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참외꽃
(2016-08-16 09:06:20)
"이거는 더 이상 안 해."
농사짓다가 보면 해마다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참외는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병해충에 약해 애써 길러도 노랗게 빛나도 속은 아무 맛도 없거나, 아니면 포기째 말라버리니..... 에라, 참외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 토종 백사과참외를 만났다. 어라, 참외하면 노란 참외만 생각하다 푸른빛에 동그란 몸통을 가진 참외라.... 안 길러 볼 수 없잖아!
봄에는 참 더디 자라더니, 한여름에 접어드니 왕성하게 근육질로 자란다. 박과라 암꽃 수꽃이 따로 있는데 암꽃 아래는 아기 참외 모양의 씨방이 달려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암꽃도 수꽃도 모두 노란 통꽃으로 꽃잎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언제 크나? 언제 익나? 다 굵어진 참외가 푸른 빛 그대로 한참 있더니 푸른빛이 약해지고 약간 하얀 기운이 도는 게 아닌가. 두근두근 과연 익었을까? 반을 가르니 참외 씨가 노랗게 탱글탱글 맺혔다. 껍질까지 연하고 달디 달다.
이 맛에 내가 토종을 찾지. 개량종은 사람 손이 많이 가게끔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비료를 얼마나, 때맞춰 약은 저렇게. 그래도 병해충에 약하니 호박에 접을 붙여 기른다. 거기 견주면 토종은 적당히 돌봐줘도 저 알아서 잘 자란다.
사과참외 예찬론자가 되니 아들이 빙그레 웃는다. '다시는 참외 안 기르겠다고 한 게 누군데?'