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문화저널]
386 세대, 진정한 희망이어야 한다
최정학기자(2003-12-29 17:39:33)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386세대들의 제도권 진출이 활발해졌다. 이들은 청와대 보좌진으로 노무현 정권의 주변 헤게모니를 형성하거나 정계 진출을 통해 정치권의 중심에서 정당의 개혁과 진보를 외치고 있다. 특히 비판과 저항의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386세대 청와대 보좌진 형성은 노무현 대통령의 수평적 권력 행사나 권위주의를 탈피한 새로운 개혁과 혁신을 이뤄나가는 핵심적 역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 정권의 헤게모니 약화가 연륜과 경험 미숙을 드러낸 386 세대의 한계 때문이라든가, 이들을 과감히 기용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이버난타'에서는 청와대나 정계 등 제도권에 진출한 386세대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난타했다.
참가자는 조문익·김병직·김상정·정원익씨다. 이들은 모두 사회개혁을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밀알 같은 존재들, 조문익씨와 김병직씨는 격동의 80년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사회변혁을 위해 일해온 전형적인 386세대이다. 당초 사이버난타에는 도의회 김민아 의원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의회 일정과 사이버난타 진행 시간이 겹쳐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참가자 모두 진보적인 성향이 강해 자칫 싱겁게(?) 끝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뜨거운 격론이 오고가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사이버난타'는 진행되었다.
일 시 : 11월 18일 오후 4시 문화저널 카페 채팅방
참가자 : 조문익(40·남·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
김병직(39·남·무주 문화원 사무국장)
김상정(29·여·전교조 전북지부)
정원익(28·남·전 언론바로보기 회장)
진행·정리 : 최정학 기자
최정학 :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치권이나 청와대 등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가 있는 386세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역할이라던가, 아니면 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면 되구요. 특히, 현재 말이 많이 나오는 청와대의 386보좌관에 대해 많은 말씀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다들 알고 계셨죠?
조문익·김상정·김병직·정원익 : 네
김병직 : 알긴 한데.. 386세대가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분위기라서..
최정학 : 억울하다는 얘긴가요?
김병직 : 뭐, 그런 건 아니구요
조문익 : 80년대 세대의 공통적 특징이 있기는 한데... 요즈음 386은 정치적 의미가 강한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정치인들 아닌 사람들 그런 386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 김병직씨 처럼...
정원익 : 오늘의 주제는 아무래도 노정권 이후 정계에 입문한 386세대들의 역할에 대해 논해봄으로써 그들의 현재 위치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보자는 거 아닌가요?
최정학 : 네. 그분들에 대해 말해보는 자리입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지, 욕을 먹고 있다면 그게 과연 정당한 평가인지 말이죠.
김상정 : 그러게요.
정원익 : 오히려 정치권이라는 좀 더 세부적인 접근을 해봄이 나을 듯 싶은데요.
최정학 : 그렇죠... 그 중에서도 될 수 있으면 청와대의 386 보좌관으로 국한해서요.
조문익 : 청와대 보좌관들이 386인데 별로 386다운 개혁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정 : 그렇습니다. 또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지난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과 대선 때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는 이력이 보좌진을 하는데 적합한 이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원익 :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좀 더 노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문익 : 386이 맞기나 한 것인지... 사실 이미 안00 같은 사람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개혁연구소 같은 활동을 하면서 정치속으로 들어간 것 아니었나요. 전문성이나 경험부족인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김상정 : 그 분 같은 경우는 386 윗 세대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조문익 : 제가 생각하기에는 노무현정부의 보좌진으로 선택된 또 하나의 정치집단으로서의 386이 어땠느냐하는 것인데... 사실 노무현에게 개별적으로 선택된 그들이 집단일까 싶어요. 참모그룹이라는 것이 '다른 특질'을 갖는다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정원익 : 그렇지만 기존의 상도동계나 동교동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집단이라는 것은 누구다 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집단체제로 볼 수 있다는 거죠. 1인 보스체제의 정치역학구도에서 벌어졌던 과도한 충성경쟁이나 여타의 부분들이 거의 배제되어 있는 새로운 성격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조문익 :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치집단들도 변하는데 보스를 따르던 정치시대와는 달라진 것은 사실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기능적인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원익 : 그러한 만큼 경험부족이라는 말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문익 : 독자적인 정치집단으로서의 의미는 없다는 거죠.
