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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삶이담긴 옷이야기]
유혹과 욕망의 시선
최미현 패션 디자이너(2003-12-29 17:46:47)
개화기 우리나라의 옛 사진을 보면 아들을 낳은 여자는 유방을 내놓고 다닐 수 있었다. 그것은 상대에게 섹스 어필하기 보다는 자신의 권위를 내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녀들의 가슴을 보면서 성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 여름 모시적삼 속에서 은근히 내비치는 살빛이 더 유혹적이었을 것이다. '모시 적삼 안섶 안에,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담배 씨만큼만 모고 가소, 많이 보면 병납니다' 라는 가사가 이를 증명한다. 에로티시즘과의 숨바꼭질 중 숨기고 가리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미니 스커트를 입었을 때 보다 긴 스커트를 입고 걷어 올렸을 때 드러난 다리에더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에서 남자 대학생들에게 사진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누드 사진의 여자보다는 헐렁한 박스형 티셔츠만 입은 여자의 사진에 더 유혹을 느꼈다고 한다. 모를 것이 정말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옷을 만드는 소재 자체도 중요한데, 벗지 않았으면서 신체를 노출 시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바로 비쳐 보이는 시쓰루(See through)소재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사람들은 더 이상 우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유혹적이기를 원하다.' 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가 여기서 제시한 소재가 비쳐 보이는 소재이다. 누드 룩 ( Nude look), 또는 베어 룩(bare look)이라고 불리는 이소재들은 1990년대 한때 크게 유행 한 적이 있다. 하늘하늘한 오건디나 쉬폰 밑으로 신체를 감싸면서 동시에 육체의 굴곡을 드러내어 선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발산한다. 모피 소재는 한 때 부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위신이나 따뜻함, 부드러움을 나타낸다. 모피의 안락감은 모태로 돌아가려는 욕구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모피를 보면 쓰다듬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보는 이로 하여금 흥분을 일으키게 한다. 이것은 또 어머니의 젖가슴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에서 그가 하인들이 들고있는 비단에 몸을 문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매끄러운 소재는 모성을 상징한다. 부의 황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떨어져 궁에 들어왔고 항상 모성 결핍에 시달렸다. 디슈텔에 의하면 실크에는 최음 작용이 있어서 여성보다는 남성의 관능을 자극하고, 비밀스럽고 시적이며, 나체를 상기시킨다고 한다. 또한 실크의 사각거리는 소리 즉 '견명(絹鳴)'은 관능적이기 충분했다. 그래서 실크를 애용하는 사람은 감정과 관능의 표출에 민감하며 고귀하고 우아할 뿐만이 아니라, 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한다. 무늬 역시 조형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여러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얼룩말이나 호랑이, 표범무늬 같은 동물무늬는 강한 성적인 힘과 동시에 육욕적이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꽃무늬는 여성 특히 '처녀'를 상징하며 꽃 자체가 식물의 생식기이므로 여성생식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여성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은 여성적인 취향의 남성들도 입는다. 물결무늬는 나른한 몽상의 세계로 인도하며, 물 자체가 생명력과 관능을 상징하고 있어 쾌락을 상징하는 중요한 은유로 사용되었다. 영화에 보면 에로틱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샤워나 수영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물, 강물, 바닷물이 강한 성행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모든 것이 성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또 성처럼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많이 논의 되어온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에로스의 신화는 최첨단 시대인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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