다'를 주제로 한 열 한번째 마당 수요포럼이 11월 12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파동 이후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묻는 용어로 '재신임'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번 수요포럼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신뢰도를 다소 도발적인 물음을 통해 가늠해보고자 했다. 예비대회를 포함해 올해로 네 번째 축제를 치르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해마다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단체장의 의지가 축제를 시작한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민간의 자생적 축제가 아니었던 만큼, 단체장의 판단이나 의지에 따라 축제의 존폐와 규모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를 기획, 진행해 가는 민간 전문가들의 불만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특히 강현욱 도지사가 '전주세계소리축제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마당 수요포럼이 제기한 '재신임' 논의도 이 같은 맥락에서부터 출발한 것. 이날 포럼에는 임진택 총감독을 비롯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도 공무원, 일반 시민들이 다양하게 참석해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가 관이나 여론으로부터 끊임없이 '흔들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 특히 조직위 사무를 민간 축제 전문가와 파견 공무원 양 날개가 담당하면서 효율적인 의사결정구조나 결제 시스템, 민간의 자율성, 예산 운영의 투명성 및 감시기구 확보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부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는 제언이 잇따랐다. 발제는 전주문화원 이종진 사무국장, 사회는 홍성덕 전주시 사이버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이 맡았다. 이날 포럼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 싣는다. '재신임' 용어, 저의가 궁금하다 이 자리에는 마당 수요포럼이 제기한 '재신임' 용어에 관한 '속뜻'이 무엇인지부터가 참석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다소 도발적인 용어 선택을 통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기도 했지만, 소리축제를 지속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조직위 관계자들의 공세도 이어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홍보팀 진명숙씨는 "재신임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해서 이날 주제의 화두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소리축제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무용론인지, 조직운영에 문제가 있어 재신임을 묻는 것인지, 주최측의 입장을 먼저 듣고 싶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이종민 전북대 교수(마당 수요포럼 운영위원)는 "재신임 화두에 대한 답을 갖고 이 자리를 열게 된 것은 아니다. '재신임'이란 용어를 마당 수요포럼이 제기하긴 했지만, 사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도지사의 발언에서부터다. 소리축제에 대한 여론은 보완해가야 할 문제가 없지 않지만, 키워갈만 하다거나 어느정도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주도적이라고 보는데, 실제 예산권을 쥔 전북도에서 전면 재검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왜 전면 재검토가 나온 것인지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재심임' 용어의 단초는 전북도의 의지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소리축제가 흘러온 일련의 과정이나 왜 소리축제가 출발부터 말이 많았는지를 보자. 하나는 지역 사람들의 소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것을 소재로 한 축제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상당부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고, 이것이 정책적으로 힘을 받은 것은 유종근 지사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본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소리축제에 관심이 많고 말이 많은 이유는 돈 문제라고 본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전망을 계산하지 않고 엄청난 예산을 책정하면서 소리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는 사람들이 귀 기울이고 찾아갔다. 따라서 예산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에서도 조직위를 믿지 못하는데, 그것은 예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 행정범위를 축소하거나 제외시킬 수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소리축제와 관련한 단체장의 개인적 '취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축제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거나 대규모 예산의 방만한 편성이 개인적 이해관계를 증폭시켜 축제를 혼탁하게 만들어 왔다는 점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 CBS 전북방송 최인 기자는 조직 운영과 책임 및 권한에 관한 조직위와 관 사이의 명확한 합의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종근 전 지사는 소리축제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반면, 강현욱 지사는 공공연히 부정적인 이야길 해온 게 사실이다. 단체장의 의지가 그만큼 축제의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하나는 누구도 다음 행사를 내실 있고 전문적으로 준비할 사람이 구조적으로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임진택 총감독도 2, 3회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안정되게 발휘할 수 없다. 임기가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리축제조직위의 권한과 책임의 불명확성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시사한다. 예산을 조직위에 넘기고 공무원이 손을 떼야 총감독이 소신과 노하우를 갖고 일하게 될 것이다"고 제안했다. 독립 법인의 예산을 전라북도가 장악한다? 이 자리에는 소리축제 프로그램과 주제 등 내용에 관한 방향성 논의보다는 조직 구성 등 구조적인 문제에 관한 논의에 토론의 무게중심이 실렸다. 특히 조직위 관계자가 조직 내부의 정서와 상황 등을 드러내면서 토론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소리축제조직위 행사부 기획팀 진명숙씨는 "재신임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전북도와 조직위의 관계에서 불거진 것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총감독 재임용의 문제나 조직위원 위촉 등은 상임위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는 절차라고 보는데, 실제로는 전북도와의 대화로 결정되고 있다. 