정원익 : 이는 주로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들이 집중부각 시켜왔던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올 2월 청와대 보좌진이 구성된 뒤 그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모두가 한결같습니다. 그 속내가 여실이 드러나 보인다는 겁니다. 인수위부터 시작한 노무현 흔들기와 발목잡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문익 : 집권하지 못한 세력이 일종의 약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청와대의 약한 고리를 파괴하는 것이구요. 그렇게 하면 노무현의 기능성을 축소하여 보수화로 이끌수 있다 그거지요.
정원익 : 대표적인 내용을 거론해보면 이렇습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메워진 특정이념에 편향된 인사, 또다른 패거리 인사"라며 "386, 저항, 투옥 등 과격하고 불안한 이미지와 함께 지나친 이념편향과 국정경험 미숙이 가져올 혼
란과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외에도 좌파 운운하며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요.
조문익 : 노무현은 사실 별로 독자적인 철학이 없거든요. 다만 그를 받쳐줄 수 있는 기능적 집단을 386세대에서 찾은 것뿐이지요. 가신그룹과는 정확히 다르지요. 혈연적 연대가 가신그룹의 특징이거든요. 이들은 아니지요. 기능적 연대가 특징입니다.
김상정 : 사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요 동력도 386세대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든든한 힘이었겠지요. 자신의 존재를 떠받치는...
정원익 : 결국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기존의 대통령 가신그룹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집단이고 경험 미숙이라는 비판에는 공감하나 396세대들의 기득권 타파, 탈지역주의, 정치 개혁 등 기존의 중심세력들이 갖추지 못했던 공통적 성향이 국가와 정치적 발전의 좀 더 큰 방향타 구실을 해줄 것이라 믿었던 겁니다.
조문익 : 저는 386출신과 386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익 : 무슨 말씀이신지...
조문익 : 386출신의 정치인들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봐요. 386출신은 출신일 뿐이지 현재 386은 아니거든요.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그 집단이 아니라는 겁니다. 386출신들은 그 이름을 팔아 다른 것(정치)을 챙깁니다.
김상정 : 그렇지요. 동감합니다.
정원익 : ?
조문익 : 현재 386은 살고있고 운동하고 있는데... 출신들은 그것을, 과거를 파는 거지요.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병직 : 저는 조금 다른데요. 그런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정치권에 있다고, 또는 제도권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익 : 저 또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들을 결코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조문익 :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과거를 상품으로 삼기 시작했다는데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겁니다.
김상정 : 정치를 하든 운동을 하든 현장에 있든 간에, 그 세대가 가졌을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해석이 됩니다. 청와대 386 보좌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또 대통령에게 실망을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정원익 : 과거의 이력을 그들만의 추억으로 만들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안 좋게 말하면 상품화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노력하여 이루어낸 것들입니다.
조문익 : 추억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로, 활동으로 끌고 나와야한다는 거지요. 그들이 노력한 것이요? 노력한 것이 아니라 보수정치권-김민석, 노무현-안희정 등등으로 일종의 이익연합이 구성된 것이라고 봅니다. 386정신은 유의미해도 386출신은 무의미.
김상정 : 그렇지요. 386 청와대 보좌진이라는 말이 부각되는 이유도... 현재 정치의 중심인 그 윗 세대들이 새로이 등장한 그 세대를 겨냥하여 왜곡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표적이 되어 찍어내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봅니다. 정치권에서 구태의연하게 발생하는 일들 아닌가요.... 적대시화하여 내부의 세력을 더욱 굳건하게 단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 보좌진이 때론 맘에 안 들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때론 처음부터 여기저기 얻어터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요.
정원익 : 물론 과거 민주화운동의 경력이 있는 이들 중에서 말 그대로 '전향'을 한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조문익 : 그러게요. 사실 마음이 안 좋습니다. 청와대의 경우 그들의 기능성을 이용했고 이용하다가 버리기도 합니다. 386보좌진의 경우 어떤 운명일지...
정원익 : 그렇지만 지금 저희가 보고 있는 청와대의 386세대 보좌진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는 역시 언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주변부의 마이너들이 메이저를 이루어가고 있는 형국에 기득권을 쥐고 있는 보수 언론들이 벌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조문익 : 386출신들의 진정성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딛고 선 정치적 환경이, 보수정치의 흐름이 자신의 이상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판 자체를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원익 :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현재도 그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나 보이고요. 이광재씨도 그러했기에 측근비리에 연루되어 낙마했고요. 이호철씨도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거죠.
