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저널초점]
노동시장으로 들어온 예술, 딜레마에 놓이다
김회경 기자(2003-12-29 17:15:34)
2003년의 초입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역문화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예술인 노조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었다.
전북지역 최초로 전북도립국악원이 예술인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 힘겨운 첫 발을 내딛은 데 이어, 지난 1월 30일 전주시립극단 단원들을 주축으로 '전주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이 탄생함으로써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노동'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 예술인 노조는 전북도와 전주시를 사용자로 하는 '준 공무원' 신분인데다, 시장논리로 따질 수 없는 '예술'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복무하는 부류라는 점에서 '노조' 설립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부정적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예술인들은 오디션 제도와 지휘자 전권제, 신분보장 문제 등의 불합리를 내세우며 노조 결성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국 각 지역에서 예술단체 노조가 설립되는 등 문화예술노조 결성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데다, 당시 공무원 노조 허가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관립예술단체의 운영 기조에도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단체협상 과정이나 노조 내부 관리에 있어서 이들 예술인 노조의 난항은 거듭됐다. 도립국악원은 노조활동으로 도민들을 위한 예술활동이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돼 도의회 예산심의에서 예산액이 대폭 삭감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로 인해 국악원 집행부가 단원들에게 지급할 공연수당이 없어 공연을 포기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운 반면, 단원들은 수당을 포기해서라도 공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집행부와 단원 사이에 갈등을 빚었다.
전주시립예술단 역시 노조 설립 초기, 노조활동에 대한 의지가 높은 시립극단 단원들에 반해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시립국악단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해 실질적으로 각 단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내기엔 스스로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예술인 노조의 활동으로 관립예술단체에 대한 인식이나 실질적 운영 기조에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와 있다. 예술인 노조의 설립은 예술인이 스스로의 작업을 '특수한 노동'으로 인정하고 예술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했음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이 갖는 특수성과 경제 논리 사이에서 사용자측과 예술인노조 양측 모두 상대를 대하는데 유연한 자세가 더욱더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