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시]
꿀벌.14
이봉명 | 1956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다. 1991년 ‘시와 의식’ 신인상에 시가 당선(2003-12-29 17:35:49)
너는 이미 살아 있는 꿀벌은 아니지
피어나는 건 모두 꽃이 아니 듯
꽃이라고 다 꿀이 있는 건 아니다
벗어 버려라
날아가 버려라
나는 그 가운데서
네 죽음의 모습을 바라본다
네가 사랑하는 이봉명이를
네가 사랑하는 이선옥이를
소용돌이 세상으로 내 몰린다 해도
그리하여 쓰러져 눈 먼다 해도
한 마리 꿀벌로 날아야 한다
하늘은 알고 있지
꿀벌이 살아서 숨쉬고 있음을
꽃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가고 있음을
네가 잊은 세상과
네가 잊은 이봉명이를
다시 한 번 보여다오
이 절박한 늦가을 빈 들판에
꿀벌이 지상을 날아가는 소리
누군가 더운 가슴에 비석을 세우며
하나 둘 떠나 버린 포내리
꿀벌은 집을 짓는다
튼튼한 돌기둥 세운다
꿀벌은 영원히 살 집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