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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7 | [사람과사람]
사람들 소리가 있고 풍물이 있고, 그리고 탈춤이 있다 강령탈춤패「불림」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2003-09-24 09:41:45)
"탈춤만큼은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춤을 출수 있는 만큼은 강령탈춤을 지킬 것입니다. 강령탈춤의 맥을 이어가는 일은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황해도 지역의 강령탈춤을 전라도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외롭지만 꿋꿋이 지켜내고 있는 강령탈춤패 「불림」 정성엽 대표의 말이다. 소리가 있고 풍물이 풍성한 지역이지만 유독 춤 중에서도 탈춤을 접할 수 없는 전라도에서의 그의 작업은 고독하지만 하나 둘 찾아오는 발길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불림」은 93년 11월 문을 열고 탈춤의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중과 제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강습을 홍보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모임이나 단체에 출강하고 학생들에게 전수 등 강령탈춤을 알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8개월 남짓 되는 시간동안 생각보다 빨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우리들이 더 허술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는 이 지역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더욱 많게 느껴집니다." 강습을 중심으로 공연과 전수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불림」은 양로원 방문 등 사회단체 봉사활동도 계획해 두고 있다.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연말쯤에는 불우이웃돕기 공연을 꾸려볼 계획이다. 「불림」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하늘이 열리고 땅이 울린다' '남은 것을 보리고 새것을 취한다'는 뜻으로 춤꾼이 춤을 추기 전에 악사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말하는 주문 같은 것이다. 계급적으로 틀린 춤꾼과 악사의 호흡을 맞추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악사 춤꾼 관객들이 본 마당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됨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현재 들어오는 강습생은 한달에 한명이 있기도 하고 다섯 명이 될 때도 있다고 한다. 들어오는 회원수로 보면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지만 한사람씩이라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며 강령탈춤의 멋을 보여주는 일은 「불림」의 더욱 많은 활동만이 가능한 것이다. 강령탈춤은 황해도 일대에서 놀아오던 해서탈춤의 웅진 해주지역을 대표하는 탈놀이로 대사와 춤 가면 의상 그리고 장단 등에 있어 해서지방의 대표적 탈춤이다. 양반들에 대한 조롱, 파계승에 대한 풍자, 일부 대처첩의 삼각관계와 서민생활의 애환 등을 주제로 민중의 오락적 요소보다 신앙적 내지 종교적 의의가 우세한 것이 특징이다. 남성적이고 큰 동작으로 말뚝이 춤 과장이 진묵이굿 과장으로 무당이 넋을 위로 하는 과장이 있으며, 대사가 여유러워 직설적인 욕으로 세태 비판이 아니라 뜻을 담은 풍자, 앞뒤 안 맞는 말로써 양반의 모순을 풍자하고 있다. 정성엽씨가 전주에서 강령탈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90년에 대학생들을 전수 시키면서 부터였다. 탈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탈춤이 이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3-4년 동안 자료, 사진 준비 등을 했고, 대구에 먼저 자리 잡아 있는 강령탈춤패를 찾아가 1년여 동안 실무를 익히는 등「불림」을 열기 위한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해왔다. 기존의 문화가 형성된 곳에서 또 다른 문화를 이식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전북의 문화 기틀 마련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을 설득시켜야 했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지역에서 사무실을 얻고 살림을 꾸리는 등 한발 한발을 내딛는 순간까지도 어려움은 많이 있었다. 문을 연 후에 이 지역의 문화단체들과 연락하고 좋은 인식으로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한다. 금전적인 도움이나 물질적 지원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림」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찾아오는 사람도 적고 서울이나 대구만큼의 전화문의도 없을 때는 실망도 했지만 7-8개월 만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지치지 않는다고. 「불림」을 꾸준히 찾아오는 회원은 10여명 내외이지만 탈춤 지도 강습 받는 단체와 진안의 학교 선생님 회원들을 포함하면 강령탈춤을 꾸준히 알아가고 있는 사람은 30여명 수준이다. 한달과정으로 강습 받고 있는 회원은 강령탈춤의 기본 16개 동작을 배워 탈춤이 어떤 몸동작으로 이루어지는구나 정도를 익힐 수 있으며 6개월 정도를 배워야 이것이 탈춤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기에는 쉽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춤이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음은 일주일에 두 번씩 나와 몸으로 느끼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 춤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탈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공연뿐 아니라 함께 춤을 추며 공유할 수 있는 회원이 많이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불림」의 어려움을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고 한다. 배가 부르면 배가 부른 만큼 어려움을 모르고 게을러질 것만 같다면서 행정적인 측면에서 탈춤을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문화마당을 열어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보여주고 얘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만이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역량 있는 단체의 더욱 힘 있는 활동만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탈춤이 발전하려면 학생들이 많이 배워야 하는데 대학이나 국악원에는 탈춤 과정이 없어 젊은 사람들이 탈춤을 접할 기회가 드물어 아쉽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불림」이 우리가 일을 안 한 탓이고, 행정적인 측면으로 교육과정 속에서 우리의 춤을 접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오늘의 현실에서 중요한 과오라고 지적한다. 「불림」은 젊은 사람들이 전북의 각 지역에서 탈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다. 강령탈춤을 알려내는 곳이 전국에 10개 지역밖에 안되지만 남원 정주 등 전북지역에서만이라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 단체를 만들거나 출강을 나가 탈춤을 알리는 작업에 나설 장기적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 여름 방학을 이용해 첫 행사로 94 하계 교사 청소년문화마당을 열 계획이다. 방학이 시작되는 7월 25일부터 단기반과 한 달반으로 나누어 강령탈춤 기본 춤사위와 민요, 장고 기본가락, 이론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눈으로만 보아왔던 춤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어깨를 흔들어보는 용기(?)만이 문화를 직접 체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우리의 전통 춤을 몸으로 느껴 문화에 대한 이해는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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