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 | [저널초점]
지역문화의 행로를 가늠할 새로운 방향타
김회경 기자(2003-12-29 17:09:50)
급변하는 지역 문화지형의 변화를 타고 새로운 문화예술인 조직체 건설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지난 10월 6일 전북 민족예술인총연합(회장 최동현)이 힘찬 깃발을 올렸다.
과거 사회적 발언과 정치 민주화에 기여했던 진보적이고 건강한 문화대안 세력의 시대정신을 잇고, 변화하는 문화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해 나갈 문화예술인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식의 확산이 전북 민예총 출범을 가능케 한 정서적 공감대로 작용했다. 여기에 건강한 문화대안세력으로 주목받아왔던 전북문화개혁회의가 지난 7월 발전적 해소를 결정하면서 이 같은 논의가 급진전됐다.
전북 민예총 출범은 '문화분권' 시대라는 새로운 조류가 형성되고, 문화가 그 자체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함으로써 그 역할과 활동이 문화예술계의 흐름을 바꿔 나갈 중요한 변수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창작인들의 결속과 조직적 지원, 그리고 지역 문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새로운 방향타로 떠오를 수 있어 향후 활동에 적잖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출범 과정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이른바 '운동권' 비주류 세력들의 제도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민예총 간부들도 '주류'의 영역에 적극 포진된 상태. 전북지역 문화예술인조직체를 '민예총'으로 끌고 나간데 대한 불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전북 민예총만의 시대정신과 정세파악, 차별화 된 지역사업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조직에 대한 장르별, 세대별 회원간 입장과 구상을 확실하게 모아내며 민예총의 전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데 기본적인 공감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시원스레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회원들의 부담도 조직체 건설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북 민예총은 활동의 근거를 중앙 민예총의 정관과 기조에 입각해 창작인들의 결속과 지원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큰 틀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장르별(분과별) 사업과 창작 지원금 확보를 활동의 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조직의 역량이 확충되면 창작 기획과 정책 비평사업에도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
출범 3개월을 맞은 현재, 구체적인 활동이 눈에 띄지 않아 출범 초기에 제기된 우려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기대를 놓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11월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농어촌 문화향수 확대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1500만원의 지원금을 배정받아 12월에서 2004년 3월까지 고창, 부안, 장수, 진안 지역을 돌며 국악, 풍물, 무용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문화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12월 20일을 전후해 반전평화 통일기원 장승굿을 계획하면서 본격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안 문화세력으로 여전히 지역문화계의 관심과 눈길이 쏠리고 있는 전북 민예총. 이념과 정치적 투쟁의지가 수그러든 대신 다양한 개성과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이 시대, 문화와 창작을 화두로 지역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이뤄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