조문익 : 최근 파병문제로 청와대 보좌진중 일부가 그만두었잖아요.
김상정 : 네에.
조문익 : 그러므로 노무현정권의 이데올로기적 지향도 문제가 되지요. 저는 노무현정부가 미국, 재벌, 조중동을 넘어서는 각오와 결단 없이 살수 없다고 봐요.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하거든요.
김상정 : 노무현 정부와 그 보좌진들은 처음 시작의 의미와 기대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발전된 정치가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고 보는데, 항상 자신감없이 여기에 휩쓸리고 저기에 휩쓸립니다.
조문익 : 노무현의 개혁성은 매우 천박한 것이고 그에 기댄 386출신들의 행보는 실패한다는 겁니다.
정원익 : 그렇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볼 수 있다고 보시는지...
김병직 : 조문익 님의 말씀대로라면, 국가적으로 큰 불행인데요 ^^
조문익 : 비리문제와 거리를 둘 수 잇는 386출신들도 아니거든요. 정치자금이 필요하니까.
김상정 : 성공이요? 그것은 기대하는 것이죠...많이 무너지긴 했지만.
정원익 : 필요한 자금이 매번 비리와 연루되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광재씨의 경우도 아직 조사중이기는 하나, 측근비리의 특검을 관철시킨 한나라와 민주의 법안을 보면 참으로 궤변 투성이 입니다.
조문익 : 불행입니다. 문제는 386세대가 독립적인 꿈과 힘을 갖지 못하고 기존정치집단의 하위범주로 작동하고 있다는데 있어요
김상정 : 맞아요....... 386 세대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김병직 : 그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문익 : 한나라당에도, 민주당에도, 우리당에도 386은 있습니다. 그들은 거기에서 주도적인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빛나고 있을 뿐입니다. '출신'입니다.
김상정 : 그것이 한계이지요........
김병직 : 기본적으로 조문익씨 말에 동의하지만, 그들이 그 안에서 벌이고 있는 고군분투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원익 : 저는 한계를 논하기 이전에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늘 한계 앞에서 현실은 무너져 내려왔다고 봅니다. 지금껏 노정부가 보여준 실책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할 것입니다.
조문익 : 그래요.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으로서의 80년대 정신, 주체형성과정으로서의 386정신이 어떻게 사회변혁을 위해 구현될까가 고민되어야 청와대 386 잘한다, 불쌍하다 그 정도의 말만 되뇌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힘을 실어주어도 못한다는 게 문제지요.
정원익 : 글쎄요. 벌써 다시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듯 싶습니다만 ^^
조문익 : 독립적인 전망을 갖지 못하는 집단은 아무리 큰 권력을 갖고있어도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파병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정부와 거기에 기댄 386출신들의 파국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익 : 파병의 결정에 386세대가 서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들 또한 실망하여 사퇴를 운운할 만큼 매우 비통해했습니다.
조문익 : 그렇지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아무것도 못하면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불행이지요.
정원익 : 결국 그 책임도 386세대가 물어야 한다는 것인지요? 사사건건 그들이 운운되어 실망스런 노정부의 행태가 그들의 책임으로 보여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조문익 : 책임은 누구나 집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스스로 집니다. 그것이 중요하고 386정신의 포인트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김상정 : 그것은 보수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하고 있는 행태 아닌가요? 386세대 운운하며 표적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구요...
조문익 : 그들만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죠.
김상정 : 결국 다른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는 거죠. 문제는 그들 자신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흔들어대고 뭐하고 하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그들이 얘기하는 것과 별반 다름없이 비서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맘 같아선 그런데 굴하지 않고 애초의 정신을 잃지않고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힘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지요. 그만큼 기대가 큰 게 사실인데.......
조문익 : 화물연대합의, 네이스합의, 노동현장 공권력투입은 정부의 책임을 면제하기 힘들지요.
정원익 : 물론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결정을 내리도록 억압을 하던 보수언론들의 행태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조문익 : 한나라당과 조중동연합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상수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넘어서서 민중과 연대하는 것은 집권진영의 변수입니다. 정치에는 변수가 있고 그것을 조직하는 집단이 새로운 정치지요. 그들은 낙마하고있고 이미 낙마했습니다. 중간평가는 그런 의미입니다. 스스로 시인한거지요.
정원익 : 그렇다면 그들이 해왔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저희는 주로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부정적 활동만을 접해왔고, 그 중심에 386을 두기도 했습니다. 과연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낸 부분은 없었을까요?
