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7 | [시사의 창]
전주시 주택정책 이대로 좋은가
전성옥 연합통신 기자(2003-09-23 17:05:25)
1.한옥도시 풍모 잃어가는 全州
조사한 주택공급현황을 보면 작년 말 현재 전주시의 가구수는 14만9천4백여 가구인데 비해 주택 수는 11만 3백여 채로 주택보급률은 73.8%로 나타났다. 이를 조거형태별로 보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5만6철1백여 가구로 단독주택 5만4천여 가구에 비해 2천여 가구가 많은 것으로 조사돼 작년 말을 고비로 아파트 가구 수가 단독주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의 장가 추이는 91년 7천8백여 가구, 92년과 93년 각각 8천여 가구로 단독주택수의 연간 증가율 1천여 채에 비해 7-8배가 높아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생활에 편리한 아파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시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고층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도심권에 고층건물이 들어서 시민들의 조망권을 무시하고 있으며 공원주변 주거지역에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가 건립돼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고층아파트의 건립추세를 보면 작년에 건축허가를 받은 16개 아파트 단지 8천여 가구가 모두 12층 이상의 고층아파트였으며 금년 들어서도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에 착수한 9개단지 4천9백여 가구가 모두 15층이상 이어서 고층화, 고밀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전주의 상징이었던 완산구 풍남동 교동일대 28만8천여㎡의 한옥보존지구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보존지구를 금년 하반기 도시 재정비때 해제할 방침이고 인근에 고층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전주는 갈수록 특색 없는 아파트 군락으로 변해가고 있다.
2. 조망권 해치는 초고층 아파트
도심에서 인근 화산공원 자락의 풍치를 즐기던 시민들은 눈앞을 가로막는 아파트 숲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진북동 구 삼양사 부지 2만5천여 평에 (주)우진 건설이 총 2천1백2가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중인데 이곳에는 2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시야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구 해성고등학교 부지도 마찬가지. (주)동국산업이 12층짜리 6동, 15층 7동, 18층 5동 등 모두 6백 43가구의 골조공사를 마무리해 이 일대가 거대한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전주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을 가로막듯 15층높이의 거성아파트가 버티고 있으면 화산로를 따라 완주 구이방향으로 가는 길도 20층짜리 코오롱아파트 1천2백여 가구가 병풍처럼 금성산 자락에 펼쳐져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자연공원주변 주거지역에 건립된 고층아파트는 이보다 심한 형편이어서 도청공무원 주택조합에서 건립한 기린봉아파트는 전주의 주산(主山)격인 기린봉의 전면에 자리 잡아 주변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 서울의 북한산을 닮아 왕기를 띄고 있다는 기린봉의 지기(地氣)가 공무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에 훼손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광주 건화산업개발에서 이 아파트 뒤편에 고층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려하자 자연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시당국에 촉구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도심공원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다가공원 주변지역에 착공된 신일 아파트는 시민들이 '다가공원 보호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으나 끝내 건축허가를 받아내 전주시의 주택정책에 강한 비난이 일고 있다. 다가공원은 조선시대에는 금산(禁山)으로 정해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고 입산마저 금지시킨 지역으로 앞산높이가 해발 70m. 뒷산은 90m의 야트막한 야산인데 이 사이에 신일건설측에서 10-14층 높이의 아파트 4백98가구를 짓고 있다.
(주)롯데건설을 완산칠봉 자락인 호암산을 깎아내려 15짜리 아파트 4동, 3층짜리 2동등 모두 3백 96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해 작년 3월 준공검사를 받았다. 이 아파트 부지는 공원지역에 포함되어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 입안과정에서 공원에서 제외된 주거지역으로 고층아파트 건설로 인해 공원 훼손은 물론 주변경관을 흐리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당국은 "주택건설촉진법이나 도시계획법, 건축조례 등 고도를 제한할 수 있는 관련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도시이나 공원주변에 건설되는 고층아파트 단지를 규제할 길이 없다"고 말해 시민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3.법의 허점 악용하는 아파트 건설업체
현행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은 건축물과 택지의 용도별로 34개 항목으로 나누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축연면적 7만㎡, 택지조성사업은 부지 면적 7만㎡, 위락시설과 판매시설 등은 각각 5천㎡등으로 기준 연면적을 정해 이를 초과할 때는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단위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기준 연건평보다 건평을 약간씩 줄여 건축허가를 신청해 교통영향평가를 피하는 등 법의 허점을 악용해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주)동국산업의 경우 작년 2월 사업승인을 받아 시내 진북동 구 해성고교 부지에 6백34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진행 중인데 교통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기준 연건평보다 불과 90m가 모자란 6만9천10m로 건축허가를 신청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주)우성건설이 2천1백2가구의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중인 구 삼양사 부지와 직선거리로 5백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데다 세무서와 덕진구청등이 인근에 위치해 교통체증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사업승인을 받기 전에 교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할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주)우성건설은 구 전주남중과 여상 자리에 6백20가구 규모의 고층아파트 신축계획을 세우고 교통영향평가 기준 연면적보다 겨우 98㎡가 모자란 6만9천2㎡로 작년에 건축허가 신청을 요청했다가 교통영향평가를 피하려는 편법이라는 비난이 일자 이를 철회했다. 우성건설은 남중학교 부지를 자회사인 (유)서해건설에 매각해 건축주는 서해건설, 시공은 우성이 담당해 이 자리에 최고 18층 높이의 아파트 3백38가구를 건립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요청해 놨다.
