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6 | [사람과사람]
사람들
향제 풍류의 멋을 아십니까
국악모임「도드리」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2003-09-23 15:56:45)
우리음악을 찾고 이어내는 작업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우리음악이 순탄한 역사를 가지지 못했음은 우리의 역사가 그만큼 평탄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우리음악을 이어내는 작업은 우리의 맥을 찾아가는 일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의 주위에서 아주 조용하면서도 다부진 힘으로 우리음악을 이어내고 있는 「도드리」는 우리음악의 다양한 갈래 속에서도 향제 풍류라는 정악만을 고집스레 지켜오고 있다.
"「도드리」는 음악을 좋아하는 동호인 모임입니다. 우리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면 우리 혼과 음악의 하나 됨에 빠져들게 됩니다. 도드리가 계속 해서 연주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지만 정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만나지는 것 같습니다."박양규 「도드리」대표는 말한다.
84년 「도드리」가 처음 활동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정악모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악, 판소리, 살풀이, 국악이론 등의 모임을 발족시키고 우리 음악의 모든 분야에 걸쳐 「도드리」활동을 시작했다. 각 부의 회원을 각각 모집하고 운영해 오던 중, 2년여 시간이 흐른 86년에는 좀더 전문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우리음악 단체로 성장할 각오로 정악을 중심으로 한 「도드리정악」만을 남겨놓고 모임을 새롭게 정비해 오늘의 「도드리」로 자리 잡았다.
정악은 궁중음악을 포함하여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어 오던 음악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대학의 교과과정이나 중고등학교 국악이 차지하는 내용은 정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국악원 등에서 연주되는 대부분의 곡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기억되고 우리음악하면 판소리와 풍물놀이를 떠올리는 것이 오늘 우리 국악교육의 현주소인 것이다. 「도드리」가 「도드리」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고 마당놀이패, 탈춤패 등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한 반면 정악을 민간인들의 힘으로 이끌지 못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박양규씨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음악이 아닙니다. 자기수양과 선비정신이 무엇인지를 연주를 통해 힘 있게 이어가고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좀더 우리 음악에 관한한 전문인의자세로 음악의 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도드리」는 조상들이 예(禮)와 악(惡)을 하나로 보고, 이로 인한 사회의 미풍양속의 형성을 중시하였던 정악의 뜻을 이어 특히 전북 지역에서 주로 연주된 향제풍류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호연지기의 기풍을 지녔고, 역사의 시류를 이끌었던 선비와 풍류객들에 의해 지방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향제풍류 역시 체계화되어 있거나 전해 내려오는 악보도 없다고 한다. 지금은 이리의 정악운에서 채보 작업과 CD작업등을 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등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다. 전주에서는 「도드리」만이 양제풍류의 멋과 기품을 널리 알리는 일을 발표회 등을 통해 실천해가고 있다.
「도드리」는 현재 1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악단원으로 활동하는 회원도 있고, 대학의 교수, 연주를 업으로 하는 회원, 직장인등 회원의 구성도 다양하다. 대금3명, 거문고, 가야금, 단소, 피리, 양금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매주 금요일 8시면 도드리율방에 모여 어김없이 우리가락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회원들은 항상 모자라고 무언가 모자라고 무언가 부족하다는 자세로 임한다고 한다. 음악에 빠져 한바탕 연주를 하고 나면 또 다른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는 욕심과 의욕으로 꽉 차 있다고한다. 개개인의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 단체의 연주는 개인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이 어울려 내는 음악의 예술성은 더욱 큰 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도드리」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힘을 합해 발표의 무대를 가졌다. 첫 연주회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의가 있고 뜻이 있었다는 평가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이 그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지만 전문가다운 자세가 부족했다 라든지 연주회 내용에 버오나해야 할 점등 깊은 고민과 「도드리」가 성숙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음악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진지하고 끈기, 인내가 필요합니다. 눈에 쉽게 띄이지도 않고 한때는 졸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음악에 빠져들면 그것만큼 좋은 음악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애착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도드리」는 우리의 음악을 같이 할 사람이라면 회원으로 언제라도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주위에서 같이 할 보다 많은 회원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한다.
정악을 오늘에 이해하는 것이란 당시의 사회와 역사성, 시대의 계급계층, 사회현실 등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학계에서의 고증작업뿐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며 우리음악의 세계를 알리는 작업이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음악이 바로 되어야 나라가 바로 된다'라는 정신을 다지며 「도드리」의 음악세계를 세우는 것이 그들만의 고집이며 그들만의 작업이 아니라 우리 음악을 좀더 넓게 고증시켜내며 더욱 많이 인식시켜 가는 버팀목으로 발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