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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 [문화저널]
판소리? 그래 판소리!
김은정 편집주간(2003-12-29 16:06:34)
11월 한 달, 문화계는 온통 ‘소리’로 지냈습니다. 지난 달, 유네스코는 한국의 ‘판소리’를 세계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선정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는 판소리가 이제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가 보존하고 발전시켜가야 할 문화자산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판소리에 관한 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는 전북의 기쁨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새삼 판소리와 지역적 전통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소리’로 뜨거웠습니다. 예비대회와 3회의 축제까지 네 차례나 행사를 치르고도 여전히 애매한 자리에 놓여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재신임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입니다. 전주소리축제 역시 주역은 ‘판소리’입니다. 판소리의 전통이 있어 만들어진 축제가 더 자랑스러워야 마땅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리축제의 자리는 ‘좌불안석’입니다. 사실 판소리는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전북은 판소리의 땅. 이 지역에서 판소리의 역사는 꿋꿋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왔는지 그 근원은 여전히 모호하나, 전라도 땅에서 만들어져 생명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이곳 전라도 문화의 역사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바탕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판소리의 가치가 오늘과 만나는 지점은 전통과 연륜,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판소리는 여전히 공간에 갇혀 있고, 일상속의 노래가 되기에는 아직 멀리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전북이 판소리의 역사에 무엇이고, 판소리는 전북의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전통’이외에 내세울 것이 별반 없습니다. 물론 어느 지역보다도 소리꾼들이 많고,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주대사습놀이나 남원 춘향제 같은 명창 발굴의 권위 있는 대회가 번듯하게 치러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럽지 않을 이유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소리꾼과 무대가 넘쳐나는 고장에 판소리전용극장 하나 없고, 연구자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면서도 정작 판소리에 관한 자료를 집적해놓은 공간도 없는 현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판소리가 박제화 된 예술이 아니라 시대를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면서 생명을 얻었던 살아있는 예술이라면, 판소리 아카이브 구축사업이나 판소리 전용극장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주와 판소리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전주는 판소리의 고장이긴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생산지로서가 아니라 소리를 팔고 사는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진 소리와 소리꾼들은 전주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명창과 더늠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대사습놀이는 바로 그것의 대표적인 상징이랄 수 있겠습니다. 남원이나 고창이 소리를 만들고 지켜간 땅으로서 의미를 갖는다면, 소리를 철저히 가려 가치를 부여하는 전주의 소리판은 시장으로서의 의미입니다. 전북이 판소리의 땅으로 자랑스럽다면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문화저널 12월호도 ‘소리’로 채웠습니다.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보았습니다. 자성할 대목이 많습니다. 뜨거웠던 소리축제 공청회와 마당 수요포럼의 ‘소리축제 재신임’까지 엮고 보니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한햇동안 이 지역 문화계 흔적도 정리했습니다. 갈등과 화해가 공존하는 현장. 전북문화가 더 이상 고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나라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방폐장 시설 반대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안 주민들의 참담하고 처절한 투쟁에 마음 빚이 무겁습니다.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이 지역 주민들의 환한 웃음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 김은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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