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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문화가 정보]
교과서 밖, 삶과 문학 그리고 역사를 듣다
김회경 기자(2003-12-29 16:17:19)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삶과 문학, 역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 폭정에 항거하며 분연히 일어섰던 동학 농민군들의 민족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여온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한승헌)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우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을 만나 '찾아가는 역사교실'을 열었다. 11월 17일~22일까지 6일동안 도내 고등학교와 전주역사박물관에서 펼쳐진 '이동 교실'은 화가 임옥상씨(17일 전주고)를 선두로 역사학자 이이화(18일 완산고), 시인 안도현(19일 유일여고), 연극연출가 임진택(20일 전라고), 시인 유용주(20일 전주영생고), 원광대 교수 신순철(22일 신태인고)씨 등이 강사로 참여해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삶의 지혜를 풀어낸 자리.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주제 강연으로는 역사학자 이이화씨와 연극연출가 임진택씨, 원광대 사학과 신순철 교수 등이 참여, 역사교실의 무게중심을 잡았고, 화가 임옥상, 시인 안도현·유용주씨 등은 민중미술과 문학, 그리고 삶에 대한 폭넓은 경험담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사 이야기』의 저자 이이화씨는 '이야기 동학농민혁명사'를 주제로 소설처럼 쉽게 듣는 갑오년의 역사이야기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전했고, 마당극 연출가로 축제예술감독과 문화운동가로 활동해 온 임진택씨는 '동학농민혁명과 문화예술운동'을 주제로 동학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소개하며 역사와 문화예술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했다. 또 '동학농민혁명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한 원광대 신순철 교수의 강의는 민족자주화와 민족통일의 과제가 놓여 있는 우리시대에 동학농민혁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뒤돌아보게 한 시간.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강의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역사의식을 깊이 있게 심어준 기회였다면, 임옥상·안도현·유용주씨의 강의는 삶을 대면하는 자세와 지혜를 전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민중미술작가로 엄혹한 시대를 저항으로 맞서온 화가 임옥상씨는 '소리에 주목한다'를 주제로 사람과 자연, 숱한 관계 속에서 진실한 소통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상대성을 인정하고 이면을 바라보려는 예술의 눈, 예술의 본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학정신을 기린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문단에 나온 안도현 시인은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를 통해 문학을 삶의 화두로 끌어안고 살아온 시인의 치열한 문학세계를 전하며, 시는 진솔한 삶, 아름다움을 알고 볼 수 있는 눈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시종일관 "공부하지 말자, 대학 가지 말자, 경쟁하지 말자"고 목청을 높인 유용주 시인은 구두닦이, 주방보조, 중국음식 배달원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면서도 삶과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던 지난한 삶의 굴곡을 소개하며 자기 삶의 주체로 서는 것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한겨레신문에 '노동일기'를 연재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던 유 시인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온갖 허위를 털어내고 진실되고 정직하게 자신과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키우라고 당부했다. 이제 막 성취의 기쁨과 실패의 좌절 사이에서 자기 삶의 가혹한 첫 시험대를 통과하게 될 고3 수험생들에게는 이번 역사교실에서 듣고 배운 이야기들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동학정신을 통해 배운 저항과 주체의식, 그리고 진지하게 자기 삶을 헤쳐온 강사들의 문학과 예술세계가 삶의 소중한 나침반으로 안겨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교실에 참여한 권범준(영생고 3)군은 "우선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며 "삶의 중요한 고비에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넘어설 것인지 삶에 대한 자세와 진지함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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