결국 소리축제 조직의 문제를 조직위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털어놓고, "한해 행사가 끝나면 조직위가 술렁거리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된다. 자체적으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전북도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로서 도의 결정을 통해 일방적인 시혜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이성호 전북대 강사는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소리축제조직위가 독립법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법인체 예산을 전북도 행정 공무원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가능해진 것인지 의아하다. 이렇게 보면 소리축제조직위는 관제 조직인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신껏 행사를 진행해 갈 수 없다고 본다"며 민간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전라북도의 행정 참여를 대폭 축소하거나 제외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직위 내부 반성도 필요할 것이라는 질타도 뒤따랐다.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조직위가 자기 밥그릇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는 판국인데, 그건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자기 목숨을 남의 손에 맡겨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직위는 돈 문제에 관한 한 허수아비와 다르지 않다. 예산 집행에 과도하게 간섭받는 분위기에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고 비틀었다. 그는 이어서 "상임위원이나 연구위원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문제나 사안이 발생하면 다들 모른다고 회피하기에 바쁘다. 또 조직위원장이나 총감독은 그동안 뭘 한 것인가. 조직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그 책임을 사무국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런 조직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라며 조직위 내부의 자성이 필요하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홍성덕 전주시 사이버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덧붙여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 드러내놓고 이야길 하는 분위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면, 재신임 논의도 새겨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민간-공무원, 내부 토론이 다음 과제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획국과 행정공무원이 중심이 된 사무국 이원체제가 내부 결정과정을 더디게 하는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의견도 봇물을 이뤘다. 특히 이 부분에서 조직위 민간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진명숙씨는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도의회에서 특위까지 구성하지 않았나. 공무원 중심으로 움직였는데도 이런 말썽의 소지가 있다면, 공무원이라고 투명하고 민간인이라고 불투명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도 결제를 여덟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것이 조직위 업무 시스템이 더디게 진행되는 단적인 증거다"고 털어놓았다. 박지훈 기획부장도 "민간인과 공무원은 결국 관점이나 시각이 달라 문제의 해결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회계 책임을 담당자나 조직위원장, 예술감독이 져야 한다고 하는데, 시스템 상으로는 경리관이 책임지는 걸로 되어 있다. 경리관이 싸인하지 않으면 예술감독이 결정을 한다해도 집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서 감사를 받는 건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거나 공무원은 여기에서 오래 일할 사람이고, 민간인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묵혀둔 심중을 드러냈다. 조직위 내부의 공무원 조직을 대표하는 최복열 사무국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소리축제 재심임까지 거론된 것이나 언론의 비판 내용이 조직 내부의 인적구성이나 회계 문제가 원인이 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사무와 회계 법규의 전문가지, 행사 내용의 전문가는 아니다. 프로그램에 관한 한 간섭할 수 없다. 도가 예산을 운영하는 것을 두고, 간섭한다고 말하는 건 맞는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종민 교수는 이에 대해 "조직위 활동이나 소리축제 현황 등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나 양측(민간-공무원)이 문제를 감지했으니 내부 토론으로 가져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리관이 예산을 책임지는 체제가 지속된다면, 소리축제의 재신임을 심각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민간의 예산 집행을 믿지 못해 결국 민간이 자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민간 조직도 내부적인 역량을 키우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문윤걸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래머는 "민간조직이 예산 집행에 관한 권한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산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소리축제조직위는 문화행정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나 학습이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이런 노력이 담보되지 않은채 예산 집행권을 넘겨 달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결제를 하는데 8단계, 10단계를 거친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이 바로 민간조직의 문화행정력이 약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은 순발력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해서, 이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소리축제조직위원회 내부 의사결정구조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 예산 집행권을 전북도가 갖고 있는 한 민간 전문가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 구조적인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돼 조직위 내부의 자체 토론과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사점을 남겼다. 이와 함께 공회전 되고 있는 축제의 목표와 투자가치의 효용성(예산 투자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이나 성과)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가 또 다시 거론되면서 축제에 거는 다양한 기대를 어떻게 조율하고 모아갈 것인지가 여전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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