우성건설측은 또 인접된 구 여상자리에는 동계U대회 대비, 호텔을 신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기존 호텔의 누적되는 적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표면상의 사업계획에 불과하고 아파트 건립을 1,2차로 나누어 영향평가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처럼 교통영향평가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당국은 한때 교통영향 평가 기준을 강화하려 했으나 이를 곧바로 취소해 소극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의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개정을 통해 기준연면적을 20%이내에서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부산에서는 이 같은 규정을 적용 관광휴게시설과 관람시설 등 9개 항목의 교통영향평가 실시대상 기준연면적을 20%씩 강화했다.
전주시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난을 감안, 작년 10월 교통영향평가 대상 기준 연면적을 강화하려했으나 부산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이를 강화한 실례가 드물다는 이유로 이를 철회하고 말았다.
따라서 단일 건축물의 연면적으로만 규제하지 말고 주변 교통 환경을 고려해 건축허가를 내주는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개선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4.실효성 없는 아파트 지구 지정
전주시는 지난 86년 서신, 중화산, 송천동 등 3개 지역 17만5천여 평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고 89년에는 아파트지구 기본계획을 마련해 이를 고시했으나 만5년이 지나도록 어느 한곳에도 아파트가 건설되지 않고 있다.
이는 도시의 균형개발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전주시의 아파트 지구지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화산, 효자2지구, 삼천지구등 택지개발지구내 공동주택지에는 아파트 19개단지 5천8백여 가구가 건립되고 3만5천여 가구가 건립돼 아파트가 한 채도 들어서지 못한 채 개발이 지지부진한 아파트 지구가 지정취지에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아파트지구는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과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아파트의 고도를 5층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파트 사업주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서신지구의 경우 (주)롯데건설이 지난 89년 2만4천여 평의 땅을 매입했으나 만 4년이 지나도록 아파트 공사에 착수하지 않아 시당국으로부터 작년에 비업무용토지로 판정받아 7억2천여만 원의 지방세를 추징당했으며 올해도 1억3천여만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도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광주고속 건설 역시 중화산 지구에 3만8천여 평, 송천지구에 1만5천여 평을 매입해 이중 매입시점으로부터 4년이 경과된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작년에 6억4천여만 원, 올해는 5억4천여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도 아파트 건설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시당국은 아파트 고층화, 고밀화 추세를 감안해 이들 아파트 지구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15층 건물을 짓도록 하고 고도완화에 따른 추가 이득금의 70%를 시에서 거둬들여 개설이 시급한 진북로 확장공사의 사업비에 사용할 방침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아파트지구의 고도제한 완화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서신지구의 경우 화산공원 뒷산 자락은 높이가 해발 82m의 야산이지만 풍치가 수려한 곳인데 이 공원에 인접해 있는 아파트 지구는 표고가 50m에 이르러 15층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경관을 해침은 물론 시민들의 조망권을 앗아가게 된다. 다행히 시당국은 최근 아파트 업자에게 특혜를 줄 우려가 있는 고도제한 해제를 보류한다고 밝혔지만 도시미관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사업성만을 추구하는 아파트 사업주들이 고율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도 끈질기게 고도제한을 요구하고 있어 시당국이 과연 이에 굴복할 것인가는 두고볼 일이다.
5.도시경관미 되살릴 건축행정 절실
전통도시로서의 전주의 풍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전주를 상징하는 주요건물과 자연공원 주변을 고도제한 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계획전문가들은 '그 도시만이 가지는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 문화적 전통에 따라 발전방향을 설정해야 하는데 전주는 이같은 특성을 무시한 채 대도시만을 상실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주는 타도시에 비해 전통미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시범도시로 지정됐으며 지난 86년에는 도시문화환경 조성사업계획을 입안하기에 이르렀다. 전주를 상징하는 풍남문과 경기젼, 향교, 객사, 한옥보존지구 등 전통적 건축 형태와 더불어 판소리와 같은 문화유산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어 이같은 도시 경관미를 되살려 전승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주택 2백만호 건설정책의 영향으로 전주에 아파트 건축붐이 일면서 자연공원과 도심내에 우후죽순격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전통한옥도시라는 전주의 이미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가로경관 역시 국적을 상실한 건물의 군집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공공건물에서는 전통건축요소의 일부분을 도입하여 건축됐으나 건물 전체와의 조화에는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대 조경학과 김재식교수는 도시경관을 전반적으로 분석해 스카이라인을 설정하는 작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교수는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경기전을 비롯해 객사와 풍남문 등 도심권에 위치하면서 전주를 상징하는 건물 주변을 부분적으로 고도제한지구로 지정해 어느 방향에서도 시선이 이들 건물에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가 자연공원 주변에 마구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조망권을 앗아가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린공원을 비롯, 완산칠봉, 화산공원, 인후공원 등 자연공원 주변의 주거지역을 고도 제한지구로 지정해 무분별한 건축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용위주의 도시건축행정에서 벗어나 도시의 매력을 되살리기 위한 경관과 조형위주의 건축행정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다. 서울 남산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외국인 아파트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철거하는 실례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