조문익 : 긍정적 역할은 누가 하느냐? 붉은 악마가 합니다. 촛불시위가 합니다. 노란 물결이 합니다. 이 힘을 활용하는 것이 정치이고 개혁이지요. 그런데 지금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상정 : 그들이 해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여섯 개의 시선>이란 영화를 봤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가주도로 이런 영화까지 만들어내는구나.
조문익 : 실력이 있어야합니다. 철학이, 뚝심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계획이 있어야합니다.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진보의 디딤돌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원익 : 그것이 바로 보수언론의 힘입니다. 심지어 진보적 언론들에게서도 긍정성을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조문익 : 국가인권위는 디제이가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뚝심의 결과였지요. 노무현은 그 국가인권위가 만든 네이스 반대의 철학조차 받아내지 못합니다.
김상정 : 네 알고 있습니다.
정원익 : 발전적 변화를 읽어내고 그 부분에 힘을 실어줘가며 조금씩 나아가는 게 오히려 우리들의 역할이었으면 합니다.
조문익 : 386출신들의 부정성은 사람들에게 '기대하게 '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갖고 나아가야 합니다. 386출신들은 자기를 지지해서 문제를 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됩니다.
김상정 : 언론에서 청와대 386 세대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미 386 세대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그 의미를 충분히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조문익 : '대의제'에의 신화는 386의 시대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80년대에 우리는 '직접정치'의 소용돌이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87년이후 '대의정치'에 우리의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386출신들이 정치공간으로 나가서 386세대에게 자신을 지지해주면 변화시켜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현장과 지역과 자기공간에서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정학 : 제 생각엔... 물론 '풀뿌리 민주주의'가 결국 우리의 지향점이 되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권력이 정치권에 집중되어 있는 이상, 정치권에서 우리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를테면 개혁적인 386같은...
정원익 : 그렇습니다.
조문익 : 정치만이 정치가 아니다! 제도정치를 중심으로 '정치'를 사고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익의 대변자는 필요하지만 대변자는 대변자일뿐이지 자기 자신은 아니거든요.
정원익 : 그러함에도 현실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세력들이 보다 많아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밀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노무현이었다고 봅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386세대들이 스스로의 힘과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희망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 여러 이익집단들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많은 국민들이 앞장서서 변화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해내고도 있지만, 정계에 있는 개혁적 386세대들에 대한 역할 또한 필요합니다
김상정 : 하지만, 386 뿐만 아니라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기존 정치에 입문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면 그리 개혁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치에 스스로 입문하려고 애를 쓰는 386보다는 나이를 넘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시는 사람들 중에 더 나은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386세대들이 보여주는 힘과 역할은 기존 정치에 입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구요. 오히려 생활현장에서 진보적인 삶을 살아가며 실천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조문익 : 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사람을 만듭니다. 노무현은 아마 가장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겁니다. 왜냐. 그는 이미 주어진 시간을 대부분 낭비하였습니다. 주변의 386출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게는 현실타산만이 있지 꿈이 없습니다. 이익만이 눈에 보이면 이미 망합니다. 저는 386 세대가 진정으로 희망이 되려면 기존 정치의 편입이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정원익 : 너무 실패의 가능성을 일찍 점치시는 건 아닌지요. 그러하기에 오히려 될 것도 안 되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벌써 시간이 대부분 낭비되었나요?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노대통령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요.
조문익 : 그들 중 꿈과 믿음이 있는 사람은 남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은 이미 삶을 낭비한 것 같습니다. 뇌물과 술집은 그들의 영혼을 망칩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대통령은 이미 그렇습니다. 저는 기존정치의 '술집과 뇌물과 도박'을 믿지 않습니다. 386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안됩니다. 자기 자신에게 견결해야하고 대중에게 겸손해야합니다. 기존정치권 내에 있더라도 기존정치의 왕따가 되어야합니다. 그래야 간신히 삽니다.
정원익 : 그렇다면 과연 노대통령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이미 시간은 대부분 낭비되었다고 하시는 데 남은 시간엔 무얼 해야 한다는 건지 말입니다. 제가 듣기엔 너무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조문익 : 반성이지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히 반성한다면 혹시 기회가 있을지도...
김상정 : 저는 기본적으로 약속한 것은 이행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재계와 정계와 언론의 눈치를 보고 외세의 눈치를 보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결국은 그들이 바라는 모습대로 그대로 웃으면서 하시는 대통령이 아닌, 그 민주화투쟁했을 때의 그 정신을 잃지 않고, 나라를 운영했으면 합니다. 대기업과 교육부관료들 눈치보느라 네이스를 강행하려는 모습은 정말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가장 소외된 계층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면, 바뀐다고 봅니다.
