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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5 | [문화저널]
옛말사랑 힘은 다 쓰지 말고 복은 다 받지 말라
김두경 서예가(2003-09-23 15:07:26)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삶의 목표가 없이 사시는 분은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목표가 서로 다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서로 다를 뿐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또는 삶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사는 좌우명 하나쯤은 가슴에 품어두고 사는 줄 압니다. 어떤 책에서 읽고 감명을 받은 말씀도 있을 것이고 부모나 선생님을 비롯한 인생의 선배에게서 들은 말씀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철없던 시절부터 아버지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씀 하나가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깊은 의미를 몰라 무심히 지나치던 말씀이 어느 날부터인지 내 삶과 행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느끼고 부터는 순간순간마다 그 말씀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어려운 말씀도 아니고 아름다운 말씀은 더더욱 아닙니다. '힘은 다 쓰지 말고 복은 다 받지 말라' 아주 평범한 말씀이지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졌으며 무게를 헤아릴 수 없는 무게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힘'을 단순한 근력으로 보아도 다 쓰지 말고 남겨 두어야 할 일이요 권세나 개인의 능력, 재주 등으로 보아도 언제나 조금은 남겨두어야 그 다음 상황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 상황 즉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력이 있을 때 우리는 모든 행동과 사고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사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인간은 어떤 일이 조금만 순조롭게 돌아가면 기고만장하여 파국의 씨앗을 스스로 뿌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 또한 어떤 힘이나 능력을 다 쓴 결과가 아닐런지요. '복은 다 받지 말라'도 그렇습니다. 우리 평범한 인간은 어떤 행운을 접하게 되면 그 행운이 자기에게는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세상을 마냥 즐기며 업신여기고 모든 행운이 저 잘나서 그리되는 줄로 알고 오만해집니다. 그리하다보면 모든 행복의 원천은 어느새 고갈하여 불행의 씨앗이 됩니다. 아니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니고 불행의 씨앗을 스스로 만듭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조금만 겸허히 뒤돌아보면 내가 스스로 행복의 원천을 막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바라보십시오. 우리가 욕하는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 마음으로 다시 자신을 뒤돌아보십시오. 그들이 하고 있는 잘못을 나 또한 똑같이 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내 자신이 더 큰 잘못을 행하고 있음까지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인의 행, 불행을 떠나서 좀더 넓은 안목을 가지면 한 국가 한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가 공존하는 법까지도 나부터 출발함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부터 힘 다 쓰지 말고 복 다 받지 말고 나눕시다. 그러면 세상이 풍요로워지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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