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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특집]
판소리 부흥은 결국 소리꾼의 몫
송재영 소리꾼·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2003-12-29 16:48:47)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민족은 그 역사만큼이나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그 중에서도 판소리는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문화유산걸작」에 선정됨으로서 명실공히 세계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판소리의 본고장이자 멋과 맛으로 대변되는 우리고장 전주에 전통문화센터가 들어선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개원당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했다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가 이제는 많은 고정관객을 확보할 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에 대해 소리꾼인 나로서도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소리가 아직도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음악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어렵게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양적인 방대함과 아울러 비록 주석이 있기는 하지만 고사성어나 한시(漢詩), 방언 등으로 이루어진 어려운 사설과 생활용어, 그리고 낯설은 감상법에 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편한 것만 추구하고 한자(漢字)를 멀리하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판소리의 이해와 감상법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판소리 공연패턴이 관객과 창자가 이원화된 무대공연 형태에 의존하고 있는데 비해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관객과 창자가 하나가 되어 같이 호흡하고 느낌으로서 판소리가 갖는 고유의 "판"의 개념을 되찾았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유파별로 소리를 접해봄에 따라 판소리 특유의 변이성과 전승계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의 소리판에 대한 욕심을 말하고 싶다. 해설이 있는 판소리처럼 이러한 형태의 판소리 감상무대가 더 많았으면 한다. 아니 이보다 더 걸쭉한 한 판의 소리판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은 전통문화센터에서 소리를 몇 차례 해본 사람이다. 관객의 바로 코앞에서 소리를 한다는 것은 겸연쩍을 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다른 무대보다 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전통문화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진실로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선 어쨌든 소리판을 잘 꾸려야 한다. 공연으로 끝나는 무대가 아니라 옛적 우리 선배님들이 이끌어왔던 소리판처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예컨대 재담과 익살과 즉흥적인 애드립(adlib)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관객 즉 동호인들과 함께 상생하고 공유하는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판소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때로는 자리판을 깔아주는 초청자의 노고와 찾아주는 관객의 고마움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소리의 발전을 심오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은 우리 소리꾼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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