조문익 : 한나라당과 보수화경쟁은 노무현과 386을 망칩니다.
정원익 : 누가 보수화경쟁을 한다고 하시는 건지요.
조문익 : 누가 더 보수적인가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밑바닥을 향한 경쟁'이 요즈음 정치구도라고 봅니다. 노동탄압-열사정국이 대표적인 상징이지요.
정원익 : 물론 그러한 측면을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님의 말씀처럼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고 시간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조문익 :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36명이 하루동안 자살합니다. 사회의 밑바닥이 붕괴되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익 : 그러하기에 좀 더 나은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뽑아놓은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존재로만 보아서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질 뿐입니다.
조문익 : 아마도 시간이 많지 않을 듯합니다. 출산률 1.17입니다. 왜 아이들을 안 낳겠습니까? 100여 년이 지나면 남한인구가 멸종합니다.
정원익 : 죄송합니다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사태를 바라보고 계신 듯 합니다.
조문익 : 변화를 기다려서는 안되고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기대서는 불가능합니다.
김상정 : 문제는 정부과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나가는가 입니다.
조문익 :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희망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고 변화시켜나가는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기대는 희망은 진정한 희망이 아닙니다. 만들어 가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노조의 투쟁을 지지해야하고, 농민들의 투쟁을 지지해야합니다.
정원익 : 그렇습니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희망을 품어보자는 겁니다. 기회를 다시 한번 줘보자는 겁니다. 반성의 기회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시간적 여유를 말입니다.
김상정 :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은 실망 차원에서 뭔가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바뀌지 않는 한은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기회는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기회와 권력은 이미 주어져 있지요.
정원익 : 그렇다면,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상정 : 지금까지 해왔던 행태는 죽어도 하지 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거지요. 새로운 자세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조문익 :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되는... 80년대 초반에 시작했던 그 각오로...
정원익 : 여론의 힘을 등에 업지 않고 기회를 살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김상정 :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조문익 : 힘을 실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하나입니다. 87년에 우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지국에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지금의 화염병이 무엇이냐는 것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직접투쟁이 필요합니다.
김상정 : 노무현 대통령과 386 보좌진들부터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속해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보수 언론의 공격에 매몰되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눈치만 보는 행태를 계속 하고 결국은 노동자 농민 학생 교사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뒤통수만을 쳐대기만 하고 있다면 사고는 바뀌지 않을 거 같습니다.
조문익 : 여론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유인물로 하던 80년대와는 다르겠지요.
정원익 : 네 맞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보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더더욱 우리들과 같은 민초의 역할이 더더욱 큽니다. 조문익님의 말처럼 노동자의 현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김상정님의 말처럼 보다 줏대있고 강단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최정학 : 이제 서서히 마무리지어 볼까요?
정원익 : 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미 실패의 전조가 보여진다고는 하나 시간과 기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보다 올바른 정책의 변화와 그네들 스스로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민초들의 힘이 더더욱 필요하다.
김상정 : 그들이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참회하고.... 돌아서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안 될 상황까지 왔습니다.
조문익 : 진실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현실에 정성으로 대하고 이를 바꾸려는 용기를 내고 이러한 노력을 막으려는 사회시스템에 대해 투쟁하고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연대성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학 : 김병직 선생님도 한마디하시죠?
김병직 :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갑자기 열린 비상소집회의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구요. 다음 번에 이런 기회가 또 생긴다면, 그때 많은 얘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정원익 : 아, 그래서 말이 없으셨군요. 뭐, 어쩔 수 없죠. 다음에 기회 되면 그땐 많은 얘기 나눠요.
김상정 : 그러게요. 저도 왜 말씀이 없으시나 했네요. 하필 이런 때 비상소집회의라니... 너무 안타깝네요.
조문익 :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니까요.
정원익 : 세계화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저 또한 결단코 반대합니다 ^^
김상정 :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대통령, 청와대 보좌진들이 되길 바랍니다.
조문익 : 오늘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전 거의 못해본 방식인데...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김병직 : 말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저도 말씀 잘 듣고 많은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상정 : 처음 해보는 토론이라...... 주위 산만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정원익 : 다시 한번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군요. 말씀 나누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최정학 : 네, 모두들 바쁜 시간